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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허스토리’, 진심으로 완성시킨 울림(종합)
입력 2018-06-07 20:18   

(사진=고아라 기자)

또 하나의 위안부 할머니의 사연이 담긴 영화가 공개됐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소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고, 여전히 진행 중인 문제다.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허스토리’ 언론시사회에서는 민규동 감독, 배우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준한 등이 참석했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의 기간, 23번의 재판,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로, 당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음에도 국내에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 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로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민규동 감독이 연출을, 수필름이 제작을, NEW과 배급을 맡았다. 이날 민규동 감독은 먼저 관부재판이 영화화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털어놨다. 민 감독은 “90년대 초반 위안부 할머니의 고백을 보고 가슴에 돌을 안고 살았다. 10년 전부터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누가 보겠냐’는 말만 듣고 좌절을 했었다. 하지만 영화 대사에도 나오듯이 ‘도저히 혼자 잘 먹고 잘 산 게 부끄러워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라고 털어놨다.

극은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던 여행사 사장 문정숙(김희애 분)이 가사 도우미로 일하던 배정길(김해숙 분)의 아픈 과거를 알게 되면서 관부 재판에 뛰어드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김희애는 문정숙 역으로, 강한 부산사투리 및 일본어, 당당한 태도 등을 표현한다. 김희애는 “처음에 부산사투리는 겁이 안 났고 일본어가 걱정이었는데, 실제 해보니 부산사투리가 더 힘들었다. 보통의 스토리였다면 ‘이만하면 됐다’며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가짜처럼 보이면 극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서 더 노력했다”라고 이야기 했다.

홀로 아들을 키우며 상처를 숨기고 살지만, 이후 일본에 당당히 맞서게 되는 배정길 역을 맡은 김해숙은 “할머니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겁 없이 들어간 작품이었다. 하지만 0.01%도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작업이었다. ‘배우로서 연기를 어떻게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오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을 다 내려놓고 나를 비우고 하얀 백지를 만들었다. 하루하루 연명하면서 촬영했다”라며 이 작품에 참여한 것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여러 위안부 할머니들을 변호하는 사람은 김준한으로, 그는 이성적인 판단력으로 원고단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재일교포 2세 이상일 변호사 역을 맡았다. 특히 김준한은 영화 ‘박열’ 이어 ‘허스토리까지 의미있는 영화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김준한은 “의미가 있지만 부담도 된다. 내가 괜히 해서 폐를 끼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도 들더라. 쉽지 않은 문제였다. 하지만 감독님이 요청을 해주신 것은 내가 이 일원으로 역할을 할 자격이 있다는 말 같아서 용기를 내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숙은 “한 번 강간을 당한 사람도 자신이 당했다고 털어놓기 어렵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이 있는데, 우리가 연기한 분들이 오리지널 미투 운동을 한 분들”이라며 “이 할머니들이 앞으로 나왔다는 것에 찬사를 보낸다. 일본사람이 욕하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주위 사람 욕까지 먹는 건 정말 가슴 떨리는 일이다. 대한민국 여성을 대표해서 큰소리로 외쳐줬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는 잊지 않겠다. 계속해서 소리를 내고 계속해서 열심히 살겠다”라고 말해 울림을 선사했다.

한편, ‘허스토리’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위안부 및 정신대 할머니 역으로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이 참여했으며, 한지민, 안세하, 정인기, 박정자 등이 특별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