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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우식,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꿈꾸다
입력 2018-06-27 13:35   

(사진=JYP엔터테인먼트)

“항상 야구방망이에 맞는 역할(‘부산행’)만 하다가 처음으로 내가 상대방을 가격하는 액션을 해봤다. 관객들이 ‘마녀’를 어떻게 보실지 조마조마하다. 평소 이런 생각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처음으로 도전하는 것들이 많아서 긴장되고 기대도 하고 있다.”

배우 최우식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마녀’에 출연한 것에 대한 긴장감과 설렘을 드러냈다. 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영화가 개봉하기 직전 많은 우려와 기대를 갖기에 ‘마녀’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최우식의 기다림도 이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작품인데다 그 작품이 강한 이미지를 제시하는 박훈정 감독의 것이라는 점에서 최우식의 긴장감은 예비 관객들에게 기대감으로 옮겨진다.

‘마녀’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가 발생하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분) 앞에 의문의 인물들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 영화다.

극중 최우식은 자윤 앞에 나타난 의문의 남자 귀공자 역을 맡았다. 그는 그동안 ‘호구의 사랑’, 영화 ‘부산행’ 등 도망가거나 당하는 캐릭터를 많이 맡은 것과 달리 이번엔 비열한 악역을 소화하며 자신의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한다.

“연기적으로 도전을 하고 싶었다. 악역을 하겠다는 생각보다 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원했다. 대중은 내가 선한 역을 맡는 것을 더 좋아하는 거 같지만, 근래에 비슷한 이미지만 하다 보니까 신선한 게 필요했다. 나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고 싶었고 이 영화가 도움이 된 것 같다. 감독님도 반전 요소 때문에 나를 캐스팅하지 않으셨나 싶다. 촬영할 때 가을 겨울이라 코트를 입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덕분에 강한 이미지가 플러스 됐다. 여름이라 반팔, 반바지를 입었으면 이 이미지가 나오지 않아 사람들이 비웃었을 것이다.(웃음)”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다만 날카롭게 인상만 쓰는 악역은 아니다. 귀공자는 어느 정도 장난기 있으면서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어린아이와 같은 ‘악당’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평소 최우식이 가진 소년스러운 이미지가 가미된 것이다. 시나리오 상 귀공자 캐릭터는 더 날카로운 설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우식의 적극적으로 의견으로 그의 평소 이미지가 많이 포함됐다. 덕분에 귀공자 캐릭터는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처음엔 더 카리스마 있고, 단면적인 모습이 많았다. 하지만 귀공자란 인물이 극에 짧게 나오기 때문에 단면성이 극대화될 것 같았다. 이 캐릭터를 조금 더 만져서 평소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넣으면 나에게도 잘 어울리고, 더 재밌는 작업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또 평소 내 모습과 180도 다른 캐릭터를 하면 연기를 하는 나도, 내 연기를 보는 관객들도 부담감을 느낄 것 같았다. 혼자만 폼 잡고 있으면 다른 이미지로 다가갔을 것이다. 그 중간을 섞어 가면서 감독님이 보여주고 싶었던 면도 보여주고 나도 부담스럽지 않도록 조합하는 과정이 있었다.”

올해 29세지만 여전히 소년의 외모를 가진 최우식. 극중 귀공자의 나이가 정확히 나오지는 않지만 자윤과 같은 세대의 인물로 나오기 때문에 그의 나이 역시 많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을 할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것이나 요즘 내게 들어오는 작품들을 보면 무리에서 잘 녹을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중이 나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외모적으로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튀는 것은 연기적으로 보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악이 공존하는 얼굴, 이 모습은 최우식을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타게 만든 영화 ‘거인’(감독 김태용, 2014)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모범생처럼 살갑게 굴지만, 눈칫밥 먹으며 거짓말로 친구를 배신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인물 영재를 표현하며 최우식이란 배우를 널리 알렸다. 배우에게 두 가지 얼굴이 다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일 터.

“누구나 이중적인 모습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이 나도 있다고 생각한다. ‘거인’은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었고, 덕분에 이후 다른 이미지도 할 수 있었다. ‘마녀’도 ‘거인’처럼 대중에게 ‘최우식도 이런 걸(액션)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내 PR 같은 작품이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최우식은 자신을 평범하다고 말했지만 김태용(‘거인’), 연상호(‘부산행’), 봉준호(‘옥자’ ‘패러사이트’), 박훈정(‘마녀’)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많은 감독들이 늘 그를 찾고 있다. 덕분에 최우식의 필모그래피는 작품성 있는 영화로 꽉 채워져 있다.

“영광스럽게 대단한 분들과 같이 일을 해왔다. 다만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부담감도 있다, 큰 숙제니까 앞으로 잘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모습보다 앞으로 대중에게 보여줄 모습이 더 중요하다.”

꾸준한 러브콜으로 최우식은 올해 2월 ‘궁합’을 시작으로 6월 ‘마녀’, 오는 추석에 개봉할 ‘물괴’를 비롯해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 그리고 현재 촬영 중인 봉준호 감독의 ‘패러사이트’ 등으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하지만 최우식은 당장 앞을 위해 달려 나가기보다 천천히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스스로를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데뷔 후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부담이 생기더라. 그만큼 배우 최우식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을 했지만, 인간 최우식은 경험이 많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캐릭터를 만들 때 실제 최우식의 모습을 조금씩을 쓴다. 내가 데뷔 후 8~9년 연기한 것은 21살까지의 최우식을 쓴 것이다. 앞으로 내가 해내야할 캐릭터는 지금의 최우식이 느끼는 모습이 중요할 것 같아서 앞으로는 나를 채워나가는 시간도 갖고 싶다. 일보다는 여행도 가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싶다. 물론 다작하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고, 좋은 캐릭터가 나타나면 쉬지 못하고 할 것 같기도 하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