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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 속으로” 드렁큰 타이거, ‘힙합 대부’의 의미 있는 마지막(종합)
입력 2018-11-14 17:41   

▲드렁큰타이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생애 첫 음감회, 그리고 마지막 앨범. 한국 힙합의 문을 열었던 드렁큰타이거가 ‘대부’의 위엄을 드러냈다.

드렁큰타이거의 정규 10집 ‘X : Rebirth of Tiger JK’ 앨범 발매 기념 음감회14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렸다.

‘X : Rebirth of Tiger JK’는 2009년 공개된 8집 앨범 이후 10년 만에 나온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 정규 앨범으로, ‘X’는 10번째란 의미이자 미스테리, 무한대, 곱하기, 후속편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타이틀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드렁큰타이거는 마지막이란 의미와 더불어, 음반시장의 활성화를 기원하는 의지에서 2장의 CD에 30곡을 채운 앨범을 준비했다. 한장은 특유의 붐뱁 장르로 채웠고, 다른 한장에는 재즈 EDM 레게 등 여러 장르의 음악적 확장으로 신선함을 더했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은 한국 힙합의 대부인 드렁큰타이거의 20주년과 또 마지막 정규 앨범을 기념하기 위해 실력파 선후배 동료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세계적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RM부터 세븐틴의 버논, 도끼, 가리온의 메타, 슈퍼비, 면도, QM, 테이크원, 김종국, 은지원, 데프콘, 하하 등이 지원사격에 나서 듣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타이틀곡 ‘끄덕이는 노래’는 타이거JK와 오랜 기간 호흡해온 힙합씬 실력파 프로듀서 랍티미스트의 곡으로, 제목에서 드러나듯 결국 듣고 느끼고 수긍하고 그저 끄덕이면 된다는 힙합 고유의 흥과 메세지를 담았다. 그만의 붐뱁 사운드에 드렁큰타이거 고유의 음악색이 담긴 반가운 트랙이다.

이날 음감회는 드렁큰타이거의 명곡 리믹스로 막을 올렸다. 비지(Bizzy)와 함께 1집 앨범의 타이틀곡 ‘난 널 원해’를 선보이며 무대에 등장한 타이거JK는 이후 “게스트로 참석했던 것을 빼면 제 생애 첫 음감회”라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드렁큰타이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드렁큰타이거는 1999년 타이거JK와 DJ샤인 두 명의 멤버로 출발, 한국 힙합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난 널 원해’ ‘위대한 탄생’ ‘굿라이프’ ‘심의에 안 걸리는 사랑노래’ ‘몬스터’ 등의 명곡들로 힙합씬의 상직적인 존재로서 20년의 시간을 지나왔다. 그러나 타이거JK는 20년이라는 묵직한 숫자와 함께 드렁큰타이거로서의 마지막을 결정했다.

타이거 JK는 “드렁큰타이거는 도전하고 부시고 하는 그런 문화가 만들어질 때 생긴 그룹이다. 그때 표현했던 가사라든지 음악 색깔, 이런 것들은 이제 문들 닫아야하는 시대가 왔다. 타임캡슐에 그 소리 그대로 넣어놔야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가 아빠가 되고 남편이 되고, 더 많은 세상과 사람을 접하게 되면서 제가 할 수 없는 표현들이 늘었다. 드렁큰타이거 안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들이 지금 저로서는 할 수 없게 된 것들이 많아 개인적으로 마지막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불어 타이거JK는 계속 진화하고 여러 장르에 도전할 건데, 드렁큰타이거의 이름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팬들이 이해 하기 어렵다. 드렁큰타이거는 드렁큰타이거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의미가 큰 앨범인 만큼 1년 6개월의 시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대부분의 작업을 함께한 프로듀서 랍티미스타는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 앨범을 위해 결혼을 미뤘고, “광기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시장이 됐다. 이번 앨범을 하면서 너무 힘들어도 (음악을)너무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뛰어들었던, 과거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앨범 작업에 임했던 소감을 전했다.

▲드렁큰타이거(사진=고아라 기자 iknow@)
‘드렁큰타이거’의 이름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DJ샤인부터 미키 아이즈까지 예전에 함께 했던 멤버들을 찾아가 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DJ샤인부터 예전멤버들 다 찾아다니면서 만났다. 쭉 음악 활동하면서 살았던 저와 달리 멤버들은 떠난지 오래돼서 부담스러워 하더라. 그들이 참여해주면 더 잘 될 수도 있고 의미도 있겠지만, 큰 부담 주는 것 같아서 응원만 받았다. 미키 아이즈는 예전에 녹음했던 것 보내줘 참여하게 됐다”고 비화를 밝혔다.

‘마지막’이지만 타이거JK는 오히려 긍정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사실 20주년이라는 것도 앨범이 나오고 주변에서 말씀 해주셔서 알았다. 정말 오래했구나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을 내고서 오히려 설레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며 “그동안은 안 좋은 것들만 빨리 보였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20년 동안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또 이렇게 앨범을 내서 음감회도 할 수 있고 그런 것을 보면서 ‘좋은 것을 보자’는 게 모토가 됐다”고 말했다.

미니 앨범이나 싱글 앨범, 심지어는 음반 없이 음원만 존재하는 디지털 싱글이 쏟아져나오는 세상, 30곡이나 꽉 들어찬 정규앨범은 시대를 역행하는 행보다. 그러나 이는 ‘힙합 1세대’를 상징하는 드렁큰타이거로서 선보이는 마지막 활동의 목표기도 하다. 타이거JK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라디오나 인터뷰 등을 통해 많은 분들을 통해 만나 뵐 계획이다. 처음 데뷔 했을 때처럼 이렇게 하는 행동을 많은 분들이 시대에 역주행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그러나 그런 역주행적인 것을 장거리 마라톤으로 해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드렁큰타이거의 정규 10집 ‘X : Rebirth of Tiger JK’는 오늘(14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