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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급하지 않아요” 손나은,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입력 2018-11-30 13:00   

(사진=스마일이엔티)

걸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이 영화를 찍었다. 흔치 않은 사극 기반의 공포물 ‘여곡성’, 여기서 손나은은 충무로의 대표 여배우 서영희와 함께 투톱으로 극을 이끌면서 새로운 매체, 새로운 장르, 새로운 캐릭터를 만났다.

‘여곡성’은 손나은의 스크린 데뷔작. 손나은이 연기를 처음으로 시작한 건 드라마 ‘대풍수’(2012) 때니 벌써 6년 전 일이다. 가수로 데뷔한지 1년 만에 연기자로 데뷔한 것치고 느린 행보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자식이 상팔자’ ‘두 번째 스무살’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 연기자로서 1년에 한 편씩 꾸준히 작품을 내놓았다는 점, 그리고 걸그룹 에이핑크로서 ‘마의 7년’ 고비를 넘긴 것까지, 그는 빠르진 않지만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제대로 걷고 있다. 빨리빨리 변화하는 연예계에서 왠지 손나은은 오랫동안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손나은과 일문일답

Q. 데뷔 8년 차로 베테랑이라면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멤버들 없이 혼자 하는 인터뷰는 처음이다. 기분이 어떤가.

A. 멤버들이 옆에 없어서 긴장을 했는데 이제 조금 괜찮아진 거 같다. 지금 즐기면서 인터뷰 하고 있다.(웃음)

Q. ‘여곡성’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참여하게 됐나.

A. 원래 영화에 관심이 많아 도전해 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공포 장르라는 점에서도 끌렸고 사극이라는 것도 좋았다. 특히 옥분이라는 캐릭터의 감정을 보는 순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분에게 빠져들었다.

Q. 옥분을 어떤 캐릭터로 분석했길래 캐릭터에 빠져들었나.

A. 초반에는 버려진 아이였다가 새 집안에 들어가게 되면서 처음으로 사회구성원이 된다. 임신하면서 인정도 받게 된다. 주변의 압박 때문에 악을 선택하는 비운의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아닌 아이인데 살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하는 불쌍한 아이다.

Q. 초반 한 동안 대사가 없다. 한참 후에야 대사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초반 캐릭터 설정 상 고아이고 그 집에 팔려간 인물이라, 후반에 변하는 모습과 뚜렷하게 차이점을 주고자 했던 것 같다. 초반 대사도 많이 없고 주눅 들고 두려움에 차 있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었다.

Q. 옥분은 씨받이로 집안에 들어가 임신을 한다. 캐릭터적으로 극한 상황이라 연기하기 힘들었을 텐데.

A. 그 감정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모성애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해서 고민을 했는데, 부모님 생각을 하면서 상상을 해봤다. 부모님이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영화에는 크게 보여지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Q. 대부분 노메이크업에 수수한 한복을 입는다. 스크린에서 본 소감은?

A. 나에겐 큰 도전이었다. 항상 에이핑크로서 예쁘고 화려한 이미지만 보여드렸는데, 연기할 때만큼은 차별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빠져들 수 있는 작품 찾고 싶었는데 ‘여곡성’을 만난 것이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노메이크업이었다. 내가 의견을 냈는데, 스태프들이 ‘조금은 해야 하지 않을까’ ‘잡티는 가리자’ 해서 살짝 하긴 했다. 아쉽다.(웃음)

(사진=스마일이엔티)

Q. 첫 영화에다가 액션신이 많아서 긴장을 많이 했겠다. 가장 긴장했던 부분은 어떤 신인가.

A. 서영희 선배, 혹은 다른 며느리들과 다투는 장면들이 꽤 많았다. 옥분이라면 어떻게 화를 낼까 생각 했다. 평소 내가 평화주의자라 싸움을 안 좋아한다. 게다가 처음으로 촬영하는 신이 싸우는 거라 어떻게 화를 표출하지 고민했다.

Q. 서영희와 대립하는 역할인데, 서영희에게 배운 점이 있다면?

A. 선배는 액션신을 많이 해봐서 정말 잘 하시더라. 나는 앓으면서 한다.(웃음) 감독님이 나는 공부하는 스타일이고, 서영희 선배는 본능적으로 연기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선배의 모습이 내게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아무리 공부를 해와도 현장에서 부딪치는 게 있다. 현장에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Q. 옥분이 도전하기 힘든 역할임은 분명하다. 아이돌 꼬리표를 떼기 위해 신경을 쓴 것일까.

A. 나는 사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피하려고 하진 않는다. 본업이 가수고, 평생 따라다닐 수식어인 것 같다. 내 팀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수로서도, 연기로도 다양한 모습 보이고 싶다.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는 것 자체가 좋고 행복하다.

Q. 가수ㆍ배우 양 측에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가고 싶나.

A. 사실 팀 활동도 아직 10년이 안 됐다. 마의 7년을 넘겼을 뿐이다. 가수로서 자리는 잡았지만 이루지 못 한 게 많기 때문에 팀으로서 활동하고 싶은 게 많다. 멤버들 모두 이 부분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더 큰 무대도 서고 싶고, 콘셉트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싶다. 그래서 여전히 멤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Q. 배우로서는 어떤 목표가 있나.

A. 앞으로 팀 활동하면서 연기를 병행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연기자로는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느낌이다. 처음으로 인터뷰도 했지 않나.(웃음)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다. 배우 손나은이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하고 적응이 안 된다. 현장에서 내 이름이 적힌 의자를 볼 땐 ‘그래도 되나’ 싶다. 지금 ‘이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상태다. 더 노력하고 꾸준히 가다듬어서 나중엔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아이돌들이 ‘마의 7년’을 넘는 건 멤버 중 연기하는 친구들의 의지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에이핑크의 경우엔 어떻게 앞으로 계속 함께 가기로 결정한 것인가.

A. 내가 중심이 된 건 아니지만, 멤버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같았기 때문에 그 순간에 마음이 뭉치지 않았나 싶다. 우리 모두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

Q. 연기하는 멤버들이 많아서 의지가 되겠다. 멤버들이 피드백도 해주나.

A. 너무 좋다. 개인마다 특색이 다르기 때문에 흩어져서 일하다가 에이핑크로 ‘탁’ 보여주는 게 멋있는 것 같다.(웃음) 그런 선배들도 있었고, 우리도 이제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멤버들은 모두 내 편에서만 얘기해준다. 키스신 찍으면 ‘우리 언니 안돼’ 이런 식이다.(웃음) 사실 객관적인 평가는 못 해준다.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힘이 되는 것 같다.

(사진=스마일이엔티)

Q. 멤버들 중에선 연기를 빨리 시작한 편인데, 처음에 연기는 어떻게 하게 되었나.

A. 학생 때 음악 듣는 것 좋아하고 장기자랑으로 춤을 추긴 했지만, 미술을 진로 정하면서 연예인은 아예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좋은 기회에 소속사에 들어갔고, 가수 연습생이 되었다. 그러다가 연기 연습생으로 보내져서 혼란스럽다가 적응을 했는데, 다시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연기에 아쉬운 점도 있었고, 회사에서 다시 연기를 시켜주니까 기회를 잡아 하고 있다.

Q. 욕심이 많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A.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욕심이 있는 편이다.(웃음) 혼자 속으로 꿈꾸고 있는 부분이 많다. 이뤄내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원래 속마음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것 또한 극중 옥분이와 비슷한 것 같다.

Q. 평소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새로운 일을 할 때 ‘떨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내성적인 편인가.

A. 원래 사람들 만나는 것도 힘들어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처음엔 나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몸도 아팠다. 지금도 스트레스를 안 받진 않지만 일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집에 있을 때 에너지를 많이 받는데, 그 에너지로 밖에 나가서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신기하다. 그런 아이가 아니었는데,(웃음) 그래도 좋은 쪽으로 바뀐 거라고 생각한다.

Q. 남들과 다른 손나은만의 색깔은 뭐가 있을까.

A. 조급하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가고 싶은 게 있다. 엄청난 것을 하려면 처음부터 막 했을 거다.(웃음)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지 않았다. 드라마도 작은 역부터 하나씩 올라왔던 것 같다. 그 페이스가 좋다. 팬들도 좋아하신다. 그 방식대로 나는 꾸준히 차근차근 가고 싶다.

Q. 결국 이번에 영화의 주연을 거머쥐었다. 성취감이 있을 텐데.

A. ‘과연 주연을 할 만한 자격이 될까’ 부담감이 너무 컸다. 영화 찍을 때는 성취감보다 부담감이 더 컸는데, 다 찍고 난 지금은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 와서 보면 아쉬운 점이 눈에 보이긴 하지만 나 자신에겐 대견하다고 잘 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Q. 관객에게 듣고 싶은 평가가 있나.

A. 어떤 것을 하든 여러 가지 평가를 받을 거라고 감안하고 뭐든 시작한다. 좋은 말만 들을 순 없는 거다. 물론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나쁜 말을 들으면 또 흔들리고 상처받긴 한다. 아직까지는. 하지만 또 그런 글들이 없으면 서운 할 것 같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평가든 수긍하겠다.

Q. 시나리오도 많이 보고 있나.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가.

A. 시나리오는 영화ㆍ드라마 다 있는데, 뭘 할지 모르겠다. 장르도 멜로ㆍ액션ㆍ스릴러 모두 좋다. 내가 이제 26세이기 때문에 내 나이대에 할 수 있는 풋풋한 청춘 멜로도 해보고 싶다. 사실 나에게 시나리오가 들어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다. 시나리오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