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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지훈이 답했다...‘엄복동’이 그래도 의미있던 건
입력 2019-03-05 14:06   

(사진=레인컴퍼니)

“홍보사에서 불편한 질문은 미리 말해 달라 했는데 저는 그런 거 없습니다. 다 물어보세요.”

7년 만에 충무로로 돌아온 정지훈은 시원시원하고 거침이 없었다.

영화 인터뷰는 홍보를 하기 위한 자리다.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영화를 포장하는데 힘을 쓴다. 직접 참여한 배우들이기에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탓이기도 하고.

이런 자리에서 영화가 기대보다 좋지 않게 나왔다는 평가를 받을 때, 대부분의 배우들은 그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방어하기 바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재밌게 볼 사람도 많을 거라고 자신을 위로한다.

하지만 정지훈은 달랐다.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 제작·제공·배급: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은 대부분의 관객들이 평가한 대로 아주 좋은 영화는 아니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지훈은 잘못된 부분은 깔끔하게 인정했고 오해할 만한 부분을 푸는데 집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와는 별개로 정지훈 만큼은 응원하게 된다. 과연 ‘자전차왕 엄복동’의 문제는 무엇이고, 오해는 무엇일까. 적어도 정지훈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의의와 얼마나 애썼는지 정도는 알려져야 할 것이다.

<정지훈과 일문일답>

Q. 영화로는 7년만의 복귀다. 그동안 얼굴을 자주 보기 힘들었는데 어떻게 지냈나?

A. 겉으론 평온하게 보이지만 다리 밑에선 엄청나게 ‘열일’하고 있었다. 티가 안 났을 뿐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했다. 내가 가수와 배우를 함께 하지 않나. 가수는 1~2년 계획을 미리 잡아야 하는데 그 와중에 영화가 들어오면 좋은 작품이더라도 놓치게 된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내가 쉬고 있었을 때 대본을 받았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어린이들 영화인가 싶었다.(웃음) 그런데 첫 장을 넘겨보는데 일제 강점기 이야기더라. 이게 뭔가 싶어 쭉 읽어봤고, 허구의 인물을 왜 엄복동이라고 이름 지었냐고 물어봤는데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대본을 만들었다고 하더라. 좋은 작품 같아서 참여하게 되었다.

Q. 픽션이 가미된 영화다. 역사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사실과 픽션을 잘 구분해야 했을 텐데.

A. 엄복동이 가상의 인물이라고 봐도 된다고 생각했다. 엄복동의 생을 보면 중간 중간이 빈다. 영화에서는 어디까지이고 허구가 어디까지일지 정하고 가야 하는데, 나 역시 마지막에 사람들이 엄복동을 환호하는 장면은 손이 오그라들어 바꾸자고 했다. 하지만 영화적 장치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하더라. 엄복동이 너무 잘 달려서 사람들 경기를 보러 10만 명이 모였는데, 억울하게 반칙패를 당하고 열 받아서 일장기 꺾어버렸다고 한다. 그 당시 일제강점기 시대인데, 일장기 꺾는 순간 조준사격이었을 거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서 인간방어막을 쳐줬다더라. 이후에 엄복동은 4년 동안 칩거를 한다. 왜 칩거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중국 자전차대회에 홀연히 나타났다가 이후 또 사라진다. 중간 절도도 하고 실형도 산다. 배고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무슨 일 때문인지는 자료가 없다.

(사진=레인컴퍼니)

Q. 엄복동이 왜 자전거를 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보인다. 이후엔 그가 자전거를 타는 것이 국민을 위로해주었다고 결론지어지는데, 엄복동의 신념이 극에 드러나진 않는다.

A. 이 사람이 자전거를 조선을 위해 탄 건가, 아니면 정말 자전거가 정말 좋아서 신바람으로 탄 건가, 그 신념이 무엇인지 나타나있지는 않다. 이순신ㆍ유관순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위인이지만 이 사람은 스포츠 영웅이지 위인은 아니다. 다만 당시 자전차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조선에게 희망을 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아래 글에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Q. 엄복동은 감정을 절제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모두 드러낸다.

A. 엄복동이 입체적인 인물은 아니다. 특히 이 캐릭터는 처음부터 입체적이면 끝이라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과 제작자 이범수 역시 엄복동은 단순하다고 말해줬다. 논점도 흐리면 안 된다. 이 영화는 애국심, 일명 ‘국뽕’을 MSG로 쳐서 ‘감격스러워요’라는 반응을 구하는 게 아니다. 엄복동은 신념도 모르고 그저 자전거가 좋아서 탔는데, 그 와중에 애국단이 나타났고, 마지막엔 형신(강소라 분, 엄복동과 극중 로맨스를 형성하는 애국단 인물)의 복수를 위해 자전거를 던진 것뿐이다. 만약 처음부터 다채로운 인물이었다면, 마지막 상황에 대한 분노와 형신의 죽음에 대한 억울함이 잘 표현되지 않았을 것 같다. 마지막 눈빛 또한 ‘형신을 네가 왜 죽였어?’지 ‘대한독립만세’가 아니다.

Q. 영화의 마지막 자막에 ‘엄복동으로 인해 독립이 고취 되었다’고 정리되는데, 정지훈이 생각한 엄복동 캐릭터와는 괴리가 있는 건가?

A. 그렇다. 엄복동을 꾸준히 보면 뭐 없다. 전투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형신이로 인해서 달릴 이유가 생긴 거고, 사랑하는 여자가 죽었으니 복수하는 거다. ‘독립이 고취 되었다’는 자막 내용은 바뀔 가능서이 크다. 3ㆍ1운동이 여기서 발단이 됐다는 게 아니라 이처럼 여러 알려지지 않은 운동들이 있었을 거라는 말이었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확실히 문구를 바꿀 필요가 있는 것 같다. 3ㆍ1운동과 관계는 없지만 이런 일들이 있었고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으니 ‘알아주세요’라는 거다. (정지훈의 말대로, 개봉 버전에는 언론 시사회 버전과 달리 해당 문구가 빠졌다.)

Q. 영화에 대한 혹평이 많은 바람에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A. 맞을 건 맞아야지 안 맞으려고 핑계를 댈 수는 없다. 채찍질할 것 하시면 내가 대답 드리겠다. 내 성격상 피하고 싶지 않다. 홍보팀에서도 곤란한 거 있음 미리 말해달라는데 곤란한 거 하나도 없다. 질문할 거 다 하시라. 다 말하겠다.

(사진=레인컴퍼니)

Q. 제작자가 정지훈에게 주인공을 제안한 이유는 뭘까?

A. 내가 묵묵히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실제로 영화 찍는데 내 도전 정신과 승부욕이 발동됐다. 감독님이 ‘이정도면 오케이(OK)’라고 하셨는데 ‘이정도면’이란 말은 내게 만족이 안 된다.(웃음) 이 정도면 뽑을 수 있다고 하시는데, 나는 시원한 ‘오케이’ 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Q. 영화의 평가가 어떻든 간에 배우가 고생한 건 맞다. 자전거를 굉장히 많이 탔을 텐데 물리적으로 환산하면 어느 정도일까?

A. 한 트랙이 500미터다. 점심 먹기 전까지 4시간 동안 50~60바퀴를 돌았고, 그 이후에 또 5시간 동안 더 돌았으니까 흙바닥에서 130바퀴 정도 돈 거다. 중간에 쉬는 날 없이 7개월 했다고 보면 얼추 하와이 갔다 온 거다.

Q. 이 영화를 함으로써 정지훈에게 어떤 이득과 손해가 있을까?

A. 내 선택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고, 관객이 많이 들지 적게 들지 관객의 평가만 남은 거다. 그동안 좋은 작품이어도 타이밍이 안 맞아서 못 할 때가 있고, 지금 이 작품으로는 엄복동 세 글자 알리는 것만으로도 좋다. 영화가 잘되면 좋겠지만 영광은 신이 내려주는 거다. 그저 내몫의 연기를 할 수 있음에 만족한다. ‘작품은 좋은데 연기는 왜 그래?’ 하면 잠이 안 왔을 거다. CG도 많이 말씀해주시는데, 내가 기대한 것보다는 잘 나왔다. 형신과의 이야기는 현재 버전보다 더 길었지만 편집이 되었다. 내가 의견을 말하는 건 월권이고, 나는 복동이만 봤다.

Q.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고 있는데, 최종적으로 가고 싶은 지점은 어디인가?

A. 최근에 (박)진영 형을 많이 만나고 있다. 서로 사는 얘기를 한다. 제작자이면서 가수로서 꾸준히 현역에 있는 게 너무 멋있다. 배우로서는 송강호ㆍ최민수 선배의 중후함이 멋지다, 다만 이렇게 말하는 건 디테일한 하나를 말하는 것이고, 인간 정지훈에게 어떤 선물을 주고 싶다는 대전제가 있다. 내가 재작년에 KBS2 ‘더유닛’이란 오디션 프로를 했지 않나. 사실 내 주제에 누구를 가르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 번 망했던 친구들이 다시 모인다는 게 내 마음을 움직였다. 나도 그룹 했다가 망했다. 이후 모토가 생겼다. 다들 소중한 존재니까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거다. 나는 그동안 나를 한 번도 소중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게 했다. 이제는 나를 조금 아껴주고 싶다. 다들 오늘 하루 빨리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오늘 하루 뭐하지?’ 생각해야 하고 아무 것도 안 하는 날이 올 것이다. 언젠간 이 워커홀릭을 버려야 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나는 지난 4~5년 동안 아침에 눈 뜨면 부재중 메시지 있으면 먼저 인터넷을 켜고, 내 기사가 있나 살펴본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아침이 숨 막힌다. 밤에 잤는데 다음날 이상한 게 나오면 어떡하지? 싶은 거다. 그런데 내 자신을 내려놓고 나를 사랑하니까 그 압박을 내려놓게 되더라. 나뿐만 아니라 다른 연예인 모두 그럴 거다. 내 자신이 스스로 전화기를 없애고 자연인이 되는 그날까지 기다리겠다. 은퇴까지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홀연히 그냥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싶은 그날 말이다.

(사진=레인컴퍼니)

Q. 이렇게 놓게 된 배경이 뭔가?

A. 이 일을 하면서 다짐한 게 있다. 난 사람들의 장난감이라는 거다. 사람들이 내가 좋아서 선택을 했는데 나중엔 질리기도 한다. 또 밥 한 끼 먹고 나면 보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런 각오를 하고 연예인이란 직업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장난감으로부터는 은퇴를 하고 싶은 거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대놓고 하진 않겠다. 곧 은퇴한다는 말도 절대 아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겠습니다’도 아니다.(웃음) 나중에 10년 뒤쯤이 아닐까 싶다.

Q. 10년은 너무 짧다.

A. 아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죽을 때까지 일만 할 거 같다. 스티브잡스가 한말이 뼈에 사무친다. ‘혁신을 이뤄라’라고 말했고 이 세상 누구보다 돈을 많이 벌었지만, 죽기 전에 결국 자신의 앞에 있는 건 생명을 유지하는 장치일 뿐이었다. 나는 책 읽는 것도 좋아하는데 시간이 없으니까 읽지 못해 힘들다. 스티브잡스의 문구를 보니까 빨리 내려놓는 게 나한테 편하겠구나 싶었다. (대중은) 나 아니어도 즐길 사람 많지 않나. 가수도 배우도 넘치는데 나 하나 홀연히 없다고 해서 문제되는 건 없지 않을까.

Q. 지금 심적으로 괜찮은 상황인가?

A. 되게 많이 행복하다.(일동 폭소)

Q. 과거 가수로서 엄청난 사랑을 받았지만, 요즘 아이돌 시장은 다른 규모로 발전했다. 여전히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데,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

A.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 정말 단 한 번도 잘 되고 있다는 걸 느껴본 적은 없다. ‘왜 나에게 이걸 주지?’ 싶다. ‘학교종이 땡땡땡’을 불러도 잘 될 때가 있고, 뭘 해도 사고뭉치가 될 때가 있다. 다 겪다 보니까 하늘이 내려주는 뭔가가 있구나 싶다. 문제가 있으면 소통으로 풀면 되겠다 싶다. 진정성 있게 활동하다보면 ‘알아주겠지’란 생각이다. 과거엔 내가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지금은 후배에게 물려주는 건 당연한 거고. 나는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하면 된다. 내 또래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내가 지금 아이돌이 하는 음악을 하겠다고 하면 ‘주책이야’ 할 수도 있다. 햄버거를 케첩에 찍어야지 고추장에 먹을 수 없다. 그때만 할 수 있는 독창적인 무대가 있지 않을까. 나는 30ㆍ40ㆍ50 세대를 지켜가면서(웃음) 꾸준히 내 것을 열심히 하겠다.

Q. 이번 영화 또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다.

A. 내가 앨범 홍보도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다. 많이 해봤자 토크쇼 하나 정도고, 인터뷰도 거의 안 했다. 다들 내게 왜 이렇게 목숨 걸고 하냐고 한다. 이번에 ‘라디오스타’ ‘아는형님’에 나갔고, ‘아는형님’에선 춤만 30분을 췄다.(웃음) 내가 ‘안 한다’고 하면 변한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고, 개척할 것도 있는지 보는 거다. 그래도 21년차 됐으면, 영광을 얻고자 혹은 로또나 대박을 꿈꾸기 위해 어떤 음악이나 연기를 쫓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 영화로는 아트 무비ㆍ단편 영화를 해보고 싶어서 진행 중인 게 있다. 내가 제작비를 지원해서든 같이 하려고 한다. (나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지만 이건 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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