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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필의 이거 어때?] 한국판 '종이의 집', 빛났던 이주빈ㆍ이시우&아쉬운 전종서②
입력 2022-06-28 00:00   

웨이브, 티빙, 넷플릭스, 왓챠,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시즌(seezn)… 지상파 채널 개수보다 OTT 서비스가 많아졌다. OTT 오리지널 시리즈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는 콘텐츠, 극장 개봉작까지 더하면 볼거리가 많아도 너무 많다.

'윤준필의 이거 어때?'는 윤준필 기자가 직접 끝까지 다 본 콘텐츠를 리뷰하는 시리즈다. 콘텐츠 선택 장애를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편집자 주]

▲'종이의 집' 도쿄(전종서)(사진제공=넷플릭스)

①에서 계속

지난해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았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모델 겸 배우 정호연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해 9월 '오징어 게임' 공개 이전 40만 명이었던 정호연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27일 현재 약 2340만까지 늘었다.

지난 24일 공개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도 정호연처럼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배우들이 있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그 남자의 기억법', '닥터 로이어' 등에 출연하며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이주빈은 '종이의 집'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주빈은 조폐국 경리 '윤미선' 역을 맡았다. 윤미선은 극 중 강도단과 남북 합동 대응팀을 오가며 변수를 만들어 내는 인질로, 덴버(김지훈)과 러브 라인을 형성한다. 이주빈은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덴버'의 인간적이고 순박한 모습에 흔들리는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과감한 노출 연기도 불사했다.

▲윤미선 역의 배우 이주빈(가운데)(사진제공=넷플릭스)

인질 중에서 또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는 이시우다. 지난해 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를 통해 데뷔한 그는 웹드라마 '오늘부터 계약연애'와 최근 종영한 드라마 tvN '별똥별'에 출연한 2년 차 신인이다.

이시우는 '종이의 집'에서 미국 대사의 딸 '앤' 역할을 맡았다. 'VIP 인질'인 그는 강도들과 맞닥뜨려도 주눅 들지 않는 당돌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또 선우진(김윤진)에게 강도 사건의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핵심적인 역할도 수행한다. 대다수 시청자가 '앤'을 보며 "저 배우는 누구지?"라고 궁금해하는 것은 이시우의 똑 부러지는 연기력 덕분이다.

'오징어 게임'으로 이미 글로벌 스타가 된 박해수는 '종이의 집'으로 다시 한번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조폐국 안에서 현장을 지휘하는 강도 '베를린' 역을 맡았다. 원작의 베를린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매력의 베를린을 완성했다.

'종이의 집' 베를린은 북한 사투리를 구사하고, 마초적인 인물이다. 때로는 강압적이고, 독단적으로 강도들과 인질을 대하고 그로 인해 내분도 일어난다. 그동안 박해수가 다른 작품에서 보여줬던 캐릭터들과는 결이 다르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하지만 이질감을 느낄 새도 없이 박해수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금세 시청자들을 극에 집중하게 한다. 시청자들이 반드시 자신에게 집중해야만 하는 이유를 스스로 만든다.

원작 '종이의 집'은 물론 한국판 '종이의 집'에서도 핵심 캐릭터인 '도쿄'는 배우 전종서가 맡았다. 전종서는 데뷔작 '버닝'을 시작으로, 영화 '콜', '연애 빠진 로맨스' 등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배우다. 그랬기 때문에 그가 연기하는 '도쿄'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쏟아졌다.

한국판 '종이의 집'에서 도쿄는 북한에서 남한으로 큰 꿈을 가지고 내려왔다가 자본주의의 쓴맛만 보고 강도가 되는 캐릭터다. 강도들 중 가장 '한국화'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빈틈이 상당히 많다. 그가 자본주의의 쓴맛을 보고 나락에 떨어진 것이 목숨을 건 조폐국 '강도'로 보상받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전적으로 교수(유지태)를 신뢰하는 이유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종이의 집' 속 전종서에게 아쉬움이 더 크다. 배우 전종서의 문제보단 전작을 통해 증명된 전종서라는 배우의 고점을 한국판 '종이의 집' 도쿄가 감당하기에 캐릭터의 깊이가 너무 얕다.

▲'종이의 집' 베를린(박해수)(사진제공=넷플릭스)

원작을 모른다면 한국판 '종이의 집'은 선입견 없이 즐길 수 있는 나쁘지 않은 드라마다. 다만 대다수의 리메이크 드라마처럼 원작과 비교당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대부분 여기서 발생한다.

만약 원작을 알고, 그래도 더 재미있게 한국판 '종이의 집'을 보고 싶은 예비 시청자들이 있다면 '종이의 집'이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건너오며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한국 제작진이 원작의 특성에 한국의 어떤 것을 녹여보려고 했는지 짚어가며 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