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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의 NOISE] 블랙넛에 대중이 공감하지 않는 이유
입력 2017-05-09 15:03   

▲사진=블랙넛 인스타그램

음악은 국가와 인류를 초월한다. 음악을 표현하는 언어는 다르지만,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하고, 포용할 수 있는 정서가 음악에 있다. 그 음악에 담긴 ‘메시지 파급력’은 상당하다. 백제의 서동이 신라 제26대 진평왕 때 지었다는 ‘서동요’, 201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을 보더라도, 음악이 지닌 힘과 가치를 알 수 있다. 발라드는 물론 댄스, 힙합, EDM, 뉴에이지 등 장르적 성격이 다른 음악에도 그 힘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음악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적절하게 사용된다면 좋은 음악일 수 있으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음악은 그저 소리에 불과하다.

최근 힙합계에서는 ‘디스’의 경계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키디비는 최근 저스트뮤직이 발표한 ‘투 리얼’에서 블랙넛이 쓴 가사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가사는 “걍 가볍게 딸 감/ 물론 이번엔 키디비 아냐/ 줘도 안 처먹어 니 XXXXX는/ 걔네 면상 딱 액면가가/ 울 엄마의 쉰 김치”라는 내용이다. 이에 키디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도(道)를 넘은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키디비는 “솔직히 나는 키디비 사진보고 X쳐 봤다” 등의 가사가 담긴 ‘인디고 차일드’ 노래에 대해서도 블랙넛에게 한 차례 경고를 보냈다.

키디비가 블랙넛에게 법적 대응 방침을 세우자, 블랙넛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I respect for my unnie”(나는 언니를 존중해)라는 글을 반복적으로 적은 ‘깜지’를 게재했다. 글 중간에 김칫국물이 떨어져 있어, 블랙넛의 본심에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블랙넛과 키디비의 갈등에 대해 대중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대부분은 블랙넛의 행동을 비난했고, 일부는 ‘표현의 자유’라며 블랙넛을 두둔했다.

힙합은 다른 음악과 다르게 직설적이다. 특히, ‘디스’(Disrespect)는 상대방을 맹렬하게 비난하거나 조롱하면서 대중에게 대리 만족을 준다. 대중이 이해하고 공감할 때, ‘디스’는 통쾌하고 짜릿하다. 그 말은 상식이 통하는 내용이어야 대중이 공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식을 벗어난다면 그가 추구하는 음악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디스’의 공격 대상이나 범위는 무한대가 아니다. 분명, 건드리지 말아야할 것은 있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비틀기가 허용되는 것이지, 상대방의 인권을 짓밟거나 존엄성을 침해하는 공격은 오히려 지탄받는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와는 다르다. 표현의 자유는 각자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남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자신의 선택은 정당화될 수 없다. 대중이 힙합에 열광하는 이유는 메시지와 음악 때문인데, 블랙넛이 표현한 음악은 풍자, 비방, 비틀기가 아닌 키디비의 인권 침해다. 대중은 그의 음악이 불편하다. 누군가는 힙합에 대해 편향된 시각이나, 잘못된 관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말이라도 다 말이 아니고, 음악이라도 다 같은 음악이 아니다. 블랙넛은 비록 음악이 아닌 노이즈로 이슈가 됐지만, 앞으로 대중이 그의 음악에 공감할 지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