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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RIP’ 우리가 사랑한 스파이, 로저 무어
입력 2017-05-24 08:19   

007 로저 무어가, 세상을 떠났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각) 로저 무어의 자녀들은 성명을 통해 "아주 슬픈 소식을 전한다"라며 "아버지가 짧지만 용감했던 암과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라고 밝혔다. 향년 89세.

자녀들의 성명은 "평생 카메라 앞에서 열정적으로 연기한 아버지는 매우 특별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사람"이라며 "그동안 아버지를 사랑한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라고 덧붙였다.

1대 007로 숀 코너리에 이어 짧았던 2대 조지 레이전비를 거쳐 3대 007을 맡게 된 그는 부드러운 남성미로 숀 코너리와는 차별화된 007을 만들어냈다.

1973년 ‘죽느냐 사느냐’부터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레이커’, ‘포 유어 아이즈 온리’, ‘옥토퍼시’, ‘뷰 투 어 킬’ 등 출연한 시리즈만 총 7개. 역대 007 중 가장 많은 시리즈에 출연한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첩보요원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제임스 본드의 트레이드 마크인 '젓지 않고 흔든'(shaken not stirred) 마티니를 주문하는 모습은 역대 007 중 무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다. 매력을 여기 저기 흘리고 다닌 탓에 여러 본드걸과 엮인 것 또한 로저 무어다.

무어는 58세에 ‘뷰 투 어 킬’(1985)을 끝으로 본드 역을 티머시 달턴에게 넘겼다. 무어가 떠난 007은 한동안 인기 하락세를 그리기도 했다.

1927년 영국 런던 경찰관 가정의 외아들로 태어난 무어는 육군에 들어가 2차 대전 중 영국군에 복무했다. 런던 왕립극예술아카데미에 다녔고 단역 영화배우로 활동하다가 1945년 TV 시리즈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로 정식 데뷔했다.

1953년 미국으로 건너가 MGM과 계약을 맺고 1970년대 초반까지 주로 TV 드라마에서 활동했다. 1962~1969년 영국에서 전파를 탄 탐정물 '세인트'로 인기를 얻어 1970년대 초반까지 주로 TV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후 007을 만나며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맞았다. 그는 인도주의 활동 공헌을 인정받아 1999년에 대영 제국 훈장 3등급을, 2003년에는 대영 제국 훈장 2등급을 받기도 했다.

로저 무어의 장례식은 고인의 생전 소망에 따라 모나코에서 비공개로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