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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사선에서’, 박근혜의 우파 영화 살리기 결과물?(feat.판도라·재심·택시운전사)
입력 2017-05-31 12:59    수정 2017-05-31 13:00

▲앞서 이범수와 ‘사선에서’ 팀은 KBS2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 3주년 특집에 영상 편지를 보낸 바 있다.

원전폭발사고를 그린 ‘판도라’,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그린 ‘재심’,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택시운전사’…모태펀드 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영화들이다

이와는 반대로 모태펀드의 지원을 받아 승승장구한 영화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사선에서’다. 신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사선에서’는 영진위로부터 8억원을 지원 받은 것을 비롯, 모태펀드 산하 투자 캐피털로부터 35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이 영화의 제작비 45억. 그 중 43억이 정부의 지원으로 모인 셈이다. 도대체, 왜.

‘사선에서’는 서독에서 북한으로 월북한 오길남 박사의 에세이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오길남은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것으로 전해진 ‘통영의 딸’ 신숙자씨의 남편이자 혜원, 규원씨의 아버지다.( ‘사선에서’의 초기 제목은 ‘통영의 딸’이었다.)

오길남 박사는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1985년 독일 브레멘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럽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그는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가족과 함께 월북했다. 이후 공작원으로 파견됐다가 1992년 독일 주재 한국대사관에 혼자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부인 신숙자씨와 두 딸 혜원·규원씨는 북한에 끌려가 악명 높은 요덕 정치범 수용소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 정부가 이 영화에 흥미를 느낀 건 어쩌면 당연하다. 북한의 정치 공작과 그 과정에서 희생된 가족의 비극 등 정부를 우호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알려졌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1월 말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CJ의 영화·방송 사업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 방향을 바꾸라”고 직접 요구한 바 있다. 정권 비판적인 콘텐츠 생산을 중단하고 우호적인 콘텐츠를 만들라고 요구한 것. 이후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이 세상에 잇달아 나왔다.

정권이 선호하는 영화들은 모태펀드로부터도 사랑을 받았다. ‘연평해전’(NEW 배급), ‘인천상륙작전’ 등이 2개 이상의 모태펀드로부터 각각 30억~40억 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이 가운데 31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한겨레21 김완 기자가 출연,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화이트리스트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선에서’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이날 김완 기자는 “블랙리스트는 이른바 지원 배제 리스트다. 화이트리스트는 지원 독려 리스트 정도가 될 것”이라면서 “특히 영화 분야에서 두드려졌다. 영화 분야가 투자 규모가 크고, 산업적으로 파장이 크다보니,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계의 좌편향을 바로 잡는다’는 기조와 취지 속에서 지원하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사선에서’는 1980년 반체제 인사로 한국에서 버림받은 뒤 독일로 망명한 한 남자가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했던 이범수가 주연으로 참여했다. 당초 4월 개봉을 목표로 제작됐던 영화는 현재 개봉 소식이 잠잠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