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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썰] 방송에 옷을 입히다…SBS A&T 최주리 디자이너
입력 2017-08-29 08:53    수정 2017-08-29 09:25

▲SBS A&T 최주리 디자이너(사진=김예슬 기자 yeye@)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연출자, 조연출, 카메라 감독, 조명 감독, 음향 감독, 음악 감독, 로케이션 디렉터, 소품 담당… 그리고 또 하나, 의상 담당이 있다. 캐릭터의 성격과 콘셉트를 더욱 살려주며 극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의상 디자이너가 바로 그 주역이다.

최주리 디자이너는 SBS 의상팀의 일원으로서 의상 전반에 대한 매니지먼트를 맡는다. ‘용팔이’, ‘끝에서 두 번째 사랑’, ‘딴따라’, ‘가면’, ‘냄새를 보는 소녀’, ‘쓰리데이즈’ 등에 더해 최근 절찬리에 방영 중인 SBS 수목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와 방영 예정인 사전제작드라마 ‘당신의 잠든 사이’까지,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다. 의상이 방송에 미치는 역할은 어디까지일지, 최주리 디자이너와 만나 방송국 의상팀의 일상을 엿봤다.

Q. 그동안 어떤 작품을 맡았는지 소개해주세요.
최주리 디자이너(이하 최주리):
지금은 ‘다시 만난 세계’를 맡고 있어요. 그 외에 최근에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맡았죠. 그 외에는 ‘초인가족 2017’과 ‘끝에서 두 번째 사랑’, ‘딴따라’, ‘용팔이’, ‘가면’, ‘냄새를 보는 소녀’, ‘쓰리데이즈’ 등 여러 작품을 했어요.

Q. 주중극 외에도 주말극도 여럿 눈에 띄네요. 한 번에 여러 작품을 맡는 경우는 없었는지 궁금해요.
최주리:
보통은 많이 맡는 편이죠. 일단 프로그램이 하나 론칭되면 디자이너에게 하나씩 배정이 돼요. 그래서 한 사람 당 많으면 4~5개의 프로그램을 하고, 보통은 2개의 프로그램을 맡는 편이죠. 방송국에서 다루는 작품들이 많잖아요. 월화/수목 미니시리즈와 아침 일일드라마, 지금은 없어졌지만 저녁 일일드라마도 있었고요. 간간히 2부작이 나올 때도 있고 외부 드라마가 편성될 때도 있어요. 디자이너끼리 나눠서 진행한다고 해도 꽤 많은 편이에요.

▲최주리 디자이너가 의상을 담당한 작품들(사진=SBS)

Q. 제작진 중 의상팀과 의상 디자이너가 구분돼있는 걸 봤어요. 일반적으로 이를 구분해서 생각하긴 어려운 편인데, 의상팀과 다르게 의상 디자이너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최주리:
프로그램이 나오면 의상과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관리하고 디렉팅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요. 의상팀은 주로 현장에서 진행을 한다면, 의상디자이너는 내부에서 백 업(Back-up)을 해주는 거죠. 그래서 서로간의 협업이 많이 이뤄지는 파트예요.

Q. 의상에 대해 어떤 관리를 맡고 있나요.
최주리:
예산 작업부터 시작해서 프로그램 시놉시스와 대본을 받으면 캐릭터를 분석해서 스타일 콘셉트를 잡고, 이를 감독님과 협의해서 각 배우들의 개인 스타일리스트와도 협의를 거쳐요. 스타일리스트가 유니폼 외의 평상복을 준비한다면, 저희는 그 기반이 될 콘셉트를 잡아주는 거예요. 각 인물에 맞춰서 어떤 콘셉트를 가져가야 그 캐릭터가 더 부각될지, 배우들마다 사이즈와 체격이 다르니 각자 어울릴 만한 아이템을 선택해서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거죠.

Q. 요컨대, 드라마 의상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매니지먼트 하는 거네요.
최주리:
맞아요. 드라마에 들어가는 의상들의 전반적인 케어라고 생각하면 돼요. 만약 작품에 유니폼이나 특수 의상이 사용될 경우엔 이를 디자인 및 제작하거나 협찬을 받기도 하죠. 이건 현대극의 경우고, 사극이나 시대물은 인물 별로 콘셉트를 잡아 디자인하고 컬러도 정하게 되죠. 의상을 제작하고 현장에 가서 모니터링도 하는 업무를 맡아요. 한복은 저희가 직접 제작을 하는 편이어서 업무량이 많은 편이에요. 촬영 현장에도 현대극보다 훨씬 많이 나가고요.

Q. 의상 디자이너 외의 의상팀은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맡는 건가요?
최주리:
말 그대로 현장 지원 분야예요. 촬영현장에서 필요한,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의상에 관련된 것들은 체크하고 준비, 담당해주시는 업무죠. 연기자들의 의상을 현장에서 챙겨주고, 따로 코디네이터가 없는 분들에게는 저희 쪽에서 의상을 입혀주기도 해요. 그리고 현장에서 때마다 발생하는 일이나 필요한 부분을 말해주면 저희가 내부에서 지원을 해주는 형식이에요.

▲‘다시 만난 세계’에 등장하는 다양한 유니폼들(사진=SBS)

Q. ‘다시 만난 세계’에서는 의상에 대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요?
최주리:
‘다시 만난 세계’는 유니폼이 많이 사용되는 편인 작품이에요. 그래서 그 부분도 신경 쓰고, 캐릭터별 의상 콘셉트를 먼저 잡았습니다.

Q. 캐릭터마다 특징을 잡으려 한 부분이 았다면.
최주리:
여진구 씨는 과거의 고등학생이 현재로 온 만큼 순수하면서도 청량한 느낌을 주려 했어요. 그래서 색상도 어둡거나 칙칙한 색보다는 밝은 톤이나 화이트 색상을 사용하려 했죠. 이연희 씨는 편하면서도 여성스러움을 살리려 했어요. 이번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어둡거나 칙칙한 옷을 배제해서 여진구 씨와 마찬가지로 맑은 느낌을 내려 했죠. 드라마 자체도 예쁘니까, 그런 분위기에 맞춰서 밝고 청량하게 연출하려 했어요. 안재현 씨의 경우 모델 출신인 만큼 저나 감독님이나 스타일리스트 모두 우아하고 엘레강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살 수 있는 콘셉트를 잡고자 했어요. 워낙 옷태가 좋으시니까요(웃음).

Q. 초반부에는 교복이 많이 등장하기도 했죠.
최주리:
맞아요. 극 중 성해성(여진구 분)과 정정원(정채연 분)이 서로 첫사랑이어서 그런 판타지를 불러올 수 있는 부분이 있었죠. 그래서 현대적인 느낌보다는 클래식하면서도 기본적인 디자인으로 골라봤어요. 여자 교복도 리본 타이, 플레어 라인의 스커트를 사용했죠. 체크보다는 솔리드(민무늬)로, 네이비와 흰색을 매치해 청량함을 살리려 했어요. 성해성이 과거에서 현재로 왔을 때 교복이 달랐잖아요? 현대 교복은 컬러감도 살리고 체크무늬로 다른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Q. 의상 조합을 잘 짜기도 했지만, 작품에도 그렇고 연기자들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여름 드라마 특유의 청량하면서도 밝은 느낌이 극 전반에 깔려 있어서 판타지적인 느낌을 더욱 살린 것 같거든요.
최주리:
아무래도 연기자들이 깔끔한 느낌을 예쁘게 잘 살려줬어요. 그래서 화면도 동화적으로 예쁘게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감독님이 처음에 이야기를 나눌 때부터 교복이나 여러 디자인에서 청량한 느낌을 많이 강조해주셨어요. 감독님과 생각하는 방향이 같았던 만큼 더 예쁘게 잘 나온 것 같아요. 감독님도 옷에 관심이 있으시고 센스도 있으셔서 좋은 방향으로 협의가 잘 됐거든요. 영상의 경우도 카메라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 덕에 더 예쁘게 잡혀서, 의상이 더 빛을 발한 것 같아요.

▲청량한 분위기가 살아있는 SBS 수목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사진=SBS)

Q. 일반적으로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방송국의 의상팀이 어떤 일을 맡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편인데.
최주리:
일단 프로그램을 배정 받은 뒤 대본과 시놉시스를 통해 작품의 전반적인 느낌을 파악해요. 이후 인물별 스타일 콘셉트를 잡아 시안을 만들죠. 1차적으로는 감독님과 상의해서 작품 분위기 등을 반영한 스타일을 정리하고, 큰 틀을 잡으며 예산까지 협의하죠. 협찬과 구매 리스트를 작업해 초반에 들어가는 물량도 준비하고, 진행자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게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요. 각 배우들의 스타일리스트와도 콘셉트와 준비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나누죠.

Q. 생각보다 다루는 분야가 넓은 것 같아요. 드라마 시작 전 업무과정이 그렇다면, 방영이 된 이후에는 어떤 업무를 하게 되나요?
최주리:
초반부에 의상이 자리잡아가는 걸 체크해요. 그리고 중간마다 대본이 나오면 새로운 의상들이 필요한지를 살펴요. 필요하다면 직접 만들거나 구매 혹은 협찬 받는 식으로 의상을 투입시키기도 합니다.

Q. 작품이 끝날 경우 의상의 후 처리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최주리:
보관을 따로 해둬요. 오래된 옷들은 경우에 따라 폐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 사용한 의상들은 파손된 것을 제외하곤 보관을 해두는 편이에요.

Q. SBS 어워즈 페스티벌(SAF)에서 의상이 전시된 걸 봤던 것 같아요.
최주리:
맞아요. 간혹 행사가 있을 경우 그 해 방송된 프로그램의 의상 의뢰가 들어오죠. 그러면 가능한 선에서 의상을 추려 전시할 수 있게 제공해요. 그 외에도 SAF 행사의 스태프 의상 디자인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해마다 콘셉트에 맞게 준비하곤 하죠. 꼭 드라마만 맡기 보다는 예능의상도 제작을 하고, 특수한 의상을 의뢰 받으면 기존에 갖고 있는 의상을 제공하거나 직접 만들고 있어요. 과거 ‘스타킹’에서 출연자 퍼포먼스에 필요한 의상이 있다거나 할 때에도 저희가 제작을 담당했어요.

▲다양한 의상이 사용된 2016 SAF (SBS AWARDS FESTIVAL) 행사장(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방송국 의상팀은 대중에 접근성이 높은 직업은 아니에요. 직업을 택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최주리:
제가 김연아 선수를 좋아해서 피겨 의상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의상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던 중에 방송국 의상팀 채용공고를 접하고 이쪽 일에도 호기심이 생겨서 공채에 지원했어요. 방송 일을 하면 항상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캐릭터에 맞춰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처음에는 일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입사 후 알게 됐어요.

Q. 하지만 방송 분야는 매 회마다 마감이 있는 만큼 분명하게 힘든 일에 속해요. 업무상에 있어 어려운 부분이나 애로사항이 있다면요?
최주리:
맞아요. 아무래도 시간이 가장 힘든 부분이죠. 드라마는 매주 정해진 시간과 촬영 스케줄이 있으니 제한시간 내에 뭔가를 해결하고 만들어내야 하거든요. 시간에 쫓기는 게 방송의상 부문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에요. 영화의 경우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만큼 완벽하게 준비를 한 뒤에 중간중간마다 조금씩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 있지만, 방송은 사전 준비 기간보다 찍으면서 준비하게 되는 시간들이 더 길거든요. 사전에 소비한 건 초반에 소비되죠. 예를 들면, 갑자기 배역이 정해지거나 하면 연기자의 사이즈와 캐릭터별 느낌, 그 캐릭터 안에서 연기자에게 어울리는 콘셉트를 정리해 부랴부랴 준비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Q. 그렇다면 반대의 질문을 해볼게요.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찰 때는 언제인가요.
최주리:
방송의상을 하고 있는 만큼 저희가 준비한 의상이 화면에 예쁘게 나오는 게 가장 보람찬 부분이에요. 감독님이나 보시는 분들이 의상이 좋다거나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해주셔도 뿌듯하죠. 프로그램 완성도에 보탬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Q. 업무의 장단점을 소개해본다면.
최주리:
장점은 매번 프로그램을 할 때마다 새로운 분들을 만나 일을 한다는 거예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드라마,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배우들을 만나다보니 항상 새롭죠. 단점은 앞서 언급한 시간적인 부분이에요. 그 외에도 드라마를 볼 때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보기가 어려워졌어요. 일적으로 자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SBS A&T 최주리 디자이너(사진=김예슬 기자 yeye@)

Q. 공채 외에도 어떤 방식으로 채용이 진행되는지가 궁금합니다.
최주리:
정말 다양한 편이에요. 디자이너나 진행팀, 일반 의상팀은 공채와 프리랜서로 함께 구성돼서 채용 루트도 다양해요. TV 자막으로도 채용공고가 뜨기도 하니, 관심이 있다면 해당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아요.

Q. 방송국 의상팀 업무에서 가장 요구되는 역량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최주리: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이 분야는 사람과 정말 많이 접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만드는 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의상이나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나 센스도 있어야 하고요. 아무리 캐릭터 위주로 의상 콘셉트를 잡아가도 현실이 반영돼야 하니까요. 그런 부분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Q. 방송의상 분야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최주리:
방송 일에 관심이 있고, 옷을 좋아하면서 문화 전반에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방송과 융합된 일에 관심이 많다면 얼마든지 문을 두드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