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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결산] 방송가,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입력 2017-12-17 09:00   

케이블TV와 종합편성채널의 약진은 비단 올해의 화두만이 아니다. tvN과 JTBC를 필두로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콘텐츠들은 지상파의 높은 벽을 허물기 충분했다.

때문에 이제 지상파는 케이블TV, 종합편성채널과의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시청률 경쟁이 몹시 치열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굴욕이라 여겨졌을 10% 미만의 시청률로도 ‘대박’ 소리를 듣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모바일 플랫폼의 급부상은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선사한 반면 공급자들의 각축전을 심화시켰다. 전체 콘텐츠 시장이 잘게 쪼개지며 더 이상 기존의 시청률 집계 방식이 힘을 잃어 가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은근슬쩍 시작된 지상파 중간 광고 도입이 눈에 띈다. 현재 지상파 채널에서는 일부 예능 및 드라마를 1부와 2부로 나눠 중간에 60초 분량의 광고를 삽입하고 있다. 줄어든 수입을 중간 광고로 메워 보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다.

2017년 방송가의 전체적 흐름은 이렇다. 콘텐츠의 초점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맞춰져 가고 있는 가운데, 비즈엔터 기자 3인이 지상파 3사의 경향성을 짚어봤다.

▲드라마 '맨홀'(왼쪽)과 '황금빛 내인생' 공식 포스터(사진=KBS)

◆ 쓴 맛 단 맛 다 본 KBS

2017년 KBS는 최저점과 최고점을 동시에 찍었다. 지난 9월 종영된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이 1%대라는 지상파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현재 방영 중인 ‘황금빛 내 인생’은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올해 최고의 드라마에 등극했다.

이 같은 극과 극 사이에는 정통 드라마보다는 타깃층이 분명한 드라마들이 다수 목격됐다. 특히 청춘물이 많이 편성됐는데, ‘쌈, 마이웨이’·‘란제리 소녀시대’·‘최강배달꾼’·‘최고의 한방’ 등이 시청자들을 찾았다. ‘추리의 여왕’·‘매드독’·‘마녀의 법정’ 등 장르물도 호평 속에 종영했다. 그러나 KBS가 강한 분야 중 하나였던 사극은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던 ‘화랑’과 ‘7일의 왕비’ 뿐이었다.

예능국은 침체 분위기였다. 스타가 돼 프로그램을 떠났던 개그맨들이 ‘개그콘서트’에 복귀했지만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파업 기간 중에도 역대 최다 파일럿 프로그램들을 내놨지만 이 역시도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김생민의 영수증’을 제외하고는 큰 수확이 없던 2017년이었다.

▲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 공식 포스터(왼쪽), '무한도전' 촬영 스틸(사진=MBC)

◆ MBC, 드라마 명가? 예능 강국? 글쎄올시다

드라마 명가, 예능 강국도 이제 지나간 얘기다. 올해 MBC는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시원찮은 점수로 체면을 구겼다. 지난달 종영한 ‘20세기 소년소녀’는 MBC 역대 최저 시청률을 경신했고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등 간판 예능 프로그램은 위기설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초 ‘역도요정 김복주’ ‘역적’을 성공시키며 희망찬 출발을 알렸던 MBC 드라마는 그러나 ‘파수꾼’ ‘왕은 사랑한다’ ‘20세기 소년소녀’ ‘로봇이 아니야’ 등 하반기 내놓은 작품 대부분이 동시간대 시청률 최저 순위를 기록하며 고전했다. 그나마 시청률이 높았던 ‘죽어야 사는 남자’ ‘병원선’은 특정 문화와 직업군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 질타를 받았다.

예능국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파업으로 인한 결방은 차치하더라도 ‘라디오스타’ ‘무한도전’ 등이 매너리즘에 빠진 모습으로 실망을 안겼다. 게스트에 대한 사전 정보 조사보다 MC들의 ‘독설’로 매 회를 때우던 ‘라디오스타’의 방법은 결국 ‘김구라-김생민 논란’을 불러왔고, 연초 휴식기를 가졌던 ‘무한도전’은 복귀 이후 가수 이효리, 배우 김수현,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 등 초호화 게스트를 내세웠지만 섭외력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나혼자 산다’가 시청률과 호평을 모두 챙기며 자존심을 세웠다.

▲드라마 '피고인'(왼쪽)과 '미운우리새끼' 공식 포스터(사진=SBS)

◆ SBS, 사랑은 법원에서, 예능은 관찰카메라로

SBS는 올해 장르물 드라마가 대세였다. 법원에서 사랑을 하고 사건을 해결하며 정의도 구현했다. 검사와 변호사, 판사 등 법원의 여러 인물들이 주인공을 이뤘다. 이외에도 기자들의 이야기 등 전문 직군을 가진 주인공들이 활약했다.

올 초 흥행에 성공한 ‘피고인’에서는 사형수가 된 검사 박정우(지성 분)가 거대 악인 재벌을 상대로 고군분투했고, 그 배턴을 이어받은 ‘피고인’에서는 경찰 신영주(이보영 분)가 판사 출신 변호사 이동준(이상윤 분)과 법률비적을 응징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외에도 ‘조작’, ‘수상한 파트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이판사판’, ‘의문의 일승’ 등 법정 드라마와 국정농단 등의 세태를 반영한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었다.

예능은 관찰카메라들로 가득했다. 시작은 역시 예능 공룡 ‘미운우리새끼’다. 어머니들이 아들의 일상을 담은 VCR을 보며 솔직하게 코멘트를 던지는 모습이 인기를 끌자 비슷한 포맷이 하나둘씩 선보여졌다. 이미 오랜 기간 방송 중인 ‘자기야-백년손님’을 비롯해 새롭게‘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싱글와이프’, ‘살짝 미쳐도 좋아’ 등 다수의 관찰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바야흐로 관찰 예능의 향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