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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데이식스, 살아있네!
입력 2017-12-19 16:33    수정 2017-12-20 08:37

▲보이밴드 데이식스(사진=JYP엔터테인먼트)

보이밴드 데이식스는 올해 두 장의 정규음반을 발표했다. 첫 장은 ‘선 라이즈(SUN RISE)’, 두 번째 장은 ‘문 라이즈(MOON RISE)’다. 두 장을 더하면 하나의 ‘날(DAY)’이 완성된다. 데뷔한지 만 2년. 데이식스는 지금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혀나가고 있다.

“올해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그에 대한 결과물이 ‘문 라이즈’로 나온 것 같아 뿌듯합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많은 곡을 써 왔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가 대견스러웠어요.”(성진)

데이식스는 올해 ‘에브리데이식스’ 프로젝트를 통해 매월 신곡을 발표하고 공연을 열었다. 제이는 “가사를 쓰는 영케이가 가장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그를 다독였다. “거대한 프로젝트이지만 큰 기회라고 여겨지기도 했어요. 올해는 열심히 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보냈어요. 1년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더라고요.”

영케이는 “중간 중간 고비가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쓴 가사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 가사가 괜찮은가, 괜찮지 않은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어요.” 타이틀곡 ‘좋아합니다’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제목이 애를 먹였다. 트랙과 멜로디가 마음에 들어 가사까지 잘 붙이면 타이틀곡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아합니다’라는 제목이 충분치 않게 느껴졌던 게다. 영케이는 “멤버들이 응원해준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노래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필은 ‘좋아합니다’를 “굉장히 빠져서” 듣다가 “울었다”고 한다. “여러 감정이 오더라고요. 1년 동안 겪어온 과정이 머리를 지나가고 우릴 챙겨주신 분들도 많이 생각났어요.” 영케이는 이 노래를 “많이 불러주고 싶은 노래”라고 설명했다. “‘살다 보면 맘대로 되는 날이 그리 많지는 않았죠’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에요. 그렇게 느끼시는 분들에게 ‘좋아합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보이밴드 데이식스(사진=JYP엔터테인먼트)

원필은 ‘노력해볼게요’의 작사를 맡았다.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에 대한 감사함을 노래한 곡이다. 원필은 이 곡을 쓰면서 팬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1년 동안 저희만 고생한 게 아니잖아요. 우리가 잘나든 못나든 늘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의 모습이 부모님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팬 분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었던 노래입니다.”

TV에서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업계에서는 꽤나 입소문을 탄 밴드다. 음악 전문 웹진 이즘(izm)은 올해 최고의 음반을 선정하면서 데이식스의 정규 1집 ‘선라이즈’를 꼽았다. 아이돌 그룹의 음반 가운데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팀은 데이식스가 유일하다. 데이식스는 ‘올 보컬(All-Vocal)’ 체제를 팀의 강점으로 꼽았다.

“누가 노래를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져요. (노래를 부르는) 네 명 모두 좋아하는 장르나 소화할 수 있는 장르가 달라서, 구현해낼 수 있는 장르도 다양하고요.” (영케이)
“대중적이면서도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다보니 우리 자신의 눈이 깐깐해야겠더라고요. 한 곡 한 곡, 최대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수 있는 노래를 만들려고 합니다.”(성진)

데이식스의 주 활동 무대는 공연장이다. 홍대 인근의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을 시작했던 이들은 올해 아시아와 북미 주요 도시를 도는 투어 일정까지 마쳤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제이는 고향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공연 당시 “입술이 떨리고 다리가 떨리고 정신이 안 차려”질 정도로 긴장했다. 영케이는 군기가 바짝 든 제이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제이슨 므라즈나 존 메이어, 클라라 씨 같은 뮤지션이 같은 공연장에 섰던 걸 제가 봤거든요. 그런데 제가 10년 전에 앉아 있던 자리에, 우리를 좋아해주고 우리를 보러 온 사람들이 앉아 있는 거예요. 너무, 너무, 너무, 행복했어요. 그 공연을 마치고 나서 ‘진짜 뮤지션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제이)

▲'섬머소닉'에서 공연 중인 보이밴드 데이식스(사진=2017 섬머소닉)

올해 8월 일본에서 열린 ‘2017 섬머소닉’에 참가한 것 역시 데이식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이들은 도쿄 공연장 아일랜드 스테이지에서 공연했다. 섬머소닉은 미래의 거물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데에 탁월한 안목을 가진 공연이다.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를 먼저 알아본 것도 섬머소닉이었다. 2000년 이곳의 서브 스테이지에서 공연했던 콜드플레이가 8년 뒤 헤드라이너로 다시 출연했다는 일화를 떠올리자 번뜩 머릿속에 짜릿한 상상이 스쳤다. 과거 콜드플레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섬머소닉이 데이식스를 먼저 알아본 것 아닌가 하는 상상.

“관객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있는, 그다지 크지 않은 무대에서 공연했어요. 물론 저희를 보러 와주신 분들이 계시긴 했지만 그렇게 많지 않은 숫자였는데, 공연이 진행될수록 더 많은 관객이 모여서 처음의 몇 배로 숫자가 늘어났어요. 우리가 관객을 끌어들인 것 같아서 자랑스러웠습니다.”(영케이)

언젠가 영국 글래스톤베리나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되기를 꿈꾼다. 그래서 데이식스의 라이벌은 “어제의 데이식스”(영케이)다. “그동안 우리가 자신 있는 음악, 좋아하는 음악을 내왔다고 생각하는데, 이걸 뛰어넘고 발전해야죠.” 성진은 “멤버 개개인의 역량을 높여 ‘어벤저스’ 같은 팀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데이식스는 “공연장에서 가장 행복”(성진)하다. 데뷔 초부터 공연 위주로 활동을 이어온 덕분에 팬들과 호흡은 단연 최고다. 성진은 “관객과 우리가 하나가 돼 만드는 공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면서 “관객이 다 같이 즐기고 공감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노래를 들으며 우는 관객을 보면 우리도 모르게 눈물이 나요. 밝은 노래에 맞춰 춤추는 관객을 보면 우리도 춤을 추고 싶어지고요. 세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감정을 느끼면서 공연을 합니다. 그 때마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껴요. 앞으로도 많은 감동을 드릴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원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