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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흑기사’ 서지혜 “재발견이라는 말, 신선한 자극제죠”
입력 2018-02-22 08:47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KBS2 ‘흑기사’의 샤론은 명백한 사랑의 방해꾼이었다. 운명이라 생각했던 남자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지은 전생의 죄는 그에게 200여 년 동안의 형벌 같은 삶을 부여했다. 현생에서 다시 만난 남자와 그의 연인을 갈라 놓는 것만이 샤론이 존재하는 이유였다.

질투에 눈이 멀어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 캐릭터다 보니 미움 받으려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샤론이지만, 그를 향한 시청자들의 연민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지독한 사랑에 잠식돼 죽지도 못 하고 제멋대로 원념(怨念)이란 칼을 휘두르는 샤론의 팔자도 참 기구했던 탓이다.

배우 서지혜는 이 같은 악녀 중의 악녀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독하게 연기했고, 끝내 죽어서도 지워지지 않는 존재감을 남겼다. ‘흑기사’의 샤론은 서지혜에게 그야말로 꼭 맞는 옷이었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Q. 샤론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어요. ‘서지혜의 재발견’이라는 말도 나오고요.

서지혜: 악녀 캐릭터이기 때문에 욕을 많이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좋게 봐 주시니 감사하죠. ‘재발견’이라는 표현도 기분이 좋았어요. 데뷔한 지 오래 됐지만 인기나 주목도를 신경쓰면서 연기했다면 오히려 무척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 시기는 지난 것 같고, 지금은 제 갈 길을 열심히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부담감도 없지 않지만, 칭찬이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도 하고요. 앞으로 더 버텨내야 할 시간들이 남아 있으니 더 잘 해야 겠다는 마음이에요.

Q. ‘흑기사’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해요.

서지혜: 처음에 4회까지 대본을 읽었는데, 샤론이라는 인물이 정말 세더라고요.(웃음) 처음에는 과연 내가 악녀의 끝을 보여줄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초능력도 쓰고, 200년을 넘게 산 괴물이잖아요. 그렇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서 도전했어요. 제작진과 샤론에 대해서 깊게 얘기를 나눠 보니, 신비하고 오묘한 부분 보다는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나는 면도 많다고 느껴졌고요.

Q. 캐릭터가 워낙 독특하다 보니 연구할 때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서지혜: 확실히 어려웠어요. 제가 200년 이상을 살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웃음) 샤론이 어떻게 살아왔을지를 상상하기가 힘들었죠. 샤론과 베키(장미희 분)가 어떻게 그 오랜 시간을 살아 왔는지 중간중간 시대물 형식으로 표현된 부분들이 있어서 상상력의 빈곳을 채웠었죠. 작가님이 예스러운 느낌의 대사도 많이 넣어 주셨어요. 아메리카노를 블랙 커피라고 한다든가.

Q. 불로불사의 인물이었지만 악행을 지속하다가 점층적으로 늙어가게 됐잖아요. 그런데 얼굴만은 예쁘고 젊어서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서지혜: 그것도 설정이었어요. 머리카락이 백발로 변하고, 손에 주름이 생기다가 마지막에 샤론이 불타 죽을 때는 얼굴까지 전부 늙거든요. 이 설정이 잘 전달이 안 됐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분장에도 꽤 시간을 들였겠어요.

서지혜: 어색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손 한 쪽만 분장하는데 1시간 30분씩 걸렸어요. 분장팀이 고생이 많았죠. 원래는 베일을 쓰는 설정도 있었는데, 연기가 보이지 않아서 모자를 착용하는 걸로 변경됐어요.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Q. 프로 무용가에서 배우에 도전한 김설진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서지혜: 처음 대본 리딩할 때 머리띠 같은 걸 하고 오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굉장히 독특하게 연기를 하시는데 잘 어울리던 걸요. 샤론의 옆에서 부하 직원으로 있는 역할을 맡은 분이라 초반에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며 맞춰 봤어요. 연기를 잘 하시길래 경험이 있냐고 여쭤봤더니, 그 전에 영화를 찍은 적도 있고 무용을 하기 전에는 연극 무대에 선 적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Q. 장미희 씨와의 ‘女女케미’도 화제가 됐는데요.

서지혜: (장미희)선생님과 서로 독특한 캐릭터를 맡아서 서로 해석에 대해 공유도 많이 했어요. 엄마 같고, 친구 같고, 언니 같고, 동생 같기도 했죠. 워낙 베테랑이시다보니 잘 맞춰 주셨던 것 같아요. 드라마 속에서 베키랑 샤론이 등을 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본에 울라는 말이 없었는데도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지나가는 말로 연말에 베스트 커플상을 노려 보자고 하기도 했어요.(웃음)

Q. ‘서지혜’ 하면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서지혜: 털털해요. 밝고. 평상시에는 주위 신경 안 쓰고 잘 돌아다녀요. 집에 있는 성격이 못 되거든요. 집에 있으면 아프더라고요.(웃음) 집에서 레이스 원피스 입고 십자수나 뜨개질을 할 것 같다고들 하시는데, 완전 반대예요. 다음 번에는 밝은 캐릭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다들 오해 아닌 오해를 하셔서.

Q. 또 다른 변신도 구상하고 있나요.

서지혜: 연기를 시작한 지 15년이 됐지만, 아직 도전해 보지 못했던 캐릭터들이 많아요. ‘흑기사’에서는 다소 어두운 느낌의 코미디를 해 봤으니, 완전히 코믹한 인물도 연기해 보고 싶어요. 김옥빈과 친한데, 그 친구가 영화 ‘악녀’에서 보여준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강도 높은 액션 연기도 해 보고 싶어요. 체력 관리를 잘 해야 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