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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시트콤 전성시대는 다시 올까
입력 2018-02-23 08:00   

(사진=TV조선 ‘너의 등짝에 스매싱’, MBN ‘연남동 539’,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를 ‘한국 시트콤의 전성기’라 부르곤 한다. ‘남자셋 여자셋’, ‘순풍 산부인과’, ‘논스톱’ 시리즈 등의 시트콤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또 송승헌, 조인성, 송혜교, 한예슬, 현빈 등 다수의 톱스타들이 시트콤을 통해 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트콤 천하는 오래가지 못했다. 청춘물과 가족물로 양분됐던 시트콤 시장은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비교적 보편적인 정서가 담긴 정극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트렌디한 웃음을 무기로 삼는 시트콤이 시대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다. 웃기지 못하는 시트콤에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이유와도 궤를 같이 한다.

시트콤이 애매한 노선으로 빠진 후 재도약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영화를 연상케 하는 규모 큰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했다. 제작비가 드라마에 비해 적게 책정된다는 점은 양날의 칼이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돈이 덜 드니 아예 명맥을 끊을 이유가 없지만, 투자가 적으니 발전하지 못했다.

급기야 2010년대에는 시트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이들도 좀처럼 정통 시트콤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다.

시트콤의 자리를 대체한 것은 예능 드라마였다. 시트콤처럼 유머러스한 정서를 기본으로 하지만, 드라마의 색채가 좀 더 진하다. KBS2 ‘프로듀사’가 가장 먼저 이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예능국PD가 연출했을 뿐 정극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좀 더 웃음기가 강한 시트콤의 부활을 원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았다. 지난해부터는 드디어 방송국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7년 2월 방송된 SBS ‘초인가족’은 시대상을 적확하게 반영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MBC ‘보그맘’ 역시 고급 유치원 내 엄마들의사조직이라는 있을 법한 배경 속에 사이보그를 등장시킨 독특한 설정으로 호평받았다.

현재는 ‘시트콤계의 전설’ 김병욱PD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TV조선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비롯해 MBN ‘연남동 539’,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등이 정통 시트콤의 재기를 꿈꾸며 방영 중이다. 종합편성채널 특성상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신통치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제법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의견이 중론을 이룬다.채널 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요즘, 시트콤이 또 하나의 대안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