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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번엔 사랑 아닌 세태”...블락비 박경, 새로운 시작점에 서다
입력 2018-06-26 08:43   

(사진=세븐시즌스)

박경을 보는 대중의 시선은 이렇다. 자유분방한 악동이지만 머리 좋고 애교도 많은 막내아들 같은 이미지. ‘보통연애’ ‘자격지심’ ‘오글오글’로 대표되는 그의 달달한 솔로 곡들은 많은 사람들이 흥얼거리는 노래가 되었고, 처음으로 고정 게스트로 나선 예능프로그램 ‘문제적 남자’는 중장년층에게까지 인지도를 넓히는 기회가 됐다. 이렇게 박경은 그룹 블락비 멤버로서뿐만 아니라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자신만의 색깔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블락비 멤버로서 7년, 그리고 솔로 앨범으로 데뷔한지 3년, 어느새 4번째 솔로 싱글 앨범을 발매하게 된 박경. 지난해 미니앨범 수록곡 ‘잔상’ ‘너 앞에서 나는’ 2곡으로 각각 다른 감정을 보여준 것에 이어 4번째 싱글 ‘인스턴트(INSTANT)’(feat.SUMIN)는 한 곡에 다양한 무드를 담아 감정의 변주를 꾀한다. 직설적인 가사와 어우러진 힙합적인 리듬은 기존의 그의 싱글들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박경의 밝은 이미지만 알고 있던 대중에겐 낯선 것은 사실이나 시간이 흐른 만큼 성장하고픈 박경의 마음이 오롯이 담겼다. 스스로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박경의 ‘새로운 시작’이다.

Q. 발표했던 앨범들은 ‘연애 3부작’이라고 불렸다. 이번 앨범 홍보 문구로 ‘지금까지 박경을 잊어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 앨범으로 어떤 것을 제시하고 싶나.

- 그렇다고 이전의 박경을 잊으시면 안 된다.(웃음)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는 거다. 하나의 도전적인 곡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Q. 벌써 4번째 싱글 앨범이다. 그동안 ‘보통연애’ ‘자격지심’ 등 솔로 앨범 성적이 좋았는데, 이만큼 사랑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꾸준히 솔로 앨범을 내고 있는 소감을 말해 달라.

- 이렇게 사랑받을지 예측하지 못했다. 너무 기분이 좋다. 솔로 음원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신곡 ‘인스턴트’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솔로로 1년 5개월 만의 컴백이다. 공백 기간이 길어서 이번에 나올 때 어떤 곡을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동안 귀여운 사랑 노래를 많이 했는데, 이번엔 귀여운 분위기를 많이 뺐다. 이번엔 사랑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지만 사랑만 이야기 하는 건 아니다. 요새 무엇이든 빨리빨리 지나가는 주위의 것들에 대해 가사로 풀어내고 싶었다. 이런 류의 노래도 좋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Q. 기존에 달달한 노래를 했다면, 이번엔 어두운 분위기다. 분위기를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 귀여운 느낌이 내게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 나도 나이가 들었지 않나. 성숙함을 어필하기 위해 분위기를 바꾼 것은 아니고 나이가 듦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면서 나온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Q. 이번에도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았다. 프로듀싱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어떤 것인가.

- 대중적으로 히트를 칠 만한 요소들을 억지로라도 넣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대중적인 성공을 바란다면 반복적인 후렴구라든가 필요한 요소가 있는데 이번 노래는 그런 부분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 스타일을 고집한 것도 아니다.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만든 곡이다.

Q. 대중적인 것을 뺐다면 이번 노래의 성과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인가, 성과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 앨범은 박경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앨범인가.

- 이번 앨범은 앞으로 내 길을 확장하는데 의미를 뒀기 때문에 성적표로 의미를 갖진 않을 것 같다. 대중적으로 히트시키겠다고 만든 곡이 아니고 ‘내가 하는 음악은 이런 거다’ 보여주고 싶어서 만든 것이다. 성적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1위에 대한 욕심은 없는 것 같다. ‘1’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Q.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란 무엇인가. 블락비 재계약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블락비가 7년차이기 때문에 재계약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도 크다. 이것으로 박경의 음악 세계가 변할 수도 있을까.

- 지금은 재계약 시기가 아니다. 회사를 한 번 옮기면서 바뀌었다. 블락비와 솔로는 별개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블락비 앨범이 나오는 건 멤버 중 일원이고 솔로는 그룹에서 하지 못하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거니까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진=세븐시즌스)

Q. 빠르게 지나가는 것들이 아쉽다고 했는데, 어떤 게 아쉽나.

- 전체적인 세태를 보면 많은 게 빨리 지나간다. 가사 중에 ‘고백을 해야 사귀는 줄 알았는데, 요샌 답장 안 하면 헤어지는 거라며’라는 부분이 있다. 예전에는 ‘우리 1일이야’ 하고 사귀었는데, 요새는 썸만 타도 사귀는 거고, 연락을 안 하면 헤어진 것이 된다고 하더라. 음악들도 1990년대 가요들 보면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곡들이 많은데, 요새는 명곡들이 많지만 회자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 같아서 그런 아쉬움을 말한 거다.

Q. 그럼 박경은 아날로그적인 사람인가. 명확하게 1일이라고 말하는 편인가.

- 나도 사실 어느 정도 인스턴트로 살고 있는 것 같다.(웃음) 좋은 주제라서 쓴 거다. ‘인스턴트가 아닌 게 좋지’ 정도가 아닐까.

Q. 최근 ‘복면가왕’에도 출연했다. 다른 무대와 달랐을 텐데.

- 가면이 정말 답답했다. 사실 부담 없이 출연했다. 태일이 형, 블락비 멤버 중에 태일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형이 나갔으면 메인보컬이라 부담이 됐겠지만 나는 보컬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보여주고 오자는 마음만 있었다. 즐기고 오자는 마음이 강했다.

Q. 방금 멤버 태일에 대해 말하면서, 기자들이 태일을 알지 못할까봐 블락비 멤버라고 소개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블락비, 그리고 박경 위치는 대외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그래도 ‘문제적 남자’ 이후 밖에서 어르신들도 많이 알아봐주지 않나.

- 4명 중에 1명은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 싶다. 예능프로그램을 하면서 알아봐주시는 연령층이 높아진 건 맞다. 나이 있으신 분들이 많이 알아봐주신다.

Q. 멤버 중 지코는 ‘쇼미더머니’, 태일은 ‘더콜’ 등 음악 관련 프로그램을 했다, 박경도 더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나.

- 사실 나는 방송에 나오는 것에 대해 큰 욕심이 없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느낀다. 내가 하고 싶은 분야의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지만 동기 없이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꼽자면 ‘프로듀스’ 같은 방송이다. 프로듀서로서 곡을 주고 싶다. 그 곡으로 연습생들이 경연하고 나도 그렇게 방송을 하는 건 좋을 것 같다.

Q. ‘문제적 남자’ 등을 통해 똑똑한 이미지가 생겼는데, 가수 박경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

- 한국에서 똑똑하다는 이미지를 갖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으로 내 이름을 한 번 더 알리는 건 너무 감사하지만, 본업까지 침범해버리면 주객전도가 아닐까 싶다. 본업으로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아예 내가 노래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는 점이 아쉽다.

(사진=세븐시즌스)

Q. 지난해 인터뷰에서는 “아이돌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있다”라고 말했고, 올해 초 BBC 인터뷰에서도 “아이돌이란 감정노동의 직업”이라고 말을 했다. 현재는 그 짐을 많이 내려놓은 상태인가.

- 인터뷰 할 당시엔 블락비 컴백 시기라 국내와 일본 활동을 하면서 몸도 지치고,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여서 힘들게 보였던 것 같다. 이제는 가수, 인간 박경으로 나눠 생활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이돌 활동도 최선을 다하고 솔로도 솔로에 맞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힘들지 않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괜찮아졌다.

Q. 앨범 작업으로 힐링하는 편인가.

- 곡 작업이 힐링이 되진 않는다.(웃음) 힐링이 되는 건 정말 아무 말도 해도 되는 사람과 술 한 잔 하면서 말하는 게 가장 힐링이 된다.

Q. SNS 프로필에 자신을 ‘듣기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것이 박경을 대표하는 말일까.

- 재즈, 보사노바, 힙합, 밴드 등 장르 도전을 많이 하려고 한다. 장르를 떠나서 플레이 했을 때 ‘좋다’ ‘안 좋다’ 이분할로 나뉠 수 있는데, 그랬을 때 내 음악도 ‘듣기 좋은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써놓은 것이다.

Q.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어떤 것인가.

- CCM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CCM 좋아해 왔다, 내가 발라드를 쓰면 태일이 형이 ‘CCM 같지 않냐’고 말한다.(웃음) CCM을 본격적으로 할 생각은 아직 없지만, 만약 하게 되면 아버지가 좋아하실 것 같다.

Q. 이번 4번째 싱글 ‘인스턴트’ 활동은 어떻게 할 예정인가.

- 음악 방송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이전에 ‘자격지심’ 등 스페셜 스테이지로 불러주시는 분들이 있었지만, 솔로로 음악방송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 음악방송은 블락비였을 때만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무대는 블락비로 했을 때 가장 빛나지 않을까 싶다.

Q. 현재 박경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건 무엇인가.

- 시간 사용인 것 같다. 군대 가기 전에 어떻게 시간을 잘 사용할까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친 누나가 곧 결혼을 하는데 외국으로 간다. 그 전에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할 것 같다. 친구들도 앞으로 더 바빠질 것 같아서 최근에 초등학교 친구들 9명과 함께 발리를 다녀왔다. 지금은 행복한 시간을 새기고 싶은 시기다. 예전엔 ‘일’이 내 인생의 중심이었고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일이 다음 순위로 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내 인생이 행복할까’ 생각하면서 좋은 사람과 추억을 쌓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