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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애의 얼굴에선 뜨거움이 읽힌다
입력 2018-09-03 09:35   

(사진=비즈엔터DB)

대사가 많지 않더라도 수애의 얼굴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이는 이미 많은 서사를 담고 있는 듯한 그의 눈망울 덕일 것이다. 수애는 강렬한 눈빛으로 극의 분위기를 장악하고, 관객은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동안 수애는 시골 아낙에 불과했지만 남편을 찾기 위해 베트남 전쟁 한복판에 들어가 가수가 되고(‘님은 먼곳에’), 궁에 입성하면서 사랑과 정치ㆍ역사 속에 휩쓸리는 인물이 되었다가(‘불꽃처럼 나비처럼’), 북한 출신의 대한민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국가대표2’) 되어 극적인 감정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그 뜨거움을 욕망으로 분출시킨다. ‘상류사회’(감독 변혁)에서 수애가 연기한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은 고객인 최상위계층의 돈세탁을 도와주면서 자신도 높은 곳으로 올라가길 꿈꾼다. 비양심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다.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다면 사람의 감정도 이용할 수 있다. 욕망이 커지면서 점점 극한으로 몰려가지만, 욕망에 빠진 그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는커녕 뻔뻔하게도 본능을 그대로 다 드러낸다.

Q. ‘상류사회’는 영화 자체가 화려하다. 캐릭터 중심의 영화이기도 한데, 수연 역할을 맡아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

의상에 신경 썼다. 의상에 대한 우려가 많아서 촬영 전부터 피팅을 굉장히 많이 했다. 커리어우먼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 부분은 살리고, 수연의 여성성을 지양하기 위해 여리여리한 이미지는 피했다. 한 회장(윤제문 분)을 만나러 갈 때 빼고는 모두 무채색 의상을 입는다.

Q. 남편 장태준(박해일 분)과 대화를 할 때 거침이 없다. 대사를 빠르게 주고받는 신들이 흥미롭더라.

원래 설정대로라면 태준과 대화를 하면서 욕망을 정확하게 드러내야 하는 지점이었는데, 박해일과 함께 찍으면 ‘꽁냥꽁냥’ ‘티격태격’이 되었다.(웃음). 예를 들어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고 풀려난 후 맞담배를 피우면서 ‘내가 뭘로 보이냐’란 대사를 하는데 사실 날이 서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 연기는 의외의 케미가 보인다. 감독님이 이런 분위기도 좋다고 하셔서 그대로 가기로 했다. 그게 박해일과 나의 케미스트리였던 것 같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이 싸움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지점이 동지ㆍ파트너로 보였던 것 같다.

(사진=비즈엔터DB)

Q. 장태준이 국회의원 후보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신나하는 신이 인상적이다. 욕망에 가득 차 있지만 그 모습 자체는 순수해 보이기도 하다.

감독님이 팔짝 뛰라고 하셨는데, 감정은 이해되는데 물리적으로 어렵기도 했다. 수연이 욕망을 쫓는 부분에 방해요소가 되지 않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는데 캐릭터의 전환점이 된 거 같아서 좋았다.

Q. 감정을 그대로 다 드러내는 인물이기 때문에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는 않았나.

오히려 억압이 많았다. 수연이 2등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이라 현장에서의 무게감이 항상 있었다.

( ※ 아래 글에는 ‘상류사회’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Q. 수연과 태준의 관계를 뭐라고 봐야 할까. 쇼윈도 부부라고 하기엔 나름대로 애정이 있어 보인다.

그래도 사랑은 아닌 거 같다.(웃음)

Q. 앞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박해일은 사랑이라고 말하던데.(웃음)

태준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다.(웃음) 수연 입장에서 봤을 땐, 연애 때 잠깐 사랑한 건 맞겠지만 지금은 ‘내 편’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연이 민낯을 드러내도 계속 곁에 있어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진=비즈엔터DB)

Q. 중반 이후 수연에게 위기가 닥친다. 자신의 부정함이 공개될까봐 뒷거래를 할 정도로 두려워 하지만, 정작 마지막엔 스스로 자신의 부정함을 노출시킨다. 연기를 하면서 갑작스럽게 변하는 인물의 심리에 공감을 했나.

개인적으론 시나리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결말에서 자기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모습이, 공감보다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저런 여성이었으면 싶었다. 스스로의 민낯을 밝힌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Q. 수연의 욕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나. 상류사회를 향한 마음이 왜 그토록 간절했을까.

내가 생각한 수연의 전사는 이렇다. 아마도 수연은 학창시절 자기 주장 강하고 뛰어난 여성이지 않았을까 싶다. 열정 있고 성공해서 부관장이 되었지만 상류사회 사람을 보다보니 박탈감이 들면서 왜곡된 욕망이 생긴 것 같다. 늘 2등이 울지 않나. 꼴등은 안 운다.(웃음) ‘조금만 더 잘했으면 1등할 수 있었는데’란 마음에 분한 거다. 그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열정을 가졌는데 잘 되지 않으니까 물불 안 가리고 달려가게 된 것 같다. 수연을 보면 아등바등하고 있구나 싶어서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에 대한 동정도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산 것 같다.

Q. 배우 수애도 욕망이 있나.

나도 욕망 덩어리다. 지금 들끓고 있다.(웃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욕망이란 왜곡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 같다. 사전적 의미 찾아보니 열정과 욕망은 애정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더라. 무분별하게 영화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욕망이다.

Q. 흥행에 많이 신경 쓰나보다. 앞서 결과가 안 좋은 경우도 있었다.

내가 신인 때,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철없는 소리를 한 거다.(웃음) 어느 순간 보이더라. ‘내가 즐겁자고 하는 작업이 아닌데, 나는 많은 것을 간과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어깨가 무거워졌다. 또 어깨가 무거워지면 잘 될 줄 알았는데 그것과도 별개더라.(웃음) 내가 타율이 좋지 않은 편이다.

(사진=비즈엔터DB)

Q. 박해일 출연은 수애가 직접 제안 했다고 하던데, 박해일의 타율이 좋기 때문인가. 왜 제안을 했나.

흥행 때문에 제안한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다 흥행할 줄 알고 작품을 선택해왔기 때문에 그게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웃음) 그냥 박해일과 나의 시너지가 궁금했다. 늘 스쳐지나갔던 인연이지만 나와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제안하면서 굉장히 조심스럽긴 했다. 친분이 있는 상태가 아니라 상대방이 부담으로 느낄 수도 있고, 거절하면 서로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원래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박해일이 알고 있더라. 그래서 더 유념해서 봐주신 것 같다. 만약 그때 제안하지 않고 오늘 삼청동에서 만났으면 그저 ‘팬입니다’하고 그냥 지나갔을 거다.(웃음)

Q. 평소에도 상대역에 대한 제안을 많이 하는 편인가.

박해일이 처음이다. 워낙 팬이었다. 정말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남한산성’은 2번 봤다. 신인 때부터 박해일 연기를 많이 봤는데 내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지점이 있다. 극에서 자신의 120%를 발산한다. 그런데도 뭐가 또 남아있다. 그 지점이 궁금했다. 사실 촬영 전 기대치가 높았는데, 끝나고 나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고 ‘한 번이면 족해’ 할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도 ‘다시 꼭 만나자’라고 하는 걸 보면, 기대가 높았는데도 그 이상을 채워주신 것 같다.

Q. 수애에게는 청순하고 우아한 이미지도 있다. ‘상류사회’를 선택한 건 강한 이미지를 더 원해서였나.

청순한 이미지를 버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국한 된 것에 대한 갈증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다양하게 시도하고 싶다. 팜므파탈도 청순함도 놓치고 싶지 않다. 내가 욕심이 많다.(웃음)

Q. 이렇게 다양한 이미지를 얻고 싶고 계속 연기를 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연기는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나의 삶도 밸런스를 잘 맞추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건 건강할 때 더 잘 되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