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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폭행으로 짓밟힌 꿈, 이석철의 오열이 더 안타까운 이유
입력 2018-10-19 15:08   

▲더 이스트라이트 이석철(사진=고아라 기자 iknow@)
“4년 가까이 폭행 당하면서도 저희들의 꿈이 망가질까봐 말하지 못했습니다. 멤버들끼리 ‘대중에게 좋은 음악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자’고 위로하면서 풀었습니다. 그렇지만 뒤에서는 항상 (폭행)당하면서 앞에서는 웃는다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고작 19살, 아직 미성년인 밴드 더 이스트라이트 리더 이석철이 전한 호소다.

앞서 18일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들이 데뷔 전인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김창환 회장에게 폭언을 들었고, 소속 프로듀서 문영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김창환 회장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했으며, 그 역시 멤버들에게 욕설, 협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석철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멤버 폭행 피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이석철이 직접 공개한 폭행 진술은 충격적이었다. 야구배트, 철제 걸레봉 등의 몽둥이로 모든 멤버들이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 온 것은 물론, 2015년 당시 중학생이었던 멤버 이승현에게 전자담배를 강요하거나 이석철의 목에 기타 케이블을 감아 잡아당기며 합주 연습을 시키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받을 수 없는 가학행위들이 쏟아져나왔다. 증거물 제출을 위해 수집된 철제봉 등의 사진과 실물도 공개돼 충격을 더했다.

▲정지석(사진=고아라 기자 iknow@)
그렇게 4년여. 오랜 기간을 폭행에 시달리면서도 이석철을 비롯한 멤버들은 그 누구에게도 이런 고통을 알릴 수 없었다. 문 PD의 “부모님께 알리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이 있었고, 소속사의 가장 어른인 김 회장의 “대가리에 빵꾸를 내서라도 만들어놔라”는 폭행 방관 및 교사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멤버들이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부터 마음 속에 품었던 꿈이 있었다.

이석철은 “멤버들 모두 너무 신고하고 싶어했다”면서도 “그러나 4년간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하고도 말하지 못한 것은 저희들의 꿈이 망가질까봐서다. 그게 가장 두려웠다”며 오열했다. 그 역시 “이를 악물고” 폭행을 견뎠다.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음악을 믿어주고 응원해줬고, 또 성공을 위해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김 회장과 문 PD는 멤버들의 그런 꿈을 약점으로 잡아 폭행을 숨기는 데 이용했다. 더 이스트라이트의 멤버 전체가 아닌 형제 관계인 이석철과 이승현이 우선적으로 고소를 결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법무법인 남강의 정지석 변호사는 “미디어라인은 그동안 멤버를 통해 다른 멤버를 감시하며 통제해왔다”며 “미디어라인에서 쫓겨나면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없겠다는 두려움에 모든 고통을 참아내며 심지어 부모님들에게도 발설하지 않았고, 또 자신이 폭로를 하면 같이 고생하는 다른 멤버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해 발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석철 역시 “지금 이런 상황(기자회견 및 고소)도 다른 멤버들은 음악을 계속 못 할까봐 말 못하는 것 같아 내가 대신해서 나서게됐다”고 전했다.

▲더 이스트라이트 이석철(사진=고아라 기자 iknow@)
현재 이석철과 이승현 두 멤버만이 형사 고소를 준비 중이지만 정 변호사는 다른 멤버들의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 역시 기다리고 있다. 정 변호사는 “저는 월요일 처음 상담을 시작했지만, 그전에 부모님들은 보름이상 준비를 해왔다. 그런 과정이 새나가서 (미디어라인 측에)역공 당할까봐 다른 멤버들과는 아직 상의하지 않은 상태다. 혹시 다른 멤버들도 동참 의사가 있다면 함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십수년의 경력과 명성을 ‘권력’으로 내세워 무너뜨린 청춘의 꿈.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이석철은 밴드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팬 여러분들께 항상 좋은 음악 들려드리고 좋은 모습 보여드린다고 약속했는데 이런 일이 터진 것에 대해 정말 너무 죄송하다. 이 사실을 일찍 알리지 못해 주변의 좋은 분들께 마음의 상처를 남긴 부분에 대해서도 죄송스럽다”고 그의 몫이 아닌 사과를 전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번 사건을 두고 대중은 이석철과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들을 향한 응원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더불어 비단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들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와 소속 가수들 사이 공개 되지 않은 ‘사건’들이 수두룩하지 않겠냐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1990년대에도 이런 갑을관계로 인한 폭행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고는 했다. 확실히 스타가 되고 싶은 많은 이들의 꿈을 이용한 엔터계의 ‘갑을관계’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난 이 시점에도 비상식적인 폭행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두번 다시 케이팝신에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이석철의 바람은 실현될까. 더 이스트라이트 폭행 사건은 21세기 가요계에도 실망스럽고 가슴 아픈 초상을 남기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