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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15세 이하를 위한 환상동화
입력 2018-12-05 15:38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어릴 적 여자아이라면 한 번쯤 상상했을 디즈니 공주 이야기가 스크린을 통해 다시 한 번 재탄생했다.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곡으로 유명한 작품답게 러시아 풍 궁전 등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4개 왕국의 과거 이야기가 오랜 시간 할애되어 발레로 설명된다는 점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영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은 엄마를 잃은지 얼마 되지 않은 10대 소녀 클라라(매켄지 포이 분)가 엄마의 유품인 보석함을 받게 되면서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억지로 파티에 참석하게 된 클라라는 대부(모건 프리먼 분)에게 건네받은 황금실을 따라가다가 마법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클라라는 보석함의 열쇠를 훔쳐간 생쥐 마우스링크스와 호두까기 병정(제이든 포오라-나잇 분)을 만나고, 돌아가신 엄마가 생전에 만들었다는 4개의 왕국에 대해 알게 된다. ‘나니아 연대기’ ‘앨리스’와 같은 시작점이다.

‘꽃의 왕국’ ‘눈송이 왕국’ ‘사탕의 왕국’ 등 4개의 왕국에는 각기 섭정가들이 있고, 그중 ‘즐거움의 왕국’은 섭정가 마더 진저(헬렌 미렌 분)의 추방으로 ‘네 번째 왕국’이라고 불린다. ‘사탕의 왕국’ 섭정가 슈가플럼(키이라 나이틀리 분)은 클라라에게 마더 진저로부터 자신들을 구원해 달라고 요청한다. 클라라는 마더 진저에 대항해 열쇠를 찾고, 다른 왕국들을 구하기로 한다.

에른스트 호프만이 지은 원작 동화의 원제가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대왕’인 것처럼 동화ㆍ발레 버전에서는 여자주인공이 적인 생쥐왕을 물리치고 호두까기 인형과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4개의 왕국’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은 섭정가 슈가플럼(사탕)과 마더진저(생강) 사이에서 정의를 구분해내는 과정을 통해 올바른 왕의 자리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현실에서 아버지와 화합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데 중심을 둔다. 이미 엄마가 이뤄놓은 업적을 바탕으로 클라라는 과연 어떤 인물이 될 것인지가 이 영화의 결론을 구성하는 주된 내용인 것이다. 이에 이번 영화에선 ‘호두까기 인형’의 역할은 크게 사라지고, 슈가플럼과 마더진저의 역할이 부각된다.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클라라 역을 소화한 것은 ‘트와일라잇’에서 딸 르네즈미로 데뷔해 전세계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던 아역배우 매켄지 포이다. 그가 어느새 성장해 주연으로 극을 이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만과 편견’ ‘비긴어게인’ 등에서 당찬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왔던 키이라 나이틀리는 슈가플럼 역을 맡아 그동안 선보이지 않은 솜사탕 같은 핑크빛 헤어스타일과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달콤하면서도 표독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팀 버튼 영화에 등장하는 죠니뎁을 떠오르게 한다. 모건 프리먼은 대부로 출연해 짧지만 특유의 존재감으로 묵직함을 선사한다.

또한 발레 신을 위해 세계적인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랜드와 천재 발레리노로 불리는 세르게이 폴루닌, 영국 로열 발레단 안무가 리암 스칼렛이 합류, 해당 신을 세심하면서도 정교한 예술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다만 주의할 점은 적정 관람 대상이다. 디즈니 라이브 액션 시리즈 중 하나인 이번 작품은 ‘말레피센트’ ‘정글북’ ‘미녀와 야수’ 등을 이은 작품이다. 앞선 작품들이 남녀노소에게 사랑받은 바 있지만, 전체관람가인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의 관람 추천 대상은 15세 이하 혹은 스토리와 상관없이 눈호강을 즐기는 성인들 정도다.

스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 가능하고, 교훈은 애매하다. 허무하게 사건이 해결된 상황에서 영화가 마무리 된다는 점이 최대 아쉬운 점이다. 전체 관람가답게 빌런도 그리 두렵지 않다. 기괴하고 화려함을 뽐내는 악역들이 신기할 뿐이다.

다만 관객을 시각적으로 황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동화’와 ‘판타지’로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보다 한 달 가량 늦은, 오는 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