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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이제는 시원한 전개가 필요할 때
입력 2018-12-22 15:58   

(사진=tvN)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궁전의 추억’가 예상할 수 없는 전개와 다양한 볼거리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나, 지지부진한 전개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6회까지 방송되었지만, 체감 상으로는 아직 2회 정도의 분량을 본 듯하다.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은 그동안 어떤 드라마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AR(증강현실)을 게임이라는 소재에 접목시켜 신선함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게임 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현빈 분)가 현실만큼 리얼한 AR 게임을 발견하면서 시작된 이 드라마는, 그가 라이벌인 차형석(박훈 분)과 결투를 벌였던 게임의 결과가 현실로 이어지면서 기묘한 미스터리로 확장되었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각본을 쓴 인물은 송재정 작가로, 그는 앞서 선보였던 tvN ‘나인’, MBC ‘더블유(W)’ 등에서도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일원화한 독특한 세계관을 탄생시키며 마니아층을 사로잡은 바 있다. 시청자의 호기심을 제대로 끌고 갈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송재정 작가답게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역시 매회 스릴감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의 열혈 시청자들마저 문제를 삼는 것은 전개 속도다. 지나칠 정도로 느리다는 것. 지난 5, 6회에서는 게임 속에서 죽었던 형석이 진우의 현실세계에 찾아오는 내용이 반복되었다. 형석은 죽은 이후, 진우가 있는 모든 곳에 나타나 진우를 죽이려 했다. 진우가 묵고 있던 희주(박신혜 분)의 호스텔을 시작으로, 진우가 입원하게 된 병동과 병원 외부, 물건을 찾기 위해 다시 되돌아간 호스텔에서도 형석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유진우는 별장까지 따라와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데 형석을 보며 “형석아, 너 언제까지 나 쫓아다닐래? 이제 그만 하면 안 되겠냐? 나를 꼭 죽여야지 시원하겠어? 우리 언제까지 싸워야 되냐?”라며 지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러한 반복된 신을 통해 유진우는 자신이 있는 세계가 현실인지 게임 속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었으며, 되풀이 하여 형석을 죽여야 한다는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 이로써 시청자들 역시 유진우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게 되었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에 주인공처럼 시청자들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방송이 끝나고 나서 “오늘도 아무 내용 없이 끝났다” “50부작 드라마인가”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16부작의 미니시리즈가 아니라 대하 드라마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진=tvN)

다만, 메인 플롯인 서스펜스가 느릿한 전개를 선보이고 있다면, 서브 플롯인 로맨스는 반대로 갑작스러운 전개로 시청자들의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주인공 유진우의 로맨스 대상은 스페인 그라나다의 낡고 오래된 호스텔을 운영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정희주(박신혜 분)다.

지난 6회에서 희주는 다친 다리로 운전을 하려고 하는 진우의 모습에 자신이 운전 하겠다 나섰다. 진우는 희주에게 태연하게 “잘 자요”라며 떠나려 했지만, 희주는 “어떻게 잘 자요? 지금 장난해요? 그게 인사예요? 이러고 가시면 어떻게 잠을 자냐고요. 다리 부러진 환자가 운전을 한다고 설치는데 어떻게 잠을 자냐고요! 제정신이세요? 진짜?!”라며 속사포로 감정을 쏟아냈다.

또한 여러 날 동안 진우의 별장에서 그를 보살피던 희주는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주겠다는 친구들을 만나러 잠시 바깥을 나간 와중에 진우가 그라나다를 떠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에 희주는 친구들을 버려두고 진우가 탄 기차를 쫓아 뛰었다. 하지만 결국 희주는 진우를 만나지 못 했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갑자기 애틋한 감정을 보이는 희주의 캐릭터에 시청자들은 공감하기 어렵다. 희주의 입장에서 진우는 그저 자신의 집에서 사고를 당하고, 자신의 호스텔을 사준 인물일 뿐이다. 진우가 무의식적으로 희주를 찾을 때가 있지만, 그로 인해 희주가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질 이유는 없다. 심지어 늘 태연한 진우에 비해, 희주는 진우가 당황스러워할 정도로 오지랖을 부린다. 늘 꾹 참다가 갑자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게 희주의 성격인데다가 희주의 여동생(이레 분)이 앞서 자신의 언니가 진우를 좋아하는 거라고 귀띔한바 있지만, 시청자들은 이해할 만한 사건이 없었기에 시청자들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희주가 없어진 남동생 세주(찬열 분)를 찾지는 않고, 진우만을 걱정한다는 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더 이상 전개되지 않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변화해버린 인물들의 감정선은 시청자와 드라마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다. 과연 죽은 차형석은 왜 계속 나타나는지, 희주의 동생이자 게임 개발자인 세주는 어디로 간 것이며, 만약 죽었다면 그의 시체는 어디로 간 것인지, 진우가 1년 후 다시 그라나다 기차를 타는 이유는 무엇일지 풀어나가야 할 미스터리가 많기에, 남은 10회 동안 송재정 작가가 과연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호기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22일 방송되는 7회에서 등장인물들이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한국으로 장소를 이동한다. 배경 전환이 이뤄지는 만큼 지지부진했던 이들의 전개도 새로운 전환을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