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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재정 작가가 직접 밝힌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시작과 끝
입력 2019-01-15 17:23   

(사진=CJ ENM)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 ‘더블유(W)’ 등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현했던 송재정 작가가 증강현실(AR) 게임이라는 독창적인 소재로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을 탄생시켰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송재정 작가의 거대한 상상력이 바탕이 될 것이다.

송재정 작가는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에서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공동인터뷰를 진행했다.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은 투자회사 대표 유진우(현빈 분)가 세주(찬열 분)의 AR게임을 손에 넣게 되면서 시작되는 드라마다. 완벽해 보였던 AR게임은 진우가 애증의 관계인 차형석(박훈 분)과 결투를 한 후, 형석이 현실에서도 죽는 것으로 연결되면서 미스터리로 변한다. 여기에 로그아웃과 상관없이 게임 속에서 차형석이 NPC로 끊임없이 등장해 진우의 목숨을 노리면서 진우는 고통에 빠진다.

(사진=CJ ENM)

이처럼 독특한 소재를 가진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은 송재정 작가가 포켓몬고라는 증강현실 게임을 직접 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인현황후의 남자’ ‘나인’에 이어 타임슬립 3부작을 만들려고 했”지만 포켓몬고를 만나면서 소재를 바꿨다는 것.

송재정 작가는 “타임슬립을 하는 남자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그게 유진우였다. 이 사람이 어떤 호텔에 묵다가 낯선 자의 방문을 받고 총을 맞아 쓰러진다, 여기 설정까지 있었다. 그런데 너무 오래 생각해서 그런지 더 쓰고 싶지 않더라. 그러다가 포켓몬고를 하게 되었는데 ‘엄청난데?’ 싶었다”라면서 “평소 게임을 좋아하면서도 게임 소재를 생각하지 못 했던 것은 ‘아바타’ ‘레디 플레이원’처럼 엄청난 자본 없이는 구현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켓몬고처럼 아이템만 CG로 처리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 싶어서 눈이 번쩍 뜨였다. 타임슬립을 버리고 유진우는 그대로 둔 채 증강현실로 넘어온 것이다”라고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의 시작을 소개했다.

덕분에 단순한 사랑 이야기나 스릴러가 판치는 한국 드라마에서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은 놀라운 콘텐츠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매번 화제성과 시청률로 자신을 증명해 왔던 바. 송재정 작가는 “특히 10대에서 49세까지 대상이 재밌어 하시는 것 같다. 늘 ‘이 소재가 먹힐까?’ 싶은데 이 정도면 만족하고 있다”라며 “과거엔 제작사들을 설득하기 힘들었는데, 이번 작품은 가장 많이 지원을 받으면서 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CJ ENM)

다만 두 주인공의 멜로 부분의 감정선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시청자의 의견이 많다. ‘작가가 멜로를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 같다’는 의견까지 있었던 상황. 우선 남자주인공 진우는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데다가 성격마저 까칠한 데 비해 여자 주인공 희주(박신혜 분)는 감정적으로 남자 주인공에게 매달린다.

송재정 작가는 “멜로가 상당히 어려웠다. 진우는 워낙 피폐하고 인생에 시니컬한 남자다. 희주는 이 남자가 모든 걸 잃은 상태에서 만난 구원자 같은 존재다. 사실 우정과 사랑을 넘나드는 관계로 생각했는데, 현빈과 박신혜 두 분이 캐스팅되고 나서 사랑으로 변경하였다”라며 “나도 여자지만 희주가 아깝다. 왜 저 남자를 만나서 고생하나 싶을 수 있다. 진우는 재벌인 것 말고는 볼 게 없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가장 문제가 됐던 장면은 11회에서 진우가 가장 아끼는 비서 서정훈(민진웅 분)이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여전히 희주의 동생 세주(찬열 분)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두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급 진전됐던 부분이다. 송재정 작가 역시 “하드한 얘기가 들어갔을 때 멜로 감정 바로 들어가는 것은 시청자들이 부담스러워 하더라. 배우들도 연기하기가 어려웠을 거다”라고 인정했다.

드라마에서 회상 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개가 느리게 진행된다는 평가도 있다. 송재정 작가는 “미션에 집중했던 분들은 맥이 풀려서 지루하게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나에겐 중요한 부분이다. 엔딩으로 가기까지 필요한 과정이다”라며 이 드라마의 6회까지는 진우가 게임 오류로 인해 ‘멘붕’을 겪는 것, 10회까지는 진우가 세주를 찾기 위해 반격하는 것, 마지막 회까지는 진우가 세주를 찾고 자신의 과거사를 떨치기 위해 고뇌하면서 희주에게로 가는 과정이 그려진다고 이야기 했다.

이처럼 기존 드라마 문법과 다른 구성은 송재정 작가가 드라마가 아닌 시트콤 작가로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송재정 작가는 기존 드라마처럼 하나의 엔딩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회당 하나의 엔딩을 만든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드라마를 제대로 배운 사람이 아니라 시트콤처럼 하나의 단막을 쓴다는 기분으로 16개의 엔딩을 만든다. 그 엔딩을 이어나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써나가기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이 당황하는 것 같다. 이번에도 16부작 드라마가 아니라 10부 시즌제가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사진=CJ ENM)

늘 독특한 이야기를 한다고 평가받는 송재정 작가지만 그 스스로는 “보편적인 플롯“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송재정 작가는 “그리스 영웅 ‘오딧세이’의 오디세우스 같은 이야기다. 다 가진 왕이지만 모든 고난을 받는다. 다만 특이한 건 영웅 활약에 집중하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져서 100레벨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것이다. ‘더블유’에서도 히어로였던 사람이 자신이 히어로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에필로그 같은 이야기여서 이상하게 여겼던 것 같다. 히어로 이야기이지만 묘사 시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라며 자신의 이야기가 가진 특이점에 대해 분석했다.

남자 주인공이 영웅이 되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의 분량은 물론 활약도 크게 그려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송재정 작가는 “박신혜에게 영웅 구조라 여자 주인공이 능동적일 수가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며 “대신 1인2역의 엠마 역할이 새로움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박신혜도 엠마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졌다. 이 부분이 늦게 나왔는데, 마지막 회를 보시면서 다들 놀라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과연 마지막 회는 어떻게 마무리 될까. 진우가 이 모든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는 사라진 개발자 세주를 찾아야 하는 가운데, 마지막회까지 단 2회를 남긴 채 지난 회에서 진우가 엠마와 희주의 도움을 받아 세주의 퀘스트를 깨는 모습이 그려졌다. 결국 세주는 돌아왔지만, 진우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채 끝이나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송재정 작가에 따르면, 갑자기 돌아온 세주의 이야기는 15, 16회에서 마저 설명될 예정이다.

송재정 작가는 “‘엠마에게 열쇠를 넘기면서 끝난 거야?’ 하시는 분들도 있데 아직 안 보여준 거다. 세주가 그냥 돌아온 거면 시시하지 않나. 엠마가 왜 엠마여야 하는지, 왜 박신혜가 엠마여야 하는지 설명되고. 진우의 지긋지긋한 과거 관계들도 해결된다. 보는 분들이 학을 떼고 싫어하는 진우의 전처들과 형석이까지 해결해야지 희주에게 갈 수 있다. 진우가 마음에 있는 빚을 모두 갚는 것에 관전 포인트를 봐 달라”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