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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는 류준열을 성장하게 만든다
입력 2019-03-20 09:16   

(사진=쇼박스)

“한참 제 정체성을 고민할 때 ‘독전’의 ‘락’을 연기하면서 제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을 할 수 있었죠. ‘돈’의 ‘조일현’은 많은 뉴스를 통해 ‘돈을 쫓는 게 이제 흉이 아니구나’ 생각하던 찰나에 만나게 된, 의미 있는 영화예요.”

‘독전’ ‘뺑반’ ‘돈’, 최근 1년 동안 류준열이 참여한 영화들은 상업영화이지만, 일반적인 상업영화와 달리 카타르시스를 주지 않았다. 영화가 좋지 않았다는 평이 아니다. 사건의 완벽한 해결보다는 인물의 고민에 집중되면서 관객의 더 큰 감정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영화에서 류준열은 포스터에 쓰여있는 이름 순서와 별개로 관객에게 가장 크게 와 닿는 역할로 존재했다. 다른 인물들이 사건을 끌고 갈 때, 류준열은 마지막 목표보다는 그 과정을 통해 고민하는 얼굴을 드러내는데 집중했다.

청년으로서 고민하는 시기에 영화들을 만나면서 함께 성장 했다는 류준열, 영화와 함께 나아가고 있는 류준열을 최근 만났다.

<이하 류준열과 일문일답이다>

Q. 개봉이 한 차례 미뤄지기도 했는데, 결과물은 좋게 나왔더라. 영화는 어떻게 보았나?

A.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고 그 에너지가 전달된 것 같아서 좋다. 오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시사하는 바가 있다 보니까 밸런스가 맞은 것 같다.

Q. 이번 영화에서 해야 할 몫이 컸다. 원톱 주연이었기 때문에 분량도 많았다.

A. 메인 롤이었다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하면서 느꼈던 부분이 많았다. 영화 하는 재미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안 되면 속상하고 잘되면 좋아하는 게 전부였다면, 이번 영화를 하면서는 좋은 사람 만나서 좋은 얘기하고, 안 되면 다음에 더 잘 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자는 것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사진=쇼박스)

Q. 증권가 신입사원인 일현에게 공감이 갔던 이유는 무엇인가?

A. 일현은 처음부터 몇 억을 번다. ‘억’이면 큰돈인데 우리 영화에선 작게 표현된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사는 모습이 속상했다. 신입사원은 어른과 아이 사이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공감이 갔고, 관객 또한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다.

Q. 일현의 캐릭터에 류준열의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갔다고 하더라.

A. 일현의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돈을 벌고 못 벌었을 때의 모습을, 단순히 돈의 액수보다는 가까운 지인과의 관계를 통해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돈 있을 때 없을 때의 사람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표현하고자 했다.

Q. 인간관계를 강조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본인이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기 때문일 텐데.

A. 내 직업이 워낙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지 않나.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을수록 인간관계가 변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대해 질문을 스스로 많이 하게 되었다.

Q. 일현이란 캐릭터는 자격지심이 많은 인물로도 볼 수 있다. 캐릭터를 어떻게 바라보았나?

A. 본인 스스로 자격지심이 많다보다는 시대가 가지고 있는 시선 때문인 것 같다. 지방대를 나왔기 때문에 회사에 라인이 없다는 것에 의기소침해 하고, 부모님 직업에도 자신감 없다. 이런 감정 자체는 무뎌진 사회에서 이미 특별한 일은 아니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표현되길 바랐다.

Q. 초반 일현은 회식 때 취해서 난동을 부린다. 실제 류준열이라면 어땠을까?

A. 집에 가서 이불킥하고 첫날은 결근이다.(웃음) 둘째날엔 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을 것이다. 취한 상태에서 상사가 가자는 곳에 가는데, 나라면 못 갔을 것이다. 간이 작아서.(웃음)

(사진=쇼박스)

Q. 평소 돈에 대한 가치관은 어떤 편인가? 이 영화에 투영이 된 부분이 있다면?

A. 이 영화를 하면서 느낀 건데, 돈 자체가 목표가 되면 안 될 것 같다. 누구나 흔들리고 유혹이 있을 테지만 사람 위에 돈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리마인드(remind)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돈이 안 중요하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자기가 열심히 벌어서 쓴 것과 쉽게 벌어서 쓰는 것이 다르지 않나. 영화에서는 계속 이것을 점검하고 스스로 깨닫는 일을 반복한다. 영화의 마지막이 해피엔딩처럼 보이고 일현이 웃지만, 그 미소 또한 후련하지 않다. 일현이 덫에서 헤어나서 바르게 살고 있다는 게 아니라, 감사하게도 바른 길을 선택했지만 돌아가는 길에 후회할 수도 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시험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까 계속 리마인드를 해야 한다.

Q. 실제 류준열은 어디에 돈을 쓰나?

A. 처음 돈을 벌었을 때 여행을 갔다. 여행이라는 게 큰 목돈이 들다 보니까 예전엔 빚내서 다니기도 했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여행이 남는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 이후엔 빚지고 여행을 다니진 않는다.(웃음)

Q. 돈 말고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A.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잘해주는 사람에게 잘해주는 게 힘든 것 같다. 대표적으로 부모님이 있다. 익숙해짐을 경계해야 한다. 아까 내 의견이 영화에 많이 들어갔다고 했는데, 이런 내 생각이 가족 간의 관계가 돈 때문에 무너지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Q. 인맥이 넓기로 유명하다. 최근 방영된 JTBC ‘트래블러’에서 현지인과 ‘축구’를 이야기할 땐 축구 선수 손흥민, K-POP(케이팝) 팬들 앞에선 엑소와 친하다고 말하던 장면이 인상 깊었다.

A. 친한 연예인이 몇 없다.(웃음) 계속 일을 해왔고 만날 시간도 없다. 낯을 많이 가려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머쓱하고 어색하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만나는 분들은 나를 편안하다고 느끼나 보더라.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낯을 안 가리는 척하지만 지금도 발바닥에서 땀이 난다.(웃음) 실제로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맥이 화려하진 않다. 손흥민은 워낙 잘 맞는 친구고, 수호(엑소) 등 인연을 가볍게 여기지 않다 보니까 잘 지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아주 자주 연락하는 건 아니지만 종종 연락하면서 안부를 묻는다. 그 정도일 뿐 인맥관리를 특별히 하진 않는다.(웃음)

Q. 그동안 흥행 감독들과 영화를 해왔다면, 이번엔 입봉 감독과 작업을 했다. 심지어 원톱이었기 때문에 감독과 소통하는 게 이전 작과 달랐을 것 같다.

A. 이 작품의 분위기 자체가 그렇게 흘러들어갔다. 감독님도 처음이고 나도 이제 이름을 알렸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원래 영화를 ‘찍는다’ ‘촬영한다’라고 하는데, 우리는 ‘만들었다’고 말을 했다. 다 같이 ‘이건 아니다’ ‘맞다’ 소통하면서 만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현장 분위기 모두 그랬다. 서로 아이디어를 내는데 학생 때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 모습을 가끔 떨어져서 보고 있으면 멋있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특별한 영화다.

Q. 과거 신인 시절과 달라진 게 많을 것이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좋은 쪽으로 변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

A. 배려를 받아봐서 아니까 이제 나도 배려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가 이 친구를 살짝 배려한다고 해서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런데 그 작은 배려가 큰 시너지를 발휘하고 인간관계에 플러스가 된다. 이런 부분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쇼박스)

Q. 평범한 직장인 일현이 유혹을 받았던 것처럼, 류준열 또한 이 일을 하면서 여러 일을 겪을 것이다. 스스로 중심을 잡는 방법은?

A. 어둠의 유혹까진 아니지만 유혹이 있는 건 사실이다. 내가 간이 작고, 수습하는 능력이 없고.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로부터 경계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에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 같다. 가장 빠른 게 정직한 거다. 거짓말 하면 더 스트레스를 받고. 쉽게 번 돈은 쉽게 없어지고 보람 있게 벌면 보람 있게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조일현은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류준열의 꿈은 무엇인가?

A. 대박이나 성공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Q. 평소 팬들에게 사인할 때 ‘대박나세요’ ‘성공하세요’라는 말은 안 써준다고 하던데, 그 이유인가?

A. 요리사에게 ‘대박나세요’라고 말하는 건 돈을 많이 벌라는 거지, 훌륭한 요리사가 되라는 건 아니지 않나. 자연스럽게 돈을 쫓게 될 수 있지만, 그건 꿈이 될 수 없고 돈만 쫓는 건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Q. 1년에 류준열 주연의 영화가 여러 편이 개봉하고 있다. 어떤 고민을 하면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나?

A. 사실 고민이 없었는데 질문 받다 보니까 고민을 해봐야하나 싶다. 나는 분명 도전을 하고 있다. 연기법 자체로도 도전이고, 새롭게 배우는 게 많다. 아직은 내가 해야 할 게 더 많은 것 같다.

Q. ‘아직 해야 할 게 많’은 가운데,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갈 예정인가?

A. 구체적으론 있지 않는데, 사람들이 덜 관심을 주는 영화에 시선이 가긴 한다. ‘뺑반’도 사람들의 예상과 다르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시도하지 않았던 지점을 한 거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고 감독님과 용기 있게 만든 것이다.

Q. 관객에게 평가 받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이전보다 더 나은데’란 말을 듣고 싶다. 60~70세가 되었어도 계속 좋아진다는 말을 들으면 환상적일 것 같다. 그때도 들을 수 있게 지금부터 말해 달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