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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고단한 삶의 뜨거운 위로 '광대 밥상'
입력 2019-10-10 19:20   

▲'한국인의 밥상' 광대 밥상 편(사진=KBS)

“인생이라는 무대 위, 울고 웃는 우리는 모두 광대다.”

10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아름답고 놀라운 무대 뒤, 세월의 희로애락을 품은 우리 시대 광대(廣大)들의 밥상을 살펴본다.

먼저 김차경 명창과 송재영 명창을 만나 이들이 스승과 함께 지리산 계곡에서 소리 수련을 하던 시절을 추억한다. 남원과 전주에서 어린 시절 소리를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은 40여 년 한 길을 걸어온 소리광대들이다. 폭포의 소리를 넘어서는 깊은 울림의 소리를 얻기 위해선 혹독한 수련과정이 필수. 이때, 평소 목을 관리하기 위해 오미자를 즐겨 먹었으며, 기침과 천식 등에 효과적인 홍어와 행인을 먹었다. 무대에 서기 전에 속을 든든하게 해주는 찰밥과 육회도 소리꾼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김차경 명창은 소리 못지않게 음식 솜씨 좋기로 소문났다. 그 손맛을 있게 해준 어머니가 딸을 위해 차려낸 들깨육개장까지, 인생의 길고 긴 소리길을 걸어온 소리꾼들의 신명 나고 맛깔나는 밥상을 만나본다.

이어 줄광대의 음식들을 만나본다. 공중에 매달린 외줄 위, 부채 하나 들고 자유롭게 걷고 뛰고 날아다니는 사람, 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인 김대균 씨는 9세에 처음 줄 위에 올라 43년간 외줄인생을 살아온 줄광대다.

줄타기는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이 필요한 일이다. 스승 김영철 선생의 추억이 담긴 소 생간과 더덕구이, 없는 살림에 어머니가 만들어준 보양식 ‘닭무침과 닭미역국’에 토란대전까지, 차마 줄 위에 서 있는 아들을 볼수 없었던 어머니의 간절함이 담긴 낡은 공연복처럼 40년 넘은 외줄 인생의 추억과 애환이 담긴 밥상을 만난다.

조선시대 전국을 누비던 남사당패처럼 광대들은 단순한 연희를 넘어 해학과 풍자로 소식을 전하고 이야기를 전파하는 소통의 길이 되어주었다. 낙동강 하류, 과거 밤마리 마을로 불렸던 합천 율지 마을은 큰 배가 오가던 나루터를 중심으로 장이 섰고, 이 장터를 배경으로 활동하던 놀이패가 있었는데 경남지역에 전해오는 대표적인 가면 무극인 ‘오광대놀이“다.

특히 이들의 역할은 단순한 연희가 아니었다. 마을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제방을 쌓는 과정에서 기금을 모으고 마을 사람들의 협력을 돋우는 역할을 담당했다. 사라진 오광대놀이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 사람과 물자로 넘쳐나던 장터의 추억을 품은 뜨끈뜨끈한 메기국밥 한 그릇. 강변에 넘쳐나던 밤나무와 우엉으로 만든 밤묵과 우엉김치까지, 사라졌지만 여전히 생생한 추억으로 남은 것들을 밥상에 차려낸다

마지막으로 곡예사 안재근 씨의 밥상을 만나본다. 서커스는 텔레비전도 극장도 없던 시절,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천막극장에서 태어나 평생 곡예사로 살아온 안재근 씨는 서커스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산증인이다. 쉰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무대에서 관객과 만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여전히 무대를 찾아 길을 누비며 산다.

떠돌이 인생에 마침표를 찍고 싶어 정착한 곳이 가평. 공연을 통해 만난 마을 주민들과 서커스의 추억을 나누며 살고 있다. 춥고 배고팠던 시절 질리도록 만들어 먹던 감자수제비와 어린 시절, 천막극장 앞에서 우연히 맛을 보고 평생 잊지 못한다는 잡채, 그리고 가평 사람들이 즐겨먹는다는 옥수수팥죽까지, 그를 따뜻하게 품어준 이웃들과 함께 차려낸 추억의 음식들. 고단하고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주던 길 위의 광대. 남은 인생 서커스 무대를 지키며 살아가는 게 유일한 꿈이라는 곡예사 안재근 씨의 삶이 희로애락이 담긴 추억의 밥상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