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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엔 왕갈비만 있다? 수원의 꿀맛 찾아 떠난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ft. 허재)
입력 2019-10-19 11:35   

▲백반기행(사진=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방송화면 캡처)

'백반기행'의 허영만과 허재가 왕갈비의 도시 수원에서 맛있는 백반들을 즐겼다.

지난 18일 방송된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하 백반기행)'에서는 '농구대통령' 허재와 함께 전국 최대의 우시장이 있었던 수원을 찾았다. 수원은 조선 정조가 화성을 지으면서, 농업과 상업을 번성시킨 도시다. 성 안에 물 맑은 저수지를 많이 만들었고, 팔달문 주변으로 시장을 만들어 활성화시켰다. 수원의 음식에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녹아들어 있는데, 이번 '백반기행'은 그 자취를 따라가 보는 여정이었다.

첫 집은 ‘민물새우던질탕’ 집이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늦은 오후, 식당 안에는 오육십 대 남성들이 소주 한 잔씩 걸치고 있다. 안주로는 ‘민물새우던질탕’이었다. 던질탕이 뭔지 궁금했던 허영만은 주인장의 허락에 주방으로 향했다.

육수도 없고, 별다른 양념도 없다. 민물새우와 무를 넣고,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등을 넣고 끓이는 것이었다. 별다른 조미료가 없어도 민물새우가 훌륭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수제비를 던져서 넣는다고 해서 던질탕이라고 한다. 미리 반죽을 하지 않고 부침가루에 물을 타서 묽게 반죽을 만들어 숟가락으로 휙휙 던져서 끓는 탕 안에 넣는다. 거기에다가 소면까지 넣는다.

얼큰하면서도 개운하고, 시원했고, 민물새우에서 나는 달큰하고 구수한 맛까지 거기에 부드럽게 넘어가는 몰캉한 수제비도, 소면도 배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백반기행(사진=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방송화면 캡처)

수원에는 중국 화교들과 화상들이 많이 산다. 수원과 인천을 잇는 수인선 협궤열차가 있었던 터라, 개항장이었던 인천을 통해 들어온 화교들이 수원으로 많이 넘어와 자리를 잡았다.

허재와 허영만은 수원 통닭거리 인근에는 하얼빈 출신 주인장이 운영하는 만두가게를 방문했ek.

육즙만두를 고기는 빙화만두(군만두)로, 새우육즙만두는(찐만두)로 시켰다. 건두부 요리와 소고기 장조림도 시켰다. 만두는 우리 입맛에 좀 짤 수도 있다. 그런데 고수 뿌리 무침이랑 함께 먹으니, 짠 기운도 중화되고, 향채 특유의 향이 느끼함도 잡아주어 좋았다.

건두부 요리는 포두부를 채 썰어서 마치 면처럼 데치고, 간장 소스를 뿌린 후, 다진 마늘과 다진 파를 올린 뒤 뜨겁게 달군 기름을 부어서 만드는 요리다. 비벼 먹으면 짜다고 소스에 건두부를 찍어 먹으라고 했는데 깜빡하고 비볐더니 역시 짰다.

소고기 장조림은,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 힘줄 장조림이다. 소 힘줄을 간장에 졸여서 만든 건데, 우리나라 장조림보다는 중국 음식 특유의 향신료 향이 좀 더 추가된다.

세 번째 집은 소고기를 파는 오래된 집이었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고기를 들여온 날이라며 여든의 노모와 며느리가 나란히 앉아 고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이 집은 치마살, 제비추리, 토시살을 팔고 있었는데 고기를 들여오면 웬만한 모든 기름을 직접 다 제거한다고. 근육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힘줄, 지방을 제거하는 건데 정말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껏 손질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소고기의 맛과 식감을 힘줄과 지방이 헤친다는 여든 넘은 주인장의 고기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주문도 그냥 알아서 달라고 하면 주다고 한다. 그날 들여온 고기 중에서 제일 상태가 좋은 것으로 주인장이 알아서 준다는 것. 두 사람도 알아서 달라고 했더니, 곧바로 불고기가 나왔다. 간장양념에 담겨 있는 소고기의 색깔이 선홍빛으로 살아 있다.

불고기는 "우와" 소리를 절로 나오게 하는 맛이었다. 양념 맛보다는 고기 맛으로 먹는 불고기. 육즙이 살아 있다. 진한 육향과 함께 고기가 부드럽게 넘어간다. 양념에 미리 재우는 것이 아니라 주문과 동시에 곧바로 양념에 무쳐서 낸다.

맛있는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파무침도 쪽파를 무쳐서 내온다. 그런데 쪽파무침에 식초가 들어가서 새콤하니, 소불고기와 궁합이 잘 맞았다.

▲백반기행(사진=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방송화면 캡처)

네 번째 집은 대도시 수원에서 시골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는 도시, 그 속에 섬처럼 논과 밭이 남아 있는 곳이 있다. 그곳에 자리한 한 백반집. 텃밭에는 가지와 고구마가 자라고 있고, 마당으로 들어서면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고구마순을 다듬고 있는 곳이었다. 웬만한 밑반찬들은 식당에서 키운 것으로 만든다.

허영만 일행은 콩비지백반을 주문하고 밑반찬을 살폈다. 고춧잎무침, 늙은 호박전, 열무김치, 노각무침 등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 밑반찬들이 가득했다.

이 집 콩비지찌개는 매일 아침 직접 콩을 갈아 만든 것으로, 제철 채소들을 넣어서 끓인단다. 채소가 들어가 심심하지 않았고, 콩도 지나치게 곱게 갈지 않아서 씹는 맛이 있다. 그리고 직접 담근 새우젓으로만 간을 해 더욱 깔끔했다.

직접 만든다는 손두부는 떫은 맛이 없고 고소하다. 나물 위주의 밑반찬이 너무 좋아, 양푼 하나 달라고 해서 나물 몇 가지 넣어 밥을 뚝딱 비벼 먹었더니 만족감이 더욱 크다.

▲백반기행

권선시장은 팔달문 주변은 아니지만 음식점들과 맛집들이 모여 있는 자그마한 시장이다. 그 중에서 끌리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늑하니 술 마시기 참 좋은 분위기다 싶었다. 그런데 벽에 온갖 사진들과 낙서들, 상장들이 어지럽게 장식돼 있고 더 놀라운 것은 천장은 지폐로 어지럽다.

외국 돈부터 백화점 상품권까지, 명함들과 함께 압정으로 꽂혀 있는데 손님들이 돈을 붙이면 주인장이 기부를 하는 것이란다.

언젠가 손님이 팁을 천장에다 붙였는데 마음씨 좋은 주인장이, 손님이 준 돈이라 어쩌지 못했더니 손님들이 따라서 천장에 붙였고 주인장은 손님들이 준 돈이라 모아서 기부를 했더니 그게 이 집만의 문화가 된 것이다.

이곳의 메뉴는 닭볶음탕이다. 큰 곰솥 같은 양에 길쭉한 밀떡이 포인트다. 또 토종닭을 사용해 큼직한 크기와 쫄깃한 육질이 입맛을 자극한다. 양념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맛있어지는데 단호박와 감자가 으깨어져서 국물이 걸쭉해지면서 닭에 양념이 잘 베어들었기 때문이다. 인공적인 단맛 없이 단호박과 호박가루만으로 단맛을 내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맛이다.

수원 백반기행의 마무리는 장안문 앞에 있는 돼지갈비 집이었다. 늘 손님들로 북적되는 집이라는데 38년 된 고깃집이다.

이집의 돼지갈비는 국물 갈비였다. 석쇠 불판이 아닌 불고기 판에 돼지갈비를 올리고 양념 국물을 붓는다. 어느 정도 고기가 익은 뒤에는 고기를 잘라서 국물이 있는 가 쪽으로 빙 둘러서 담가놓는다. 이어 밑반찬으로 나온 콩나물무침을 불판 중앙에 듬뿍, 무생채를 또 그 위에 듬뿍 올렸다. 함께 구워서 같이 먹는데 그냥 돼지갈비만 먹을 때보다 맛이 좋았다. 콩나물의 아삭함과 무생채의 달달함이 돼지갈비 맛을 한층 살려주는 것.

그런데 국물이 있어서 오래 두고 먹어도 고기가 타지 않았고, 퍽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양념이 고기에 베어들어 더 맛있어졌다.

이 집에 또 다른 명물 국물은 밑반찬으로 나오는 물김치다. 냉면 그릇에 담아 나오는데 익은 정도도, 새콤달콤한 맛도 너무나 완벽해서 돼지갈비를 먹으면서 습관적으로 계속 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