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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소나무' 시청각중복장애&레오파드 증후군 딸과 부모 이야기
입력 2020-08-01 00:54   

▲MBN '소나무'(사진제공=MBN )
시청각중복장애와 레오파드 증후군을 갖고 있는 딸과 부모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1일 방송되는 MBN '소나무'에서는 시청각중복장애와 레오파드 증후군을 앓고 있는 예지와 그를 돌보는 부모의 사연이 소개된다.

아직 해조차 뜨지 않은 어스름한 새벽. 쥐 죽은 듯 조용한 건물에서 별안간 쾅쾅대는 소리와 함께 천장이 울리기까지 합니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꼭대기 층에 살고 있는 예지(26)네 집이 소리의 주인공인데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시청각중복장애를 갖고 있는 예지는 밤낮이 따로 없습니다. 엄마, 아빠와 의사소통 역시 원활하지 않기에, 밤이고 낮이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바닥을 쾅쾅 내리치곤 하는데요. 이렇다 보니 아랫집에서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도 부지기수! 더욱이 날이 갈수록 덩치가 커지는 예지에 비해, 허리가 더욱 휘고 말라가는 아빠 자엽(67) 씨는 예지를 돌보기가 힘에 부칩니다.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나빠지는 남편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딸을 위해 헌신적으로 하루를 버텨내는 엄마 미영(54) 씨는, 오늘도 가족을 위해 힘을 내봅니다.

예지는 태어날 때부터 눈에 이상이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예지 눈을 봤을 때는 이미 왼쪽 눈에 까만 흔적이 있었고, 오른쪽 눈은 뿌연 유리창처럼 혼탁했습니다. 각막 이식 수술을 받으면 앞을 볼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에, 예지에게 네 번의 수술을 해줬지만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눈에 빛이 들어오지 않으니 쓰지 않게 되고, 결국 예지의 눈꺼풀은 감기고 말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지는 들을 수도 없습니다. 3살 무렵 천둥소리에도 미동이 없어 알게 되었을 때 엄마, 아빠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시청각중복장애를 갖고 있기에 예지는 수어를 습득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이를 쉽게 만든 손담을 배우고 있는데요. 2년을 배웠지만, 아직도 예지는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예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원하는 것이 손에 들어올 때까지 바닥을 쾅쾅 내리치고 머리를 벽에 박아대며, 본인의 얼굴을 때리는 것뿐입니다. 예지가 손담으로 ‘배고파, 화장실, 아파’ 세 가지만이라도 표현할 수 있게 된다면 여한이 없다는 엄마, 아빠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봅니다.

예지는 시청각장애뿐만 아니라, 레오파드 증후군도 같이 갖고 있습니다. 이는 아빠에게 대물림된 유전병인데요. 예지 얼굴과 아빠의 온몸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흑갈색의 점이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아빠는 레오파드 증후군으로 인해 허리가 많이 휘어있는데요. 조금만 걸어도 옆구리가 아프고 허리 통증이 밀려와 중간에 꼭 쉬어야만 합니다. 더욱이 비후성 심근증까지 앓고 있는 아빠는 늘 호흡이 벅찬 상황인데요. 건강이 성치 않은 와중에, 항상 예지와 집에서 씨름을 하다 보니 최근에는 몸무게도 7kg이나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늘 예지에게 몹쓸 병을 물려준 것 같아 미안함에 눈물을 훔칩니다.

어느덧 20대 중반인 딸에게, 아빠는 아직도 ‘꼬마’라고 부르는데요. 아기일 때나, 지금이나 예지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딸을 부르는 애칭에서 딸을 향한 아빠의 애틋한 마음이 묻어나는데요. 이런 아빠의 소원은, 아빠가 눈을 감는 날에 예지도 자연스레 같이 눈을 감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게 됐을 때 아내가 혼자 예지를 돌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남들과 다른 소원이 아닌 평범한 소원을 빌 수 있도록, 예지가 하루라도 빨리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길 바라는 부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