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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분' 수지김 사건, 남편 거짓말+안기부 은폐에 파탄난 가정(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
입력 2020-09-18 00:29    수정 2020-09-18 00:51

▲김옥분 사건 범인 남편 윤 씨(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 방송화면 캡처)

평범한 여성 '김옥분'이 안기부와 남편 윤 씨의 공작에 간첩 누명을 썼던 '수지 김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에서 소개됐다.

17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회에서는 장도연, 장성규, 장항준이 각각 이현이, 송은이, 조정식에게 1987년 납북 미수사건 일명 '수지 김 사건'을 전했다.

1987년 1월 9일, 한 남자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공항에 등장했다. 그 남자의 첫마디는 "살았다는 생각밖에 없다"였다. 누군가 이 남자를 싱가포르에서 납치하고, 기적적으로 탈출한 것.

남자는 28살 윤 씨로, 윤 씨를 납치범에게 유인한 사람은 다름아닌 아내 수지김(김옥분)이었다고 말했다. 윤 씨는 한밤 중 두 명의 남자가 찾아와 아내와 사라졌고, 이후 남자가 다시 찾아와 윤 씨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북한공작원인 수지김이 윤 씨를 유인했다고. 대사관에선 아내가 평양에 있으니, 스위스에 들려서 정치망명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자고 했다. 윤 씨는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남자가 전한 납북미수 사건의 전말이었다.

17일 후, 홍콩의 어느 아파트 침대 밑에서 수지김의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 언론에선 동료 공작원들이 한 소행이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4년 후, 벤처사업가로 승승장구하던 윤 씨는 수지김 살해 혐의로 구속됐다.

모두 다 거짓말이었던 것. 사건 당시 신혼집을 찾아왔다는 남자는 없었고, 오히려 윤 씨는 수지김과 다투다 그를 살해하고 월북을 결심했다. 하지만 북한대사관에서 반응이 좋지 않았고, 윤 씨는 계획을 바꿨다.

안기부는 윤 씨가 거짓말을 했고, 북한에 자진망명을 기도했단 사실도 알고 있었다. 윤 씨는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후 윤 씨는 남산 안기부 조사실로 끌려가고, 이틀 만에 모든 걸 자백했다. 수지김 시신이 발견되기 15일 전이었다.

수사 담당관이 부장에게 보고했지만, 사건을 묻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장세동 안기부장의 지시였다. 1987년에 민주화의 열기가 전국으로 퍼져서 군사정권이 휘청될 때였던 당시, 전두환의 심기가 불편했었고 이 분위기를 뒤집을 카드로 '수지 김 사건'을 쓴 것이다.

안기부는 야당 인사 이름이 기자회견에 언급되도록 짚어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윤 씨는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안기부는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게 마카로니 대책을 세웠다. 마카로니는 수지김을 부르는 암호였다. 신일구는 윤 씨의 암호명. 윤 씨는 3개월 동안 세뇌당한 후 안기부에서 풀려난 후 계속 감시당했다. 안기부는 홍콩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을 거절하고, 국내 언론을 조종했다. 수지김 가족을 간첩사건인양 수사하는 모습을 보이라고도 했다. 수지김의 가족은 이 사건으로 인해 파탄에 이르렀다.

윤 씨는 징역 15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안기부 관련 인물들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직무유기, 직권남용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