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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동행' 베테랑 약초꾼 베트남 수정 씨의 바람
입력 2020-09-26 18:00   

▲'동행'(사진제공=KBS 1TV)
베테랑 약초꾼이 된 베트남에서 온 수정 씨의 사연을 '동행'이 만나본다.

26일 방송되는 KBS '동행'에서는 베트남에서 시집온 지 13년, 일흔을 바라보는 남편과 세아이를 위해 험난한 산에 오르는 수정 씨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온 수정 씨의 산중생활

해발 1,500m의 깊은 산 속, 능숙하게 가파른 산을 오르는 부부가 있다. 남편보다 앞서 걸으며 절벽에서 버섯, 당귀 등의 약초를 캐는 사람은 아내 수정 씨. 베트남에서 시집온 지 13년. 하노이 출신의 그녀가 산을 접하리라곤 상상이나 했을까. 한국에 오자마자 그녀가 맞닥트린 건, 첩첩산중 오지와도 같은 신혼집과 일터였다. 처음엔 산속 생활이 무서워 남편을 따라 올랐던 산. 이제는 베테랑 약초꾼이 다 됐다.

큰 기대를 안고 한국으로 왔을 아내에게 험한 일을 하게 한 것이 늘 마음의 빚처럼 남아있는 남편 택영 씨. 평생을 산에 올랐건만, 마음과는 달리, 곧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와 수술한 어깨 때문에 금방 체력이 고갈 나버리곤 한다. 점점 아내에게 짐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 미안해하는 남편의 마음을 아내라고 모를까. 그동안 고생한 남편과 한창 커갈 세 아이를 생각하면 조급한 마음에 어김없이 산으로 향하는 엄마. 노력하면 뭐든 아낌없이 내어주는 산이 엄마에겐 위로고 희망이다.

▲'동행'(사진제공=KBS 1TV)
◆부부의 희망, 삼 남매

새벽이면 큰 봇짐을 매고 깊은 산속으로 향하는 엄마, 아빠. 삼 남매는 긴 시간을 엄마, 아빠가 무사히 돌아오길 맘졸이며 지내는 날이 일상이 됐다. 투정을 부리는 법도 모르고 고단한 몸으로 돌아올 엄마, 아빠를 위해 작은 손들을 살림에 보탠다. 엄마, 아빠만큼이나 자연이 내어주는 것들을 아끼고 감사할 줄 아는 아이들. 과자보다 손수 따서 삶아 먹는 옥수수가 더 맛있고, 직접 캔 더덕은 어떤 보물보다도 소중하다. 약초 한 뿌리, 한 뿌리가 가족을 먹여 살리는 귀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 예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엄마, 아빠는 산을 놓을 수가 없다. 아이들만큼은 자신들처럼 고생하며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곁에서조차 가르쳐주지 못하는 공부, 다만 학원이라도 보내주고 싶지만, 좀처럼 모이지 않는 학원비 때문에 늘 동동거리며 산을 오를 수밖에 없다.

▲'동행'(사진제공=KBS 1TV)
◆단칸방을 꿈꾸며

스물일곱 살, 부푼 기대를 안고 왔던 한국. 수정 씨가 처음 한국에 와 마주한 건, 첩첩산중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5평(16.5㎡) 남짓의 컨테이너 농막이었다. 우물물을 길어다 쓰고 화장실조차도 없던 초라한 집. 부족해도 농막에서 신혼살림을 차리고 세 아이를 낳고 키우며 13년을 살아왔지만, 단 하루도 맘 편히 잠을 자본 적이 없다. 갈수록 손볼 곳은 늘어가고 이마저도 무허가 주택이라 언제 쫓겨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흔을 코앞에 둔 남편이 언제까지 산을 오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어 당장 먹고 살 다른 일을 구하느라 엄마 마음이 급하다.

다행히 요리 솜씨가 좋아 자그마한 김밥집을 차려보려 했지만, 약초를 팔아 생활비 대기도 급급하다 보니,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 그래도 엄마는 포기할 수가 없다. 오히려 더 악착같이 힘을 낸다. 이제 가족의 미래는 엄마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작은 단칸방 하나를 꿈꾸는 엄마. 그 집에서 가족이 웃는 모습을 생각하면, 엄마는 오늘도 산에 오를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