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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윤준필] 제2의 '조선구마사'? '설강화' 향한 우려 섞인 시선
입력 2021-03-28 02:00   

▲'설강화' 주연 정해인, 블랙핑크 지수(사진=비즈엔터DB)

만약 영화관에 '세종대왕이 지구를 침략하려던 외계인을 물리친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 SF 사극과 '이순신 장군에게 거북선 제작의 영감을 준 사람이 알고보니 일본인이었다'는 내용의 팩션 사극이 동시에 개봉한다면 관객들은 각각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지난 24일 '조선구마사' 역사왜곡 논란의 핵심을 꿰뚫은 한 트위터리안의 트윗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었다. 그는 "'조선구마사'든 '조선블레이드러너'든 상관없다"라며 역사를 과감하게 각색을 하는 것이 아닌 불쾌하게 왜곡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조선구마사'는 이상하게 왜곡한 드라마에 해당됐다. '조선구마사' 방영 전 공개된 시놉시스부터 우려가 쏟아진 작품이었다. 조선이 교황청과 구마사제의 도움을 받아 건국됐다는 내용이 비판을 받았다. '조선구마사' 측은 시놉시스상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들을 모두 삭제, 수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조선구마사' 1~2회의 내용은 심각했다. 애민 사상이 투철한 태종이 괴력난신에 홀려 백성을 학살하는 폭군이 됐고, 서양에서 온 구마사제와 통역사는 왕의 아들인 충녕대군을 하대했다. 또 조선 기생집에서 내놓은 중국식 술과 음식, 칼과 의상 등 다양한 중국식 소품과 연변 사투리를 쓰는 농악무까지 '과감한 각색'이라고 눈 감고 넘어가기엔 무리가 있는 '불쾌한 왜곡' 뿐이었다.

▲'조선구마사' 포스터(사진제공=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처웍스)

'조선구마사'를 향한 거센 비판 여론에 광고주들까지 등을 돌렸고, 결국 '조선구마사'는 26일 폐지를 결정했다. 제작은 중단 됐고, 해외 판권도 계약해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구마사'처럼 시놉시스만 공개됐을 뿐인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드라마가 또 있다. 올해 방송을 준비 중인 JTBC 드라마 '설강화'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 분)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초(지수 분)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남자 주인공 수호가 운동권 학생인 척하는 간첩으로 설정됐다', '남녀 주인공 이름에서 실존 인물이 떠오르게 한다', '민주화 운동이 거세게 일던 시기 안전기획부 팀장 캐릭터가 미화됐다'라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제작사 측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 누리꾼들은 '제2의 조선구마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987년 민주화 운동 당시 안기부에서 죄 없는 학생들을 간첩으로 몰고, 불법 고문으로 거짓 자백을 받았던 았던 경우가 실제로 있었기 때문에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킬 만한 문제적 작품들을 사전에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류스타 블랭핑크 지수가 출연하는 드라마인 만큼 외국 팬들에게 '설강화'가 우리 역사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JTBC는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라며 "미완성 시놉시스의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앞뒤 맥락없는 특정 문장을 토대로 각종 비난이 이어졌지만 이는 억측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어지고 있는 논란이 '설강화'의 내용 및 제작의도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힌다"라며 "아울러 공개되지 않은 드라마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을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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