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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리뷰] 넷플릭스 '지옥', 미친 세상을 만드는 자 누구인가
입력 2021-11-17 01:00   

▲오는 19일 공개 예정인 드라마 '지옥'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2010년 11월 1일, 밴드 브로콜리너마저가 발표한 노래 '졸업'의 가사 일부다. '그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도 희망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청년' 세대의 감성을 담은 노래다. 이 '미친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하기를 바라고, 이 '미친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널 잊지 않겠다며 담담히 위로를 전한다.

오는 1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미친 세상'이 배경이다. '지옥' 속 세상은 예고 없이 등장한 불가사의한 존재에게 사람들이 지옥행을 '고지'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한다. 선고를 받은 사람들은 고지된 시간에 나타난 지옥의 사자들에게 무참히 폭행당하고, 사자들이 내뿜는 고열에 죽임을 당한다.

▲지옥의 사자들이 '지옥행 고지'를 받은 사람을 죽이는 장면(사진제공=넷플릭스)

'지옥'은 1화 시작부터 사자들의 지옥행 '시연'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정말 강렬하다. 그래서 드라마 '지옥'의 뜻이 사자들이 보여주는 지옥행에 관한 것일까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지옥'이 보여주는 지옥은 그런 것이 아니다. '지옥'의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들게 된다. 신이 이 세상을 벌하기 위해 사자들을 내려보내 '미친 세상'을 만든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이 세상은 '미친 세상'이었던 것이었는지 혼란스러워진다.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사진제공=넷플릭스)

'지옥'은 무작위로 사람들이 죽는 현상에 '신의 의도'라는 의미를 독점적으로 부여한 '새진리회'가 갈등의 축이다. 정진수(유아인)와 '새진리회'는 '고지'와 '시연'이 신의 경고라고 설파한다. 세상이 죄인들을 제대로 벌주지 않기에 신이 직접 정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새진리회'는 '고지'를 받은 사람들에게 '시연'이 벌어지기 전까지 자신의 죄를 고백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또 신의 뜻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시연' 장면을 생중계하기도 한다. '새진리회'와 뜻을 같이하는 급진 단체 '화살촉'은 죄인을 비롯한 신의 뜻에 반하는 자들을 직접 단죄한다. 가면 갈수록 '새진리회'와 '화살촉'은 광기 그 자체다.

▲민혜진 역의 배우 김현주(사진제공=넷플릭스)

하지만 작중 '고지'와 '시연'은 신의 뜻이라기보다는 교통사고로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에 가깝다. 고지를 받은 사람들이 지옥 가야 마땅할 악인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소도' 민혜진(김현주) 변호사와 경찰 진경훈(양익준) 형사는 '새진리회'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인간의 자율성이 기반인 현재 '법체계'가 완벽하진 않아도, 정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 '새진리회'가 사람들을 호도하는 것을 막아보려 하지만 혼란에 빠진 세상을 바로잡기란 역부족이다.

▲진경훈 역의 배우 양익준(사진제공=넷플릭스)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시청자들이 '새진리회'와 '소도', 둘 중 어디가 '정답'이라고 결론을 내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새진리회'의 뜻대로 세상은 초월적 존재에 의해 권선징악이 실현돼야 하는지, 아니면 이미 현실은 '지옥'이고 그 지옥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악마이고, 죄인들인지 계속해서 질문한다.

씁쓸한 질문들 끝에 '지옥'이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당부를 전한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각자 행복할 방법을 찾아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