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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수리남' 하정우, 공백기 지운 연기…인간 김성훈의 진심
입력 2022-09-20 00:00   

▲배우 하정우(사진제공=넷플릭스)

"아시아인 한 명이 수리남에서 마약왕 활동을 했다는 생경함 때문에 '수리남'에 끌렸습니다."

배우 하정우가 2020년 영화 '클로젯' 이후 2년 만에 대중 앞에 섰다. 영혼의 단짝이라고 할 수 있는 윤종빈 감독과 함께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으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와 만난 하정우는 '수리남'을 선택한 이유로 소재의 신선함을 꼽았다. 그는 멕시코, 콜롬비아 등 남미에서 벌어지는 마약 관련 드라마는 많았지만 아시아인 마약왕이 중심이 되는 사건이 있었다는 점에 흥미를 가졌고, 이를 모티브로 윤종빈 감독에게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거절 당했어요. 하하. 그러다 윤 감독이 '공작'을 찍고 나서 시리즈물로 제작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강인구 역을 맡고, 황정민 형이 전요환 역을 맡으면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면서 '수리남'이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배우 하정우(사진제공=넷플릭스)

OTT 시리즈 출연이 처음인 하정우는 영화보다 훨씬 많은 대사량을 소화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정된 시간 안에 영화보다 2~3배 긴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 하루에 찍어야 하는 분량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높은 퀄리티의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역할이 컸다. 특히 하정우와 황정민의 불꽃 튀는 연기는 '수리남'을 지탱하는 기둥과도 같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사람이 한 작품에서 만난 건 '수리남'이 처음이었다.

"정민이 형은 제가 신인일 때 같은 소속사였어요. 그때 형은 마냥 무서운 선배였어요. 다혈질이고, 엄청난 에너지의 소유자라 어려웠어요. 그런데 촬영 직전만큼은 에너지를 응축하는 것처럼 조용히 있어요. 마음을 다스리는 루틴 같아요. 그게 참 서정적으로 다가왔어요."

▲배우 하정우(사진제공=넷플릭스)

하정우는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윤 감독이 연출한 여섯 작품 중 '공작'을 제외한 다섯 작품에 모두 출연했다. 한 사람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다 보면, 때로는 서로의 발전을 위해 이별을 고민할 때도 있지만 하정우와 윤 감독의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그 단계를 넘어선 사이다.

"20대 때 만나 같이 40대 중반을 맞이했죠. 함께한 추억이 있고, 영화를 사랑하는 공감대가 있고, 그만큼 신뢰가 가는 감독이에요. '용서받지 못한자'에서 주연 배우로 카메라 앞에서 처음 연기를 했고, '비스티 보이즈'를 찍으면서는 영화 연기를 정립했어요. 배우 하정우에게 윤 감독은 가장 큰 영향을 준 감독입니다. 제가 영화를 두 편 연출했을 때도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이기도 합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수리남'은 지난 18일 기준 전 세계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TV쇼 부문 4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가 발표한 비영어권 TV쇼 글로벌 시청시간 순위(9월 5일~11일)에서도 '수리남'은 누적 집계 2,060만 시간으로 공개 첫 주 만에 5위에 안착했다.

▲배우 하정우(사진제공=넷플릭스)

또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뜨거워졌다. 하정우는 최근 모로코에서 영화 촬영 중 현지인들이 '오징어 게임'에 나온 배우가 아니냐고 물어봤다며 한국 콘텐츠의 인기를 실감했단다.

"'오징어 게임' 덕분에 한국 콘텐츠의 외연이 확장할 수 있었죠. 책임감을 가지고 양질의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에미상 수상은 부럽죠. '수리남'도 초대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하정우는 이날 2020년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벌금형을 받았던 것을 언급했다. 그는 "인터뷰 자리에서 직접 말씀을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앞으로 배우로서 더 성장하는 데 집중하겠다"라고 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배우 하정우'를 떠나 '인간 김성훈'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2005년부터 쉴 새 없이 지금까지 오다가 모든 것들이 멈춰지면서 2년 반이라는 시간이 더 길게 흐른 느낌이 드네요. 많은 관객들, 시청자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죄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