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7일,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겨울날,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 세트장을 공개하겠다며 취재진을 초대했다. 그런데 여느 세트장 공개와 다르게, 넷플릭스는 세트장의 위치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오징어 게임'과 관련한 정보는 극비라는 이유에서였다. 마치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가 된 것처럼,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채 넷플릭스에서 준비한 대형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 세 시간을 달려, 버스는 대전광역시 모처에 조성된 '오징어 게임' 시즌2 세트장에 도착했다. 세트장에서 만난 황동혁 감독과 김지연 퍼스트맨스튜디오 대표, 채경선 미술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지난 시즌보다 더 강렬해진 비주얼과 심도 있는 이야기를 담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짧은 시간, 제한된 정보만 공개됐지만, 세트장 곳곳에선 이들이 절대 허투루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지연 대표는 "'오징어 게임'이 유례없는 흥행을 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것은 한국 시청자들과 언론의 열렬한 응원 덕분이었다"라며 "시즌2에서도 시즌1의 열기를 이어가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황동혁 감독은 "현장 공개는 데뷔작 때 해보고 한 16~17년 만에 처음 해보는 것 같다"라며 "만들기도 전에 이렇게 온 세상의 관심을 받는 일을 처음이라 무척 낯설고 어색하고 부담이 크다"라며, 그런데도,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오징어 게임2'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 새로운 인물, 이야기의 확장
황 감독은 "시즌2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게 된 성기훈(이정재)을 쫓아가는 것이 주된 플롯"이라며 "성기훈이 다시 게임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함께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해내려는 노력이 주된 내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불행하게도 시즌1에서 인기 있는 모든 캐릭터를 다 죽여서 새로운 인물들이 투입된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시즌2의 기대할 만한 포인트 2가지를 짤막하게 귀띔했다.
먼저 시즌1의 성기훈과 조상우(박해수)처럼 시즌2에서는 더 많은 사적인 관계에 있는 참가자들이 등장한다고 했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세대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남녀 참가자들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게 된 여러 인간관계들과 군상을 보는 것이 시즌2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또 그가 강조한 시즌2의 주요 주제는 '선택과 갈등'이다. 시즌1 첫 번째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끝나고 게임을 계속할 것인지 결정했던 투표를, 시즌2에선 게임이 끝날 때마다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 '편 가르기'와 그로 인한 갈등과 반목을 반영한 것으로, 황 감독은 이 투표로 인해 벌어지는 참가자들 간의 대립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보려 했다고 전했다.
◆ 시즌 1의 상징, 미로 복도와 숙소의 재탄생
이날 세트장 공개의 하이라이트는 시즌1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핑크 미로 복도와 숙소 세트였다. 채경선 감독은 시즌1보다 세트의 규모가 커졌다고 밝혔다.
채경선 미술감독은 이번 복도의 높이를 11m로 설정하면서 "좁고 복잡한 동선과 높은 층높이가 참가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더하며, 고립된 공포를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복잡하게 얽힌 미로는 관객들이 참가자들이 처한 긴장감을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채 감독은 "시즌2에서의 복도는 단순히 이동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갈등과 대립의 무대가 될 것이다"라며 참가자들이 미로 속에서 서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장면들이 이번 시즌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임을 암시했다. 또 채 감독은 미로 계단의 디자인은 네덜란드 판화가 에셔(Escher)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하며, 계단이 비틀리고 겹쳐지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현실을 뒤틀린 듯한 불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공개된 숙소도 시즌2의 테마인 갈등과 대립이 시각적으로 표현돼 있었다. 바닥에는 시즌1 숙소에 없었던 O, X 표시가 LED로 표현돼 있었는데, 채 감독은 단순한 O, X 표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참가자들이 대립하게 되는 시작이라고 말했다. 색상과 조명 대비를 통해 대립 구조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넷플릭스의 야심작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오는 12월 26일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