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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윤균상,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입력 2016-08-31 10:20    수정 2016-08-31 15:57

▲배우 윤균상((사진=Zstudio 김재윤))

윤균상과 인터뷰를 하며 줄곧 든 생각이 있다. 이 남자, 정말 착하기 그지없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게 재미난 말들을 이어간다. 말솜씨가 빼어난 것도 아니고 화려한 미사여구를 쓰는 것도 아니지만, 윤균상과의 인터뷰는 금세 시간이 흘러갔다.

윤균상은 극에서 ‘착한’ 역할만 줄곧 맡아왔다. 전작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호위무사로서의 자신의 소임을 다 했으며 얼마 전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에서는 사랑하는 여자의 사랑을 응원하는, 더없이 쿨하고도 어른스러운 사랑을 한다. 실제 자신은 절대 그러지 못할 거라고 손사레를 친 윤균상이었지만, 그에게서도 마찬가지의 ‘착함’이 묻어나왔다.

요즘 말로 착하다는 말은 바보 같다는 걸 에둘러 말한다고들 하지 않는가. 하지만 윤균상에게 있어 ‘착하다’는 건 문자 그대로의 강력한 의미를 갖는다. 윤균상,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 착한 남자의 세계는 어떻게 펼쳐져 있을까.

Q. 2개월의 행군을 무사히 마친 걸 축하해요. ‘닥터스’ 촬영도 끝났겠다, 요즘엔 뭐 하고 지내나요?
윤균상:
양껏 자고 양껏 먹고 친구들 만나 양껏 마셨습니다(웃음).

Q. 양껏 마셨다는 표현이 예사롭지 않은데요(웃음). 술을 원래 잘 하는 편인지…
윤균상:
좋아하죠. 주량은 두 병 정도? 더 잘 먹을 때도 있고요. 요즘 술이 워낙 순해졌잖아요. 제가 키가 커서 그런지 위도 크고 간도 더 큰가 봐요. 물론 농담이고요.

Q. ‘닥터스’는 체감 상 정말 빨리 20회가 흘러간 느낌이에요. 종영 소감이 궁금해요.
윤균상:
항상 소감은 비슷한 것 같아요. 끝나고 나면 캐릭터와 이별하는 게 참 힘들어요. 그동안은 쉴 틈도 없이 계속 일을 해와서 힘든지도 몰랐거든요? 근데 ‘육룡이 나르샤’를 마치고 한 달 동안 쉴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좀 힘들었어요. 캐릭터와 헤어지는 것도, 스태프 분들과 현장 그리고 배우들과 헤어지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이제는 끝나고 힘들 시간이 올 걸 알게 됐어요. 더 무난하게 넘어가기 위해 대비하고 있죠.

Q. 힘들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뜻하나요?
윤균상:
현장이 행복한 만큼 힘든 게 더 커요. 제가 전라도 전주 출신이라 지금은 상경해서 혼자 살고 있거든요. 그렇다보니 현장 같은 곳에서 여럿이 있는 게 행복해요. 몇 달 동안 매일 보며 식구처럼 지내다가 헤어지니 힘들어요. 배우들과 정도 많이 드니까요.

Q. ‘닥터스’ 배우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윤균상:
맞아요. 팬으로 제가 좋아하던 김래원 선배와 이번 ‘닥터스’를 통해 형 동생 사이가 됐어요. 정말 좋았는데, 헤어지게 돼 슬펐죠. 사실 래원 선배는 직접 뵙기 전엔 선배의 강한 역할들만 생각하고 무서워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보니 따뜻하고 자상하며 섬세했죠. (박)신혜와는 드라마 ‘피노키오’ 이후 2번째 만남이라 많이 의지했는데, 작품 끝내니 또 다시 이별이라 아쉽고요. (이)성경이와 (김)민석이와도 많이 친해졌어요. 그 둘은 정말 ‘비글’ 같았거든요(웃음). 애교도 많고 활기차고 시끌벅적해서 정말 즐겁고 재밌었어요. 물론, 작품이 끝나도 모두와 연락은 하겠지만 매일 보고 일하던 그런 시간들을 갖지 않게 되는 거니까 그런 점이 힘들고 아쉽죠.

▲배우 윤균상((사진=Zstudio 김재윤))

Q. 모두와 절친하게 지내는 중에도 특히 이성경 씨와의 친분이 빛났어요. 항간에서는 두 사람이 썸을 탄다던가, 사귀는 사이가 아니냐 하는 추측도 돌았죠.
윤균상:
정말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얼마나 웃겼는지 몰라요. 그만큼 우리가 친하고 케미도 있고, 또 방송이 워낙 관심을 받다 보니 그런 이야기도 나오는 거 아닌가 싶어요. 케미나 친분이 작품에서 드러나서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았을까 싶고요.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성경이에게 “야, 우리 이러다 열애설도 나겠다”고 하면서 많이 웃었었어요. 그런 관심들이 사랑 받는다는 걸 느끼게 해주니까, 정말 좋죠.

Q. 그렇다면 연애로의 발전 가능성은…
윤균상:
기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웃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지만 성경이와는 그냥 떠들고 노는 게 좋았던 것뿐이거든요. 그런 이야기 도는 것 자체가 정말 재밌어요.

Q. 말 나온 김에 물어볼게요. 혹시 지금 연애 중이거나 한 건 아닌가요?(웃음)
윤균상:
아니에요. 사실 정말 연애가 하고 싶어요. 데뷔 후 2년 넘게 하루도 안 쉬고 촬영을 했었어요. 드라마를 하지 않을 때에는 영화 촬영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쉴 틈도 없고 연애할 틈은 더더욱 없었죠. 그래서 친구들에게 한탄하면 친구들이 이래요. “네가 좀 쉬어야지. 일하는 게 좋아서 하는 건데 왜 그런 소리를 하냐”고요. 그래서 생각해봤는데요, 아직은 연애보다 일하는 게 더 재밌어요. 그 성취감이 보람차고 정말 좋거든요. 연애도 한다면 좋겠지만, 제가 연기와 연애 둘 중 하나를 하게 되면 다른 하나에는 분명히 소홀한 사람이 될 것 같아요. 두 가지를 완벽하게 잘 해내기엔 아직 제 내공이 부족한 것 같거든요.

Q.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다면.
윤균상: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을 돌이켜봐도 내 자신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공통점을 못 찾겠어요. 싫어하는 요소는 확실하죠. 예의가 없는 사람이 정말 싫어요. 어른들한테도 그렇고, 예를 들어 식당 일 하는 분들에게 대하는 걸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가 보이잖아요. 상투적으로 ‘착한 여자’라는 표현이 있긴 하지만 정말로 ‘착함’이 느껴지는 건 쉽지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그런 게 느껴지는 사람이 좋아요. ‘이 사람 정말 착하구나’ 하는, 뭐 그런 거요.

Q. 그런 부분에서는 ‘닥터스’ 정윤도와도 상당히 닮은 것 같아요. 극 중 자신이 사랑하는 유혜정(박신혜 분)이 홍지홍(김래원 분)을 사랑하자 기꺼이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자기감정은 그대로 표현하겠다고 선언하죠.
윤균상:
맞아요. 심지어 ‘짝사랑도 사랑 중 하나다’라고까지 해요.

▲배우 윤균상((사진=Zstudio 김재윤))

Q. 사실 저는 극 중 캐릭터였던 정윤도가 사랑에 있어 어느 정도의 쟁취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정윤도로 임했던 만큼 윤균상 씨가 느낀 생각은 어떤가요?
윤균상:
배우들은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하잖아요? 그래서 전 저만의 러브라인이 없을 거라는 걸 예상했어요. 하지만 윤도로서 몇 달 동안 살아오며 윤도가 사랑을 하길 바랐죠. 그 상대가 서우(이성경 분)가 될 수도 있고 혜정이가 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제 3자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쉽죠.

Q. 정윤도의 사랑법은 현실과는 많이 달랐어요.
윤균상:
정윤도는 다른 사랑을 하는 그 여자를 응원해주고 쿨하게 인정해주는 사랑을 하지만, 실제 윤균상은 그렇게 못 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정말, 전형적인 ‘이상적 짝사랑’이죠. 그런 사랑을 하며 어떠한 계략을 꾸미지도 않고, 험담도 안 하고, 질투에 미쳐 나쁜 짓을 하지도 않아요. 사랑한다고 표현은 해도 뒤에서 나쁜 짓 못하는 캐릭터예요. 그들이 사랑하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사람이 좋다고 하는 걸 응원해주고 도와주고… 참 멋있는 사람이긴 한데, 전 그런 사랑 절대 못 해요(웃음).

Q. 그러고 보니 윤균상이라는 배우가 극 중에서 사랑을 이룬 적이 없는 듯해요. 짝사랑 전문 배우라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윤균상:
그런 표현도 많이 들어요. 근데 다른 생각도 갖게 됐어요. ‘닥터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짝사랑도 사랑이다.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였어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이었죠.

Q. 러브라인에 대한 갈증, 멜로 욕심으로 이어지진 않나요?
윤균상:
이전에는 하고 싶은 연기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진한 느와르,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이런 걸 다룬 작품을 하고 싶지 멜로는 두렵다고 했었어요. 지금도 그런 건 하고 싶어요. 느와르도 하고 싶고. 하지만 ‘닥터스’를 하고나니 달달한 로코(로맨틱 코미디) 욕심이 나요.

▲배우 윤균상((사진=Zstudio 김재윤))

Q. 이제 서른이에요. 다(多) 장르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서른이라는 변곡점에도 많은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윤균상:
변한 걸 느낄 틈도 없었어요. ‘육룡이 나르샤’를 하며 어느새 서른이 됐었고, 서른을 느끼기도 전에 ‘닥터스’를 시작했거든요. 그 ‘닥터스’가 끝나니 어느새 가을이네요. 하지만 저는 배우로서 나이를 먹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배우는 경험이 내공이라 생각하거든요. 많은 걸 겪은 선배들의 연기는 젊은 배우들이 따라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나이 먹는 제가 참 좋아요.

Q. 가장 좋은 점은 ‘군필자’라는 점 같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한 위너죠(웃음).
윤균상:
저랑 친한 사람들이 죄다 미필이에요. 이종석 유아인 김민석 등등… 그래서 저는 그냥 말을 길게 안 할게요(웃음). 그냥, 저 스스로도 신의 한 수라 생각해요. 21살 때 얼른 다녀왔거든요. 흐흐.

Q. 윤균상의 신의 한 수는 군대였군요(웃음). 그렇다면, 배우로서 본인에게 만족도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요.
윤균상:
외모에 있어서는 만족보다는 인정을 하게 됐어요. 옛날엔 다 싫었거든요. 화면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면서 ‘눈은 왜 저래, 이마는 왜 저렇게 좁아, 코는 왜 저래’ 하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익숙해지니 이제는 ‘저 얼굴로 어떻게 해야 사랑스럽게 보이고 무섭게 보이고 할까’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리고 살이 잘 찌고 또 잘 빠지는 체질이라 주의도 많이 하게 되고요.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는 건 분명한 장점이지만 조심해야 하잖아요. 힘들고 예민해져서 살이 쫙 빠지면 그것도 안 좋은 점이니 주의해야겠죠. 하지만 제 큰 키는 정말 좋아요. 같이 선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띌 수도 있는 거고, 사실 전 제 자신을 많이 사랑하거든요.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