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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W' 송재정 작가 밝힌 결말, 차원이동 그리고 로맨스
입력 2016-09-20 12:26    수정 2016-09-20 13:25

▲송재정 작가(출처=MBC)

"너무 과대평가된 거 같아서 두렵네요."

송재정 작가는 여자 강철 그 자체였다.

송재정 작가가 20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MBC 'W' 간담회를 통해 그동안의 뒷 이야기를 털어놨다.

"강철은 서른살로 설정 돼 있지만 실상은 마흔다섯살의 저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말한 송재정 작가는 똑부러지는 말투, 자신있는 표정과 솔직함까지 여자 강철의 모습을 보여줬다.

'W'는 현실과 웹툰을 오가는 독특한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 매회 예고가 공개됐지만 시청자들의 예상을 뒤엎는 전개로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tvN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과 '인현왕후의 남자' 등을 통해 차원 이동의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던 송재정 작가는 "'W'는 저에게도 새로운 시도였다"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대본은 저의 것이지만 작품은 모두의 것"이라며 "작품에 대한 해석 역시 각자 가능하다. 제가 공개한 대본도 각자 서로 좋은 방법으로 고쳐보고, 갖고 노셨으면 좋겠다"는 통큰 면모로 눈길을 끌었다.

SBS '순풍산부인과'를 시작으로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등을 비롯해 MBC '거침없이 하이킥', '크크섬의 비밀' 등의 시트콤을 통해 흥행 작가로 불렸던 송재정 작가가 드라마를 시작하게 됐고, 어떻게 'W'를 쓰게됐는지 솔직한 답변을 모았다.

▲송재정 작가(출처=MBC)

Q:드라마를 끝내고 취재진 앞에 선 소감이 어떤가.
송재정:
과소평가 받는다고 생각할 땐 짜증날 때도 있었다. 그런데 무서운 건 과대평가 같다. 이 순간이 두렵다. 정말 저를 보러 이렇게 와주신 건지 아직도 얼떨떨하다.

Q: 'W'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작품인가
송재정:
순수미술을 하는 광적인 화가에서 시작하려 했다. 고야의 그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하다보니 그림 자체를 영상으로 구현하는게 보통이 아니었다. 그래서 좀 더 대중적인 만화로 옮겼다. 창작하는 사람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무엇을 창작할 때, 표현하는 대상을 도구로 볼 것인지, 영혼이 있다고 생각할 것인지, 이에 대한 고민은 항상있다. '나인'을 쓸 때도 배우에게 미안했지만, 인물 자체에 쏟는 미안함이 있다. 그래서 죽였을 때에도 저도 1년 정도 힘들었다.

Q: '나인', '인형왕후의 남자' 등을 비롯해 'W'까지 차원 이동을 선호하는 것 같다.
송재정:
시트콤을 하다가 왔는데,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안해본걸 해보고 싶어서 드라마를 쓴거다. 시트콤으로 표현할 수 없는 걸 하고 싶었다. 일반 드라마를 한다면 제가 굳이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소재를 특이하게 잡았다. 차원이동물을 많이하는 이유는 극적인 상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Q: 'W'의 엔딩 자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송재정:
엔딩 자체에 크게 관심을 가져본적이 없다. 해피냐 세드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저 말고 다른 사람도 그런줄 알고 생각없이 엔딩 냈다가 욕을 많이 먹어서 이젠 신경을 쓰는 정도다. 'W'도 해피라고 쓴 것도, 세드도 아니다. 그들이 언젠간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암시로 끝냈다. 불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그게 최선이었다.

Q: 'W' 마지막회가 나오기 전 결말을 앞두고 대본을 공개한 것도 화제가 됐다.
송재정:
자식에 대해 부모에게 소유권이 있느냐, 반환점이 부모냐 이런 것에 질문이 어릴 때부터 많았다. 그게 작가가 되니 작품이 된거다. 제가 생각한 결론에 이르른 건 창작품도 온전히 제 것은 아니라는 거다. 씨는 제가 뿌렸지만 스스로 자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지금 쑥쓰럽다. 이건 제가 시작했지만 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대본도 공개한거다. 쓰긴 제가 썼지만 어떻게 해석하는건 각자의 자유라고 봤다.

Q: 송재정 작가의 작품은 워낙 독특하다보니 이전 작품들도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그럼에도 이번 'W'의 대본을 공개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송재정:
대학에서 극작가 강의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대본은 정말 대중적인 글인데 공부하는 사람만 보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들더라. 저 역시 각본집을 낸 적도 있지만 방송이 끝난 후 몇 달 후에 나온다. 가장 '핫'할때 내보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방송 1회가 남아서 번외편 같은 느낌으로 공개했다. 그렇지만 실검 1위까지 할진 몰랐다.(웃음)

그리고 각본집은 책인데 저는 파일 자체를 공개했다. 보시면서 '이 대사 이렇게 바꾸면 좋을 거 같은데'하시면 직접 고쳐가면서 갖고 놀길 바란다. 제 대본을 더 멋지게 고칠 분이 계시면 고쳐주시면 좋겠다. 엔딩도 바꿔도 된다.

Q: 대본이 공개됐음에도 'W' 엔딩은 대본가 좀 다르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송재정:
솔직히 말하면 15, 16회 보지 못했다.(웃음) 나쁜 버릇인데, 전 탈고하고 나면 막 피곤해진다. 그래서 아파서 못봤다. 엔딩이 달라졌다는 얘긴 들었다. 정확히 어떻게 바뀌었는진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 묘한 문제인데 대본은 온전히 제 것이지만 연기자 연출자도 엔딩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에 평가하는 건 선도가 아니지 않나 싶다.

Q: 작업 방식은 어떻게 되나
송재정:
시트콤을 할 땐 공동창작이었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 하다보니 각자 자기 자식들이 따로 있다. 편가르기 최초의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웃음) 그때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어떤 커플은 해피가 되고 어떤 커플은 세드가 된거고. 그때 이후로 삼각관계를 안하게 된 거 같다.

그때 공동작업을 한 적이 있어서 제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한다. 누가 보면 다중인격같다. '반론을 이렇게 제기할꺼야' 하면서 3인정도 역할을 하고 쇼를 하고 혼자 토론을 하고, 그렇게 쓰고 있다. 보조작가가 7년 넘게 해주고 있는데, 그 친구가 사람으로서 한명 해주고(웃음) 그래서 너무 마이너하지 않게, 대중성에 턱걸이 하게 가는 것 같다.

Q: 하지만 시청자들이 따라가기 힘들다는 평가도 있었다. 실제로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률이 주춤하기도 했다.
송재정:
시청률 정말정말 중요한데 뜻대로 안된다. 시청률 나오는 날이면 심장이 벌렁거린다.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정말 시청률을 작정하고 쓴다.(웃음) 저도 시청자인데 이런 드라마, 영화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니까 남들도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쓰는건데, 그게 아니더라. 빠르고, 궁금증을 일으키는 작품을 좋아한다. 근데 제가 대중적이지 않은 걸 깨닫고 남의 말 들으려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작가의 생존은 시청률이다. 저한테 보람을 주진 않지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W'는 다행히 초반에 잘 만들어주셔서 그 덕에 후반에 덜 부담스럽게 쓴거 같다. 흔들리지 않게 원동력이 되는게 시청률이다.

Q: 이종석, 한효주 등 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다.
송재정:
이종석 씨에겐 정말 감사하다. 이종석 씨는 이 드라마에 리얼리티를 부여했다. 일단 생긴 것부터 만화다. 만화처럼 안 생겼음 어쩔뻔했나. 가장 중요한 킥포인트인데 그걸 해내신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이종석 씨 스스로도 '강철과 공통점이 없다'고 하더라. 강철은 나이는 서른살인데 마인드는 제 나이, 마흔 다섯살이다. 두려움도 의문도 없고 다 깨달은 초인적인 캐릭터라 뒤로 갈수록 더 힘들었을텐데 집중력 잃지 않고 해줘서 고맙다.

한효주 씨는 그저 미안하다. 정말 고된 역할인데 잘해주고, 의사 설정위해 멋도 안냈다. 많이 뛰고 많이 울고 감정 소모도 커서 그 부분이 미안하다. 마음같아선 밝은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쓰다보면 저도 따라가는 거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저도 보고 싶긴 했는데 아쉽다.

Q: 'W'의 차원이동은 강철의 인지다. '나인'의 향, '인현왕후의 남자'의 부적과 달리 뚜렷한 매개체가 없다. 그래서 어려웠다는 반응도 있다.
송재정:
저도 극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 '왜 이러지' 깨달은게 있다. 이전엔 매개체가 분명했다. 그게 변하지 않으니까 매개체만 알려주면 시청자도 쉽게 따라갔다. 그런데 'W'는 자유 의지다. 이게 화면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선 이해도 떨어질 수 있더라. 저의 실수다. 제 인지로는 납득이 됐지만, 방송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은 했다.

Q: 'W'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한거다. 자유 의지로 차원을 이동하도록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
송재정:
'나인' 때까지만 해도 논리적인 것에 집착했는데 몇 달 사이에 생각이 바뀌었다. 이게 볼 때 낯설 수 있는데 이젠 사고 중심으로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살인의 추억', 미국드라마 'CSI'등이 어마어마하게 인기를 얻었다. 그래서 논리가 중요다고 판단됐고, 저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근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지겨워하는 거 같더라. '왕좌의 게임'도 그렇고, 논리는 시청자 머릿속에 있고 그 다음, 시각적으로 뭘 보여줘야 할 것인지 그걸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도 이제 판타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없게 된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자유의지의 근원은 결국 상상력 아닌가.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표현하는가
송재정: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거다. 제가 일하는 모습 보면 이상하다 할 거다. 학습법에 대한 책도 많이 나오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지 않나. 기술적인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냥 갖고 놀고, 체화되야 하는 거 같다. 잡지도 보고 TV도 보고 하는거다. ;내가 이제부터 떠올려야지' 해서 하는 건 아니다. 고야의 그림도 이전부터 좋아했는데, 미술관에 다시 갔더니 더 뚜렷하게 생각이 났다.

Q:'W'를 사전제작으로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송재정:
사전제작은 정말 어마어마한 노하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길다. 드라마에서 가장 힘든게 감정선을 이어가는 일이다. 이걸 제대로 잇고, 연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숙련된 사람들이 해야한다. 그게 아니라면 도박같은 일이 될 거 같다.

Q: 송재정 작가의 로맨스물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어떤가
송재정:
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 나이가 드니까. 이전엔 20대 사랑을 공감하면서 썼다. 지금은 추억을 더듬으면서 쓴다. '요즘 애들이 이렇게 하나' 자신도 없어졌다. 쓰고 싶어도 못 쓰는거다. 강철도 서른이라 해놓고 마흔다섯의 마음을 넣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제 주인공도 나이를 올려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제가 만약 사랑을 쓴다면 나이든 중년의 사랑이 아닐까.

후속작에 대한 아이템은 있는데 너무 어두워서 방송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 과대평가가 잊혀질 때까지 조용히 있을 예정이다.(웃음)

▲송재정 작가(출처=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