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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매번 새로워지는, 이승철의 생명력
입력 2016-09-26 17:16   

▲이승철(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이승철은 ‘국민 가수’란 호칭을 허락받은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그가 수 년 째 ‘전설’로 자리할 수 있는 데에는 세월을 거스르는 가창력, 음악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가 주효한 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변화’에서 비롯한 그의 생명력이다.

지금이야 너도나도 외국인 엔지니어를 섭외해 작업하고 있지만, 이승철은 해외 레코딩이 일반화되기 훨씬 이전인 1994년 미국 유명 프로듀서 닐 도르프스만과 작업했다.(닐 도르프스만은 스팅의 음반 엔지니어로 유명하다) 그리고 국내 가수들이 외국인 작곡가들과 작업을 시작할 때 이승철은 신인 작곡가들에게 눈을 돌렸다. 이 가운데에는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실용음악과 학생들도 더러 섞여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3년 발표한 정규 11집 수록곡 ‘늦장 부리고 싶어’와 ‘40분차를 타야해’다. 두 곡은 각각 동아방송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재학 중이던 최재원, 정수경의 곡이다. 당시 이승철은 약 40여곡의 학생 작품을 들어본 뒤 두 사람의 작품을 최종 선택했다.

지난해 발표된 정규 12집 ‘세월 참 빠르다’에는 신인 작곡가 김유신과 함께 한 ‘마더(Mother)’, 한수지가 쓴 ‘시련이 와도’ 등을 수록했다. 두 곡 모두 이들 작곡가의 입봉작이다. 여기에 이승철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던 작곡가 전해성의 편곡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는 이승철 자신을 살찌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승철은 26일 열린 데뷔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작곡가들에게서는 세련미가 느껴진다면, 신인 작곡가 특유의 풋풋하고 프레쉬한 느낌도 있다. 여기에 이승철을 조화시켜서 신구(新舊)가 어우러지는 음악을 만들고자 고민한다”고 말했다.

신진 작곡가의 기용은 이들에게 등용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도 의미 깊다. 이승철의 음반에 곡을 수록했다는 것은 작곡가들의 커리어에 적지 않은 힘을 실어줄 테고, 향후 작품 활동에도 물꼬를 터줄 게다. ‘입봉’의 문턱을 낮춤으로써 국내 가요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장한다. 이승철의 행보가 갖는 또 다른 의의다.

이승철은 자신의 발라드를 ‘패션’에 비유했다. 창법 자체는 바뀔 수 없지만 어떤 작곡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양한 옷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매번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지만 모두 ‘이승철’이란 이름으로 어우러진다. ‘전설’은, 그냥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