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행' 소중한 보물 송희 위한 조부모의 사랑
입력 2021-11-20 18:00   

▲'동행'(사진제공=KBS 1TV)
조부모와 함께 폐지를 줍는 아홉살 송희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만나본다.

20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소중한 보물 송희를 지키기 위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힘든 일상을 소개한다.

◆남겨진 보물 송희

서울 금천구의 주택가. 이곳엔 아침저녁으로 골목을 누비는 아홉 살 송희가 있다. 고사리손으로 박스를 접고, 나뒹구는 캔도 야무지게 밟아 작은 손수레에 싣는 아이. 송희가 이토록 열심히 폐지를 줍는 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외할아버지 강태호 씨(71세)와 외할머니 이순희 씨(61세)를 위해서다. 미혼모였던 엄마가 2년 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송희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건 조부모였다. 두 분은 없는 형편에도 지극 정성으로 송희를 키웠고 사랑받고 자란 송희는 밝고 예쁘게 자랐다. 아직 엄마가 그리울 아홉 살이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알면 속상하실까 봐 내색하지 않는 송희. 그저 조부모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송희는 조부모와 함께 폐지를 주우러 가는 길이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다.

◆송희를 위해 살아가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7년의 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송희의 엄마가 남긴 건 막대한 병원비와 어린 송희였다. 한때는 지방에서 번듯한 식당을 운영하며 어려움이 없이 살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딸의 병원비를 내기 위해 평생 일군 집도, 가게도 모두 팔아야 했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왔지만, 사고로 발을 절게 된 할아버지는 변변한 직업을 가질 수 없었고, 할머닌 동네 식당에서 불러 줄 때마다 일하지만 남은 빚을 갚고 월세까지 내려면 하루가 버거운 상황이다. 그래서 시작한 폐지 줍기. 한 푼이라도 벌겠다며 시작한 일이었지만 송희가 문제였다. 어린아이를 고생시킬 수 없어서 집에 두고 다니려고 해도 혼자 있기 싫다며 늘 쫓아다니는 송희. 어린아이를 고생시키는 것도 마음 아프고, 고생시킨 만큼 해달라는 것 다 해줄 수 없는 형편이라 미안하기만 하다.

◆송희를 위한 하얀 거짓말

할아버지는 요즘 거짓말이 늘어난다. 아이에겐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면서 당신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건 하나뿐인 손녀의 마음을 지켜주고 싶기 때문이다. 반지하로 이사하면 마음이 아플까 1층이라고 말하고, 엄마 때문에 죽음에 상처가 깊은 손녀를 위해 키우던 참새가 죽었다는 말을 못 하고 몰래 하나 사다가 두었다. 반지하 집 이삿날, 할아버지가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되려 속상해 우는 할머니를 보며 “나는 좋은데 왜 할머니는 슬프냐”고 할머니를 위로하는 손녀. 반지하 집에서 더 이상 새를 키우는 데 무리라고 생각하고 참새를 자유롭게 날려줘야겠다는 손녀를 보면서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아이가 잘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엄마 없이 잘 자라주는 아이를 위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한 할아버지, 힘차게 수레를 끌고 골목을 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