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은 짧지 않다. 아무리 뜨거웠던 열정도 충분히 식을 만한 시간이며, 현실과 타협했다고 해도 누구 하나 쉽게 손가락질할 수 없는 시간이다. 신인 여성 어쿠스틱 듀오 여동생(YDS)은 시간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았고, 마침내 자신들의 정식 앨범을 세상에 내놨다.
여동생은 지난달 21일 새 싱글 '좋아해'를 발매하고, 가요계에 정식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들은 8년 전 같은 음악학원에서 만나 RBW 연습생을 거쳤고, 본인들의 힘으로 '안녕, 봄', '정신 차려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열대야' 등 6곡의 음원을 발매한 경험이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 비즈엔터를 찾은 여동생 소현, 혜민은 "영화로 비유하자면 그동안 우리 둘의 힘으로 독립영화를 만들어왔는데, 소속사가 생기고, 공동의 목표를 가진 스태프들과 함께 첫 상업영화를 만들게 된 것"이라며 "우리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아직도 꿈만 같다"라고 밝혔다.
여동생이란 팀명의 뜻은 '여러분의 동생이 되겠다'이다.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은 두 사람의 마음을 담았다. 소속사가 생기고 본격적인 데뷔를 준비하면서 팀명을 바꿔볼까도 고민했지만, 두 사람은 여동생이란 팀명에 담긴 친근함을 포기할 수 없었다.
"여동생의 노래는 쉽게 들을 수 있고, 언제 들어도 편안한 노래를 지향해요. 꼭 옆집이나 앞집에 사는 동생이 부를 것 같은 노래요."(소현)
여동생의 소속사는 빅마마 이영현, 박민혜 등이 소속된 에이치오이엔티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창력에, 수많은 명곡을 보유한 '리빙 레전드' 빅마마와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됐다는 것이 영광스러우면서도, '빅마마 소속사의 신인 가수'라는 호칭이 이제 막 데뷔하는 두 사람에게는 적잖이 부담도 될 만하다. 하지만 여동생은 빅마마로부터 받은 뜨거운 응원을 전하며 자신들 또한 멋진 선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연말에 회사 워크숍에서 처음 뵀어요. 저희 둘은 낯가리고 있었는데 이영현 선배님이 먼저 다가와 말도 걸어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돈은 우리가 벌 테니까 너희는 하고 싶은 음악해'라고 말씀하셨어요. 정말 멋있지 않나요?" (소현)
"최근에 선배님들 콘서트도 다녀왔어요. 관객들에게 노래로 울림을 준다는 것이 무엇인지 체험하고 왔습니다. 모두 입 벌리고 노래를 감상하고 있었어요. 하하. 존재 자체가 배움인 선배님들이에요. 소현 언니랑도 꼭 우리도 좋은 가수가 되자고 다짐했어요." (혜민)
독자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현과 혜민은 새로운 음원을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고, 적은 예산을 아껴가며 녹음을 하고,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도 많았지만 두 사람은 언젠가 자신들의 음악을 사람들이 알아주는 날이 올 거라며 서로를 다독이고 의지했다. 그렇게 8년 동안 호흡을 맞추며 이제는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
"한 명이 지치면 다른 한 사람이 잡아줬어요. 번아웃이 오려고 해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 음악을 들은 팬들이 쓴 댓글이나 DM을 보면 힘이 금방 나더라고요. 둘이 싸우지 말고 오랫동안 음악 해달라는 말을 들으면, 누군가에겐 우리 노래가 가치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혜민)
"싸우는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지금까지 한 번도 언성을 높였던 적이 없어요. 의견 차이가 있으면 대화로 풀어나가는 편입니다. 한 사람이 양보할 때도 있고, 상대를 설득시키기도 하면서 이견을 조율하고 있어요." (소현)
가족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소현은 "소속사가 생겼다는 말에 부모님께서 정말 좋아하셨다"라며 자신들보다 더 행복한 것처럼 보였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여동생의 1호 팬으로서,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응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현은 "응원해주는 만큼 열심히 할 테니 앞으로도 지켜봐달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혜민은 어린 시절 꿈은 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사랑하는 음악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혜민은 오랫동안 소현과 함께 많은 사람이 찾는 대중적인 음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엔터 대표는 경영을 해야 하는 역할이잖아요. 저는 오래 음악을 하고 싶어요. 먼 훗날 저도, 소현 언니도 결혼하고 각자의 가정이 생긴 뒤에도 음악만큼은 끝까지 함께하기로 했어요." (혜민)
"짧게는 올해 3개 이상의 음반을 발표하고 싶어요. 자주 얼굴을 비치고, 여동생이란 듀오가 있다는 걸 알려드리는 거죠. 소극장 공연도 해보고 싶고요. 무엇보다 내년 이맘때엔 아르바이트를 확실하게 그만둔 삶이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르바이트와 음악을 병행했거든요. 그만큼 음악이 좋았고, 음악 하나만 보고 8년을 달려왔어요. 이제 소속사도 생겼으니 혜민이와 함께 음악만 할 수 있는 삶에 정착하고 싶습니다." (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