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서 계속
김나연은 여섯 살 때부터 연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남다른 끼가 있어서 다녔던 것은 아니었다. 동네 어른들한테 부끄러워 제대로 인사도 못 하는 소극적인 딸의 성격을 바꿔보려고 김나연의 어머니가 결정한 일이었다.
"2년 동안 연기학원만 다녔어요. 또래 친구들이 오디션도 보고, 광고 촬영도 가는데 진짜 전 연기를 배우기만 했대요.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엄마한테 그랬다는 거예요. '엄마, 왜 나는 아무것도 안 찍어? 나도 하고 싶어.'"
김나연의 어머니는 어린 딸의 의사를 거듭 물어보고 그때부터 함께 아역, 단역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런데 여전히 수줍음이 많은 것일까. 김나연은 주변에 자신이 배우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단다.
"학교 친구들한테도 제가 연기를 한다는 걸 말한 적이 없어요. 스케줄이 있을 땐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학교를 빠졌거든요. 친구들도 그냥 어디 갔나보다 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 '졸업'이 방송되고 제가 연기한다는 걸 다 알게 됐어요. TV의 힘이 진짜 대단하더라고요. 하하."
그도 그럴 것이, 김나연은 현재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말하지 않는다면, 그가 배우라는 것을 알기 쉽지 않다.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이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학업과 실전 경험을 병행하고, 다양한 관련 경험을 쌓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고등학교 진학할 때 저도 예고에 갈까 고민했어요. 오랜 고민 끝에 딱히 갈 필요가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친구들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싶었고, 연기는 따로 연기 수업을 받거나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면 될 거로 생각했어요."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김나연은 "어차피 해야 할 것 즐겁게 하자는 것이 삶의 모토"라며 미소를 지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씩씩하게, 학생의 본분과 배우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김나연이었다.
김나연은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처럼, 본인도 모르게 내 안에 숨어있던 새로운 감정들을 연기를 통해 하나둘 꺼내보는 것이 연기의 매력이라고 했다.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그 과정 안에서 김나연이 아닌 극 중의 캐릭터가 돼 가는 과정이 즐겁다고 전했다.
"연기할 땐 꾸밈없이 하려고 노력해요. '나 지금부터 연기할 거야'가 아니라 애초에 내가 성하율이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거죠. 그렇게 배역 안에 스며드는 연기를 하시는 분들이 김혜수, 서현진 선배님 같아요. 어떤 역할을 맡든 전혀 어색함이 없잖아요. 두 분을 롤모델로 삼아 어떤 역할에든 스며들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8살, 주변 친구들이 촬영장에 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하고 싶어 시작했던 연기였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났고, 배우 김나연의 사춘기도 지났다.
"마음가짐이 많이 변했어요. 어린 시절에는 '연기? 하면 되지! 재미있잖아!' 이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좀 더 진지해졌어요. 감독님과 선배님들을 만나 작품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경청할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아졌죠. 이제는 단순히 재미있어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만드는 일원이 됐다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연기에 임하고 있어요."
배우는 좋은 작품을 위해, 배역을 위해 뭔가를 끝없이 배우기 때문에 '배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어쩌면 배우는 '졸업'과 가장 거리에 먼 직업일지 모르겠다. 배우라는 거대한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김나연에게 드라마 '졸업'의 의미를 물었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위로받았던 것처럼, 사람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졸업'에서 내가 과연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어요. 무사히 작품을 끝낸 지금은 행복해요. '졸업'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작품이에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올해가 가기 전에 한 작품에 더 캐스팅됐으면 좋겠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