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 픽 쌤과 함께' 김용현 교수,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실리 외교 펼쳐야"
입력 2024-12-08 19:00    수정 2024-12-15 09:34

▲'이슈 PICK 쌤과 함께'(사진제공=KBS 1TV)
'이슈 픽 쌤과 함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와 함께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국제 정세 속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은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생각해본다.

15일 방송되는 KBS 1TV '이슈 픽 쌤과 함께' 에서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한반도 힘의 균형은 어디로?’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상상하지 못했던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김용현 교수는 “파병 소식을 들은 후 올 한해 북한의 행보가 퍼즐처럼 맞춰진 느낌이었다”라고 답했다. 김정은은 올해 초부터 ‘적대적 두 국가론’을 강조해왔으며 지난 6월 19일에는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러조약’을 체결했다. ‘어느 한쪽이 침공을 받을 시 다른 쪽이 군사 지원을 한다’는 자동 군사개입을 규정한 ‘북러조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염두에 뒀던 조약 체결로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를 점령함으로써 북한 파병의 명분이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주목할 점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9월 북한의 특수작전부대 현지 시찰에 나선 것을 들 수 있다. 이 모든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갑작스러운 결단이 아닌 치밀한 준비 끝에 실행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슈 PICK 쌤과 함께'(사진제공=KBS 1TV)
▲'이슈 PICK 쌤과 함께'(사진제공=KBS 1TV)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을 결정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김정은과 푸틴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고립되었을 뿐 아니라 사상자 역시 증가했고, 우크라이나가 점령 중인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 수복이 푸틴에게 시급하다. 수많은 사상자가 예견됨에도 러시아에 파병을 결정한 북한의 목표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북한 역시 절박한 상황”이라는 말과 함께 “2025년은 북한의 경제국방발전 5개년 계획이 종료되는 해지만, 강력한 대북 제재와 함께 경제 파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대북 정유제품 공급은 현재 연 50만 배럴로 제한되어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하루 소비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이처럼 북한은 정상적인 경제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남북한의 경제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파병을 통해 러시아 특수를 노리고 있다. 전쟁 중에는 파병 군인의 임금이 큰 외화벌이 수단이 될 수 있다. 국정원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군은 1인당 약 2,000달러, 약 280만 원에 달하는 급여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북한의 1인당 월 국민총소득(GNI)인 약 13만 원의 20배가 넘는 수준이다.

또한, 최초의 드론 전투라 불릴 정도로 양상이 바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함으로써 북한군의 현대전 실전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작년 우크라이나가 배치한 드론은 무려 20만 대 이상이며, 올해 드론 100만 대 생산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전쟁 당사국으로서 전후 복구 인력이 부족한 러시아의 노동 시장을 노린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또한, 푸틴 대통령이 결국 북한에 군사기술을 제공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이슈 PICK 쌤과 함께'(사진제공=KBS 1TV)
“현재 한반도의 정세가 심각한 위기 상황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진단이다. 현재 북한은 5,000여 개가 넘는 대남 오물 풍선을 살포하며 시민들의 일상에 큰 불편과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이 오물 풍선이 실제 무기가 될 경우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 역시 존재하므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김 교수는 대북 전단과 오물 풍성 문제 해결 방법으로 ‘서로 보내지 않는 것’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북한 역시 한반도의 긴장 고조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또한, 미국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 나서라는 북한의 메시지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남북한의 충돌지가 될 가능성을 지닌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유엔군 사령부가 휴전 이후 서해 5도의 방어와 관리를 목적으로 설정한 사실상 ‘해상경계선’이다. 그런데 NLL은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 군사 분계선과 겹치는 구역이 존재해 지속적인 긴장과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5년 휴전선에서 목함지뢰 폭발 사건이 있다.

2017년 트럼프와 김정은이 ‘핵 단추’를 언급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있던 한반도는 반전의 계기를 맞는데, 바로 평창 동계 올림픽이다. 긴장 완화 및 대화의 계기로 작용한 평창 동계 올림픽 이후, 2018년 남북·북미 간 대화의 국면이 숨 가쁘게 전개되었다. 6년이 지난 현재,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내년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돌아올 ‘트럼프’다.

김 교수는 트럼프가 계속해서 선거운동 기간 중 김정은과의 친분을 강조해왔던 것을 들어 한반도 안보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김정은 역시 지난 8월 4일 미국을 향해 “대화도 대결도 우리의 선택으로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며 2021년 이후 3년 만에 처음 대화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북러가 밀착하며 북한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게 되었으나 핵 문제는 북한이 미국과 담판을 통해 해결하려 할 것”이라 추측했다.

현재 북핵 문제는 트럼프 1기와는 매우 달라진 양상을 보인다. 김 교수는 “미국이 비핵화를 포기하고 비확산이나 핵 용인으로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 전하며 “재임이 없는 트럼프가 4년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고, 김정은 역시 협상 파트너로 트럼프를 선호하기에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이 현재 파병으로 중국의 보완재인 러시아를 확보한 상황이므로 이번 러시아 파병을 활용하여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현재 한반도-동북아 정세 관리 능력이 절실한 상황으로, 북러 밀착을 면밀히 분석하여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북한과 약 1,400킬로미터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인 만큼 중국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한층 더 복잡해질 2025년 한반도에서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제언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