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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스타]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유현종 "롤모델 오정세…대체 불가능한 배우"(인터뷰②)
입력 2025-05-22 00:00   

▲배우 유현종(비즈엔터DB)

①에서 계속

"새벽 6시에 나가서, 저녁 7시에 들어오면 하루가 다 가요. 그런데 묘하게도, 그 시간들이 마음을 비워줬어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이 전공의 파업 이슈로 방영이 연기되고, 유현종은 카메라 앞이 아닌 건설 현장에서 지냈다. 누군가는 '노가다'라고 부르는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감정을 배웠다. 무대가 아닌 거친 땅바닥, 쇠를 자르고 용접을 하며 그는 가정을 책임졌다.

"처음엔 그저 생계를 위해 시작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일이 태도를 바꿔주더라고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유현종(사진=유현종 SNS)

유현종은 현장에서 만난 '형님들', 50대가 넘은 베테랑 노동자들을 '형님'이라 부른다. 그들과 무거운 철근을 옮기고, 타카로 못을 쏘며 하루를 보내다 보니 손윗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저절로 넉넉해졌다. 이제는 식당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붙이곤 한다. 그러다 보니 그의 부인은 '남편이 아저씨가 됐다'고 놀린단다.

건설 현장에선 기술도 익혔다. 용접, 산소 절단 등 몸으로 배운 것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그러다 최근 오디션 공고를 보게 됐고, 현장에서 갈고닦은 '무대포 정신' 달려갔다.

"오디션장에 자기소개서를 들고 갔어요. 배역이 건축 동아리 일원이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기술들을 쭉 설명해드리며 감독님께 현장 경험이 있다고 말했죠. 웃으시더라고요. 하하."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유현종(사진=유현종 SNS)

오디션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렇게 그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물론 그가 맡은 배역의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유현종은 실망하지 않는다.

"신을 만드는 건 제 몫이죠. '언슬전'에서 이미 경험해봤잖으니 자신있어요. 현장 형님들이 이곳에서 하던 것처럼만 하면 뭐든 된다고 하더라고요. 오디션도, 제 분량도 어떻게든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요."

돌이켜보면, '언슬전'이 방영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불안과 싸움의 연속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언슬전'이 편성된 뒤에도 여전히 불안했다. 혹시 자신의 신이 편집된 건 아닌지, 그는 본 방송을 볼 때마다 대본을 펼쳤다. 다행히 그가 출연했던 장면들은 살아남았고, 유현종과 박무강은 시청자들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유현종(사진=유현종 SNS)

그는 '언슬전' 속 박무강 분량을 편집한 숏폼 영상들을 일일이 찾아봤다며 미소를 지었다. 영상마다 달린 댓글들도 꼼꼼히 읽었다. 어떤 이는 '현실 소아과 선생님 같다'고 했고, 어떤 이는 '출산 당시 주치의가 떠올랐다'면서 자신과 아이를 돌봐줬던 의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 모든 말들이 유현종의 지난 시간을 위로해줬다.

유현종은 자신이 닮고 싶은 배우로 오정세를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어떤 작품에서도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인물의 삶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오정세의 대체 불가한 모습을 볼 때마다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맛도 있고, 건강에도 나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삼삼한 고농축 천연 조미료 같은 배우요. 어떤 극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쌓은 경험들이 유현종의 단단한 근육이 됐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 시간들이 지금의 유현종을 만들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배우'가 되기 위해, 유현종은 오늘도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전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