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들 우리와 함께 재미있게 노는 모습 보니까 좋은데요?"(리사)
6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블랙핑크가 등장하자 관객석은 단번에 들끓었다. 이들의 아우라는 명불허전이었고, 인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무대마다 에너지는 폭발했고, 약 4만 관객을 단번에 압도하는 무대 장악력을 보여줬다. 걸그룹 최초로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입성한 팀답게, 네 사람은 첫 발걸음부터 전설을 예고했다.
이틀간 7만 8000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번 공연은 2023년 9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본 핑크(BORN PINK)' 피날레 공연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에 선보이는 블랙핑크의 완전체 무대였다. 그래서였을까. 30도를 넘는 낮 기온은 블링크(팬덤명)에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팬들은 일찌감치 공연장 주변에 모였고, K팝 여왕들의 귀환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블랙핑크는 완전체로서의 긴 공백을 지우겠다는 듯, 블링크의 기다림에 응답이라도 하듯 모든 것을 갈아넣은 3시간짜리 공연을 준비했다. 포문은 'Kill This Love'가 열었다. 거대한 응원봉 '뿅봉'의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고, 멋진 무대 효과들과 함께 네 멤버가 등장했다. 'Pink Venom', 'How You Like That', '불장난', 'Shut Down'까지 이어지는 첫 구간은 블랙핑크라는 팀의 정체성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듯했다.

블랙핑크는 지난 1년 10개월 동안 각자의 활동에 집중했다. 네 사람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쌓아온 음악적 여정을 꾹꾹 눌러 담아 솔로 무대로 선보였다. 지수는 'earthquake'와 'Your Love'로 뮤직 드라마 주인공이 노래를 부르는 듯한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였고, 리사는 'New Woman'과 'Rockstar'로 무대를 휘어잡는 에너지를 뿜어냈다.
제니는 'Mantra', 'with the IE (way up)', 'like JENNIE' 세 곡을 흐름 있게 이어가며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선명히 각인시켰다. 로제는 '3am', 'toxic till the end',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곡 'APT.'까지 선보였다. 특히 'APT.' 무대에서는 관객 전원이 "아파트!"를 외치며 순간의 열기를 극대화했고, 로제는 객석의 팬 한 명을 무대 위로 초대해 함께 무대를 꾸미며 공연의 분위기를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이날 공연엔 블랙핑크의 초심과 성장이 있었다. '붐바야', '뚜두뚜두 (DDU-DU DDU-DU)', '마지막처럼', 'Forever Young' 무대에선 블랙핑크가 지나온 시간들을 느낄 수 있었고, 'Pretty Savage', 'Don't Know What To Do', '휘파람', 'STAY', 'Lovesick Girls'에서는 블랙핑크 특유의 감각적인 무드를 만끽할 수 있었다.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단연 신곡 '뛰어(JUMP)'였다. 강렬한 VCR이 끝난 뒤, 베이스와 일렉 기타 사운드가 겹쳐지고, "뛰어!"라고 외치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관객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특히 신곡은 본 공연에서 한 번, 앙코르 무대에서 또 한 번 총 두 차례 공개되며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티저 영상으로만 확인했던 곡의 임팩트가 라이브 무대에서는 몇 배로 증폭되어 나타났다. '뛰어'는 이번 공연에서 처음 공개된 신곡이 아니라 이 공연 전체의 테마처럼 울려 퍼졌다.
"우리 첫 스타디움 투어를 시작하는 고양 공연에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월드투어 떠나게 돼서 아쉬운데, 또 블링크를 다시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조명이 꺼진 뒤에도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응원봉 '뿅봉'의 물결은 한참 동안 천천히 흔들렸다.
이날 고양에선 블랙핑크를 중심으로 시간이 멈춘 듯했다. 어쩌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네 사람은 'DEADLINE'이라는 이름의 투어를 이제 막 시작했고, 세계를 향해 달려나갈 예정이다. 이번 투어는 로스엔젤레스, 시카고, 토론토, 뉴욕 등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