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남규희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그는 'S라인' 1~2화에 짧게 등장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혜영은 어느새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캐릭터가 됐다.
"올해 공개된 작품 중에 '바니와 오빠들', '24시 헬스클럽'도 있었지만, 유독 이번 'S라인'에서의 반응이 가장 컸어요. DM도 제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하하."
특히 팬들은 2화 이후 홀연히 사라진 김혜영의 행방을 많이 물었단다. 남규희는 "사실 6화에서 'S라인'이 보이는 안경을 추종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순식간에 지나간다"라고 귀띔하며, 'S라인' 스핀오프나 시즌2가 제작된다면 김혜영이 다시 나올 수 있지 않겠냐며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S라인'이 특별했던 이유는 또 있다. 남규희는 'S라인'이 국내에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 제8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남규희도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그곳에서 'S라인' 1~2화를 처음 봤다. 그는 스크린 속에서 처음 마주한 자신의 모습,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시선, 그 순간을 생생히 떠올렸다.
"객석을 채운 수많은 해외 관객들이 내 연기를 본다고 하니까 정말 떨리더라고요. 작품을 보는 내내 옆자리 앉은 아린이 손을 꼭 잡았죠."
'S라인'은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음악상을 수상했다. 남규희는 함께 칸을 방문한 이수혁, 아린 등과 수상대에 함께 올라갔다. 데뷔 후 처음으로 레드카펫을 밟았을 뿐만 아니라, 출연작이 상을 받는 순간을 함께 누렸다. 칸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새로운 동력이 됐다.
"언젠가 칸 국제 영화제 레드카펫을 걸을 수 있는, 상을 받는 그날을 떠올리며 더 열심히 달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배우 남규희의 시작은 독특했다. 그는 광주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중학생 때 서울로 전학왔다. 가족 모두가 서울로 주거지를 옮겨야 했기에 전학은 불가피했다.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하는 어린 딸을 설득하기 위해 남규희의 부모님은 "서울에서 연기를 배워보는 건 어떻겠냐"라고 제안했다.
"연기 학원에 갔는데 재미있더라고요. 하하. 처음엔 단순한 취미로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 앞에 설수록 연기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안양예고 시절에는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학생이었다. 남규희는 공연 주인공을 따내기 위해 밤낮으로 연습했고, 그 속에서 성장의 쾌감을 배웠다. 하지만 데뷔 후에는 벽을 마주했다. 노력과 연습이 결과로 매번 이어지진 않았다.
"오디션에서 떨어질 때마다 마음이 꺾이는 순간들이 있었죠. 전에는 무조건 이기고 싶다, 하고 싶다였는데 지금은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남규희는 더 오래 연기하기 위해서 긍정과 여유를 추구하고 있다.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는 그는 '믿고 보는 배우'보다 '유쾌한 배우'를 꿈꾼다.
"남규희라는 이름이 보이면 기분 좋은 느낌을 줬으면 좋겠어요. 전 첫사랑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완벽하진 않아도 늘 절실히 노력하고, 사랑스럽게 기억되는 사람."
그의 다음 목표는 명확하다.
"국내 시상식에 초청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왕이면, 상도 받고 싶고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