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MBC 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은 말기 환자에게 불법적으로 '조력 사망'을 제공하는 의사 이보영(우소정 역)과 이를 추적하는 형사 이민기(반지훈 역)의 이야기를 그리며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단순한 메디컬 스릴러를 넘어,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이 맞닥뜨리는 윤리적 딜레마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시청자는 "만약 내가 환자라면", "내 가족이라면"이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그만큼 '죽음의 선택'은 더 이상 허구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안락사와 존엄사라는 두 개념을 종종 혼동한다. 이제는 그 차이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안락사, 생명을 단축하는 선택
안락사, 특히 '적극적 안락사'는 말기 환자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때, 의사의 개입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다. 고통 완화를 목적으로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생명을 앞당겨 끊는 것이어서 논쟁이 뒤따른다.
안락사가 시행되려면 네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환자가 시한부 인생일 것. 둘째, 극심한 고통 속에 있을 것. 셋째, 환자의 진지한 촉탁과 동의가 있을 것. 넷째, 반드시 의사에 의해 시행될 것. 이러한 조건은 잘못된 판단이나 강요로 인한 위험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절대적 생명 보호 원칙'에 따라 적극적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인간의 생명은 침해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라는 입장이 법체계 전반에 깔려 있다. 반면 스위스 등 일부 국가는 제도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 존엄사,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
존엄사는 안락사와 달리 '치료 중단'을 의미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멈추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안락사가 적극적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라면, 존엄사는 무익한 연장을 멈춤으로써 부수적인 결과로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선택이다.
대한민국은 존엄사를 법적으로 인정한다. 이를 위해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 제도가 존재한다. 환자나 건강한 개인이 미리 작성해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다. 또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엄격한 요건과 절차 아래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며, 이는 위법이 아니다. 따라서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표현은 곧 존엄사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 죽음의 선택, 사회가 직면한 과제
결국 안락사와 존엄사는 모두 '죽음의 선택'이라는 큰 범주 안에 놓여 있지만, 법적·윤리적 의미는 분명히 다르다. 안락사는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이고, 존엄사는 무의미한 치료를 멈추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을 혼동하면 불필요한 논쟁이 이어진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종착지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품위 있는가, 혹은 불필요한 고통을 동반하는가에 있다. 절대적 생명 보호 원칙은 존중돼야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고 마지막을 맞을 권리 역시 소중하다. 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의 서사처럼, 죽음을 앞둔 선택은 결국 우리의 현실적 과제다.
우리 사회는 생명을 지키는 가치와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그 출발은 용어의 혼동을 줄이고 개념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성찰의 영역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안락사와 존엄사를 구분하는 일은 단지 법률 문제를 넘어, 인간다운 삶과 죽음을 깊이 성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