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이채민은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tvN ‘폭군의 셰프’를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그가 가장 사활을 걸었던 장면은 두 가지. 인주대왕대비(서이숙)의 생일잔치에서 폭발하는 분노와, 월영루에서 연지영(임윤아)을 떠나보내는 절절한 이별이었다.
“대비마마 생일잔치는 일주일 가까이 찍었어요. 생모 폐비 윤 씨의 죽음을 알게 된 이헌의 감정을 붙잡아야 했거든요. 매일같이 버럭 소리를 지르다 보니 목이 다 쉬더라고요.”

월영루 신은 더욱 절절했다. 촬영 막바지, 지영의 눈빛만 마주쳐도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고통스럽고 아팠습니다. 하루 종일 밤을 새워 촬영했는데, 지영만 보면 눈물이 왈칵 터졌어요. 어떻게 연기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져들었죠.”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진 건 ‘먹방 연기’였다. 과장된 리액션과 병맛 CG가 어우러지며 이채민표 먹방은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가 됐다. 이를 위해 그는 음식 애니메이션과 예능을 섭렵했다.

"'고독한 미식가', '흑백요리사' 같은 프로그램도 봤고요. 집에서 껌을 씹거나 사탕 먹으면서 거울 보며 표정 연습을 많이 했어요. 목소리를 크게 내면 옆집에서 들릴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절제하면서 연습했습니다. 하하."
가장 힘들면서도 만족스러웠던 장면은 사슴 고기를 먹은 뒤 갈대밭에서 앞섶을 열고 크게 웃는 장면이었다. 이채민은 촬영 당시 실제 갈대밭 한가운데 서서 앞섶을 풀어헤친 채 크게 웃었는데, 속된 말로 '현타'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정말 너무 부끄럽고 힘들었어요. 하하. 그런데 현장 반응이 정말 뜨겁더라고요. 그때부터 틀을 깬 것 같아요. 이후에는 '에라 모르겠다. 과하면 더 과했지, 이제 내겐 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으로 촬영했어요."

음식은 정말 많이 먹었다. 실제로 그는 비프 부르기뇽과 마카롱을 가장 맛있게 먹었다고 고백했다. 촬영 내내 음식을 먹다 보니 체중이 3kg 늘기도 했다.
"1화 얼굴과 마지막 회 얼굴 크기가 다를 정도예요. 그래도 상의를 탈의하는 장면을 찍을 땐 이틀 전부터 최대한 관리해서 찍었어요."
드라마가 큰 사랑 속에 종영하자, 이채민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변하면 안 된다'라는 조언을 가장 많이 들었다. 이채민은 여러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변하지 않겠다'라는 각오를 마음에 새겼다.

“나를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괜히 꾸미는 척, 있는 척하고 싶지 않아요.”
현재 이채민은 차기작을 신중하게 고르는 중이다. 이미 30편이 넘는 시나리오가 도착했고, 올해 4분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캐셔로’를 통해 시청자와 다시 만난다.
"서사 깊은 느와르도 해보고 싶고, 현대극에서 지위 높은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절절하고 애달픈 로맨스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캐셔로'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기대해주세요."

이채민은 '폭군의 셰프'의 의미를 '사람'으로 정리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라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배우는 혼자 빛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이 빛나게 해준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자 좋은 배우로 오랫동안 기억되고 싶어요. 전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그 작품을 통해 위로를 주는 배우가 될 수 있게 항상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