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규영은 영화 ‘사마귀’ 속 킬러 재이의 감정을 단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질투하지만 사랑한다. 사랑해서 못 떠난다"라고.
지난달 26일 공개된 '사마귀'는 전도연·설경구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세계관을 잇는 스핀오프다. 박규영이 연기한 캐릭터 재이는 살인 청부업계의 A급 킬러 '사마귀' 한울(임시완)의 오랜 친구로, 그에게 묘한 경쟁심과 질투를 느끼는 인물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를 만난 배우 박규영은 재이에 대해 “질투와 사랑이 공존하는, 복잡하고도 인간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사마귀'는 공개 이후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영화(비영어) 부문 2위에 올랐으며, 57개국 TOP10에 진입했다. '사마귀'가 화제에 오른 그 배경에는 박규영의 열연이 있었다. 박규영은 '사마귀' 촬영 3~4개월 전부터 액션 스쿨에 등록하고, 식단 관리와 운동을 병행하며 재이로 거듭났다.
"한동안 매일 일과가 똑같았어요. 아침 헬스장, 오후 액션 스쿨, 집 오면 밤. 자고 일어나면 또 운동. 현미밥과 닭가슴살만 먹었고요, 체지방을 14%대까지 줄였어요. 어깨랑 팔 근육이 나름 잡히더라고요."

그의 노력을 지켜본 동료들도 놀랐다. '사마귀'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박세완은 박규영에게 “단단하게 만들어진 몸으로 액션하는 티가 났다”고 평했다.
“그 말을 듣고 정말 뿌듯했죠. 그때 비로소 ‘내가 괜히 고생한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박규영은 '사마귀'를 통해 근력 운동의 맛을 알게 됐다고 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체력과 근성의 아이콘, 배우 이시영의 길을 걷기로 한 거냐고 농담하니 박규영은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안 그래도 이번 작품을 위해 근육 증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시영이 떠올랐다고 했다.
"넷플릭스 '스위트홈'을 같이 찍을 때 시영 언니가 액션신을 준비하며 보여줬던 모습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직접 해보니 다시 한번 알게 느끼게 되더라고요. 시영 언니는 진짜 사람이 아니에요. 하하."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 재이와 한울, 독고(조우진)가 함께 뒤엉켜 싸우는 3인 액션신을 꼽았다. 그만큼 촬영도 오래 걸렸다. 3인이 얽히고설키는 액션을 펼치는 데다가, 세밀한 카메라 동선까지 맞춰야 했고, 감정 연기까지 펼쳐야 했기에 일주일가량 촬영을 이어갔다.
특히 이 시퀀스를 촬영하면서 박규영은 임시완의 액션에 감탄했다. 한울을 향한 재이의 질투와 동경이, 박규영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듯했다.
"시완 선배는 정말 놀라웠어요. 눈빛 하나, 몸의 움직임 하나까지 완벽했죠. 공중에서 회전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건 진짜 못 따라가겠다’ 싶었어요."

박규영은 한울을 향한 재이의 감정을 사랑과 질투라고 설명했다. 한울을 사랑하지만, 10년, 20년이 흘러도 그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재이는 초라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끝까지 한울의 곁을 떠나지 못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질투보다 사랑이 훨씬 우세했을 것 같아요. 질투하지만 사랑한다. 사랑해서 떠나지 못한다."
박규영은 재이의 감정을 모차르트의 천재성 앞에서 절망한 대음악가 살리에리에 비유했다.
"살리에리의 마음은 살면서 다들 한 번쯤 느껴봤을 거예요. 저도 배우로서 비슷한 감정을 항상 느끼거든요.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감탄하면서, 동시에 나도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하죠."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