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27번째 새 ‘치타슬로’ 지정
▲튀르키예 데니즐리 남부의 차멜리 마을 전경(사진제공=튀르키예 문화관광부)
빠름보다 깊음의 미학, 느림이 도시의 품격이 되는 곳이 있다. 튀르키예 데니즐리 남부의 차멜리(Çameli)가 새롭게 ‘치타슬로(Cittaslow, 느린 도시)’로 지정된 것. 세계적인 ‘느림의 도시’ 운동은 속도를 늦추면 세상이 더 잘 보인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글로벌 흐름으로,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 280여 개 도시가 함께하고 있다. 이번 지정으로 튀르키예의 치타슬로 도시는 총 27곳으로 늘어났으며, 올해 대한민국 완도에서 열린 아시아 첫 ‘국제슬로시티총회’에서 공식 승인되어 그 의미를 더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묵칼레의 석회붕을 보기 위해 데니즐리를 찾았던 여행객들에게 차멜리는 이제 또 다른 매력적인 목적지가 됐다. 데니즐리 중심에서 남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이 도시는, 이름 그대로 ‘소나무의 땅’을 뜻하며 소나무·참나무·향나무 숲이 빽빽이 우거져 있다. 수정처럼 맑은 연못과 고요한 산자락, 그리고 전통적인 마을 풍경이 어우러져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라는 치타슬로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차멜리 마을에서 사이클링을 즐기는 여행객들(사진제공=튀르키예 문화관광부)
차멜리는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모험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산과 계곡을 따라 조성된 하이킹 및 자전거 트레일, 그리고 패러글라이딩 챔피언십과 자전거 축제가 열리며 전 세계 스포츠 애호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또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전통 음식과 수공예품은 튀르키예 고유의 생활문화를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특히 ‘차멜리 콩’과 신선한 송어 요리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별미로 꼽힌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데니즐리 지역의 역사적 배경도 여행의 깊이를 더한다. 히타이트와 프리기아, 로마 제국이 지나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으며, 파묵칼레 석회 절벽 위의 고대 도시 히에라폴리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최근에는 ‘찰(Çal) 포도원 루트’를 중심으로 와인 산지로도 주목받고 있는데, 튀르키예 전체 포도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찰 카라스(Çal Karası)’ 품종 와인을 현지에서 직접 맛볼 수 있다.
▲차멜리가 속한 데니즐리 지역에 위치한 히에라폴리스(사진제공=튀르키예 문화관광부)
‘치타슬로’ 운동은 글로벌화로 도시의 개성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2009년 이즈미르 주의 세페리히사르(Seferihisar)가 처음 인증을 받으며 시작됐다. 이후 아흘라트(Ahlat), 포차(Foça), 괵체아다(Gökçeada), 사프란볼루(Safranbolu), 샤브샤트(Şavşat) 등 전국 각지로 확산되며 현재 7개 지역 23개 주에 걸쳐 27개의 ‘느림의 도시’가 자리하고 있다.
문연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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