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4장면 등장한다. 하지만 존재감은 주연 못지않다. 배우 문소리 이야기다.
문소리가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아가씨’의 숨은 주역으로 주목 받고 있다.
‘아가씨’에서 문소리가 연기한 ‘이모’는 부모를 잃은 아가씨(김민희 분)의 정신적 지주이자 유일한 위안이 되는 인물. 어딘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인물. 남편인 '코우즈키'(조진웅 분)의 완벽한 통제 하에 살아가는 기구한 운명의 이모는 아가씨가 성인이 되어서도 코우즈키를 벗어나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동시에 향후 스토리 전개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결정적 캐릭터다.
어린 시절 아가씨의 회상 씬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문소리는 첫 등장부터 숨 막히는 비주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관객들은 까만 밤 단정한 기모노 차림으로 등장하는 문소리의 신비로운 자태에 탄성을 자아내는 것도 잠시, 이어지는 어린 아가씨와의 낭독회 연습 장면에서는 예의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코우즈키 앞에서 어린 아가씨와 함께 낭독회 연습을 하는 장면에서 문소리는 코우즈키의 엄격한 통제 속에서도 결코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이모의 모습을 섬세한 표정연기와 몸짓으로 고스란히 살려냈다. 특히 문소리는 디테일까지 고려한 치밀한 열연을 통해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완성해낸 동시에 코우즈키의 강렬한 아우라를 배가시켰다.
박찬욱 감독 역시 이 장면에 대해 “코우즈키의 통제에도 모욕감을 내색하지 않으려 책을 뚫어지게 보는 문소리의 연기는 볼 때마다 아름답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왜 그가 정말 대단한 배우인지 증명했다”며 극찬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 문소리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며 회자되고 있는 장면은 바로 낭독회 씬이다. 이 장면에서 문소리는 비주얼, 표정, 목소리, 억양까지 완벽한 일본 귀족으로 분해 호평을 이끌고 있다. 이는 실제 문소리가 약 2개월간의 연습 끝에 완성해낸 낭독 연기로, 더욱 감탄을 자아낸다. 자연스러운 일본어 구사를 위해 문소리는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읽고 쓰는 것까지 익혔고 실제 라쿠고(무대 위에 혼자 앉아서 일인다역을 하는 일본 전통예능) 영상이나 아나운서들의 낭독 영상을 찾아보는 등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단 4장면의 짧은 분량에도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낸 배우 문소리는 현재 영화 ‘특별시민’을 촬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