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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썰②] 로케니스트 성상배 대표 “로케이션 디렉터는 모든 걸 책임지는 사람”
입력 2017-04-04 08:28    수정 2017-04-04 13:26

▲(왼쪽부터)로케니스트 한하늘, 김태경, 성상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스타가 밥을 잘 먹기 위해서는 정갈하게 차린 밥상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밥상을 차렸던 사람들이 있기에 빛나는 작품, 빛나는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

비즈엔터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주 화요일 ‘현장人사이드’에서 전한다. ‘현장人사이드’에는 3개의 서브 테마가 있다. 음악은 ‘音:사이드’, 방송은 ‘프로듀:썰’, 영화는 ‘Film:人’으로 각각 소개한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에게 듣는 엔터 · 문화 이야기.

드라마 제작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 보통 이런 말을 들으면 대개는 작가를 생각할 것이고 PD를 떠올릴 것이다. 이외에도 조연출, 조명감독, 의상팀 등 다양한 스태프들이 현장에는 수도 없이 존재한다. 하지만 수십 명에 달하는 인원들을 아우르는, 스태프 중의 스태프가 있다. 다소 생소한 개념인 ‘로케이션 디렉터’가 바로 그것이다.

단순히 장소를 ‘픽’하는 것을 넘어, 드라마를 현실로서 구현하는 데 최대한으로 어울리는 공간을 찾고 또 창조해낸다. 상상 속에서 공간을 창조해 현실에 그 공간을 입히는 것인데, 공간을 찾는 것에 지나지 않고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일을 담당한다. 요컨대, 현장의 마스터키라고 봐도 무방하다.

로케이션 디렉터 팀 ‘로케니스트’는 지난 2006년 방송된 ‘연애시대’부터 최근작 ‘일리 있는 사랑’,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마녀의 성’, ‘나청렴 의원 납치사건’, ‘안투라지 코리아’, ‘원티드’, ‘피고인’ 등 로맨틱 코미디부터 장르물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더 좋은 장소를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는 ‘로케니스트’ 성상배 대표와 김태경 팀장, 한하늘 씨를 만났다.

Q. 장르극을 많이 하는 이유를 알겠다. 디테일에 강하다는 게 느껴진다.
성상배:
연출자와 우리는 인간적으로 터놓고 말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어떤 장면을 어떻게 찍고 싶은지 그 이면에 있는 의도까지 말해줘야 은유와 비유로 커트를 만드는 게 가능해지니까. 그러다 보니 연출자와 관계가 돈독하다. 그래서 연출자가 호기심으로 시도하는 장르에 우리도 휩쓸려갔다. 그게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이었고, 우리도 그 작품을 계기로 장르극을 여럿 하게 됐다.

Q. 로케이션 디렉터의 일은 시청률에 좌우되나.
김태경: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에게는 사실 시청률보다 연출자의 만족도가 더 중요하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물론 좋겠지만 그것에 좌우되지는 않는다.

Q. 로케이션 디렉터로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찰 때는 언제일까.
성상배:
촬영을 무사히 끝내고 장소 담당자들이 고마워할 때가 있다. 서로 고마운 거지. 연출자와 스태프들도 사람대접 받으며 잘 촬영했을 때가 가장 보람차다.
김태경: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장소 담당자들이 1, 2년이 지난 뒤에도 요즘은 다른 드라마 안 하냐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 다른 드라마 섭외 팀에서 장소 접촉이 왔는데 그걸 해줘도 되는지 우리에게 허락을 맡을 때도 있다. 그것 말고도, 정말 리얼한 장소를 잘 섭외해서 연출자도 흡족해할 때면 좋다.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이 많아서 힘들기도 하지만, 대본 그대로 그려낼 수 있는 장소를 잡아낼 때가 정말 뿌듯하다.
한하늘: 난 그럴 때가 뿌듯하다. 원래는 촬영허가를 잘 안 내주는 곳인데 그걸 성사시키게 될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김태경: 사실 서울스퀘어 건물이 ‘미생’ 이후 셧 다운돼서 ‘내부자들’ 같은 다른 영화들도 섭외가 불발됐다. 그런데 이 친구가 성사를 시켜서 이번에 ‘피고인’의 엄기준 회사로 나왔다. 난 처음에 거짓말인 줄 알았다(웃음).

Q. 확실히, 장소 섭외의 일을 하려면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좋아야겠다.
김태경:
그런 편이다.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의 경우, 극 중 문근영이 교사로 일하는 학교가 정말 우리에게 잘 해주셨다. 유리창을 깨는 장면도 있었고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허가를 내주시기도 했다. 지금도 감사해서 교감선생님께 종종 전화를 드린다. 그 학교는 다른 방송의 PD들도 좋아한 곳이었다.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카메라 감독님이 “여긴 어딜 잡아도 그림이야”라고 하더라(웃음).

▲로케니스트 김태경(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로케이션 디렉터는 보람차기도 하지만 분명히 힘든 일이다. 이 직업을 택한 계기가 있나.
성상배:
난 원래 영화 연출을 목표로 영화 쪽의 일을 했었다. 영화는 장소 섭외도 조감독들이 진행하는 편인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로케이션 디렉터 일을 시작하게 됐다. 야외 그림과 풍경을 보는 게 좋았다(웃음). 처음에 ‘연애시대’를 하고난 뒤에도 영화 ‘싸움’, ‘파파’를 맡았었지만, ‘연애시대’로 연이 닿았던 스태프들과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드라마 쪽으로 굳어졌다.
김태경: 나는 조금 웃긴 케이스다. 일본 쪽을 주로 접촉하던 전직 여행사 가이드였는데, 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이후 회사 운영이 조금 안 좋게 돼서 방송 쪽의 다른 일을 했었다. 그러다가 ‘로맨스가 필요해2’를 통해 성상배 대표와 알게 됐고, 적성도 맞는데다가 성취감까지 있어서 드라마 ‘청담동 스캔들’을 기점으로 완전히 전업을 했다. 아직 로케이션 디렉터까지는 다다르지 못한 로케이션 매니저다(웃음).
한하늘: 다른 방송 일을 했었는데 흥미가 안 생겼다. 그래서 이걸 그만두고 뭘 잘할 수 있을까 하다가 전부터 드라마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 하게 됐다.

Q. 로케이션 매니저와 로케이션 디렉터의 차이는 어떤 건가.
김태경:
기본적으로 디렉터든 매니저든 역마살이 끼어있지만(웃음), 둘의 차이는 분명하다. 쉽게 말해 디렉터는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다.
성상배: 그래서 내 목표가 로케이션 디렉팅 그룹을 만드는 거다.

Q. 업무 스케줄은 어떻게 짜지나. 프로세스가 따로 있는 건지.
김태경:
원래는 없지만 우리 대표님이 강요를 한다(웃음). 사실, 스케줄이 없으면 일이 안 된다. 일이 두서없이 진행되면 누수가 생기고, 전화해야할 시간에 전화도 못하고, 미팅 약속을 잡아놓고도 못 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단계별로 있기 때문에 주간/월간 스케줄로 나눠서 진행하는 편이다. 우리 팀이 총 4명인데, 모두가 스케줄을 공유한다.
성상배: 이렇게 업무를 진행하는 건 우리 팀만 그런 거다. 머리 맞대고 회의를 하는 일은 거의 없고, 업무 스케줄의 경우 어떤 작품을 들어가느냐에 따라 다르게 짜진다.

Q. 업계 용어 중 ‘메이드’라는 표현이 있더라. ‘장소를 메이드’한다는 의미는 어떤 건가.
성상배:
장르물을 예로 들었을 때, 이상한 사람이 몇 번지에 산다는 것까지 정해놓는 게 ‘메이드’다. 구체적으로 장소를 조율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김태경: 로코와 장르물을 비교할 수도 있겠다. 촬영 시간과 메이드 시간을 대조할 수 있는데, 로코의 경우 실생활에 자주 보이는 장소 중 가장 예쁜 곳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장르물의 경우 장소가 그렇게 나눠지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작업 시간은 로코가 더 걸리지만, 장르물은 장소의 조율 문제로 더 오래 걸린다. ‘피고인’의 경우, 장흥 교도소에서 촬영 허가를 받기까지 사용료, 계약기간 등을 실제 촬영이 시작되는 날까지 수시로 협의해야 한다. 완전히 촬영에 들어가기 전날까지가 메이드 기간이다. 장르물은 검찰청, 경찰서, 관공서 등 리얼한 장소가 많아서 이런 부분의 조율이 길어진다 뿐이지, 장소가 분산되지는 않아서 촬영시간 자체는 로코에 비해 별로 소요되지 않는다.
성상배: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장르물은 폐공장ㆍ도로 등에서 촬영이 주로 일어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민폐’가 드물지만, 로코는 공원에서 운동하는 장면 등 실생활에 밀접한 곳이 촬영장소로 쓰인다. 대부분이 민폐인 셈이지.

▲로케니스트 성상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로케이션 디렉터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성상배:
장점은, 허투루 보내는 공간이 없다. 모든 공간을 보는 게 즐겁다. 하지만 그것과 마찬가지의 단점은, 예쁜 곳이 예쁜 곳으로만 보이지 않는 거다. 일과 연결되니까.
김태경: 내 경우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게 장점이다. 모든 걸 바라보는 시각,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각들이 좋은 방향으로 다 달라진다. 또 하나 장점은, 먹는 것을 포함해서 자는 것과 타고 다니는 차, 유류비가 모두 지원된다. 제작사에게 지원을 받는 부분이어서, 이런 것들은 젊은 친구들에게 큰 장점일 수 있겠다. 내가 느끼는 단점은 우리 팀에만 한정되는 건데,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거다. 일이 계속 끊이질 않아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한다. 일이 많다보니 돈을 쓸 시간이 없어서 돈을 잘 모을 수도 있다(웃음).
한하늘: 예쁘고 좋은 걸 보는 게 장점이다. 그리고 내가 섭외한 장소에서는 나로 인해 모든 게 다 되는 거다. 장소의 담당자도 알고 촬영팀도 아니까 내가 마스터 같은 모양새가 된다. 그런 게 장점이자 곧 단점이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내가 다 책임을 져야 하는 거니까.

Q. 로케이션 디렉터로서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뭐라고 생각하나.
성상배:
책임감이라 생각한다. 제일 중요하다. 작게는 본인이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한 책임이라고도 하겠다. 우린 가볍게 행동할 수가 없는 게, 장소 담당자는 우릴 믿고 70명 가까이 되는 스태프들을 보지도 않고 OK를 해주는 거다. 스케줄이 완성돼 촬영이 다 끝날 때까지 그런 부분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게 제일 스트레스기도 하고.
김태경: 책임감이 첫 번째라면 두 번째는 근성과 부지런함이다. 우리 직업 자체는 시간을 스케줄링하는 것에 따라 나태해지기 쉽지만, 시간을 허투루 쓰면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내가 잠을 1시간 더 자서 덜 피곤할 수는 있어도, 그 1시간이 10시간으로 돌아오는 경우를 많이 겪었다. 수습 못하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휴식시간까지도 거기에 할애해야 한다. 그래서 부지런함과 근성은 꼭 필요하다.
한하늘: 난 체력이 좋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품을 하다 보면 따로 시간 내서 운동할 짬도 없고, 계속 혼자 운전을 하다 보니 밤새는 경우도 있다. 체력이 좋지 않으면 힘든 부분이 많이 느껴질 수 있다.

Q. 그렇다면, 뽑는 기준은 무엇인가.
성상배:
인맥도 있긴 하지만 구직사이트를 통해서도 뽑는다. 하늘이도 채용사이트를 통해 뽑았다. 전공이 맞는다면 장점이지만 관광 분야를 전공한 태경 팀장을 보면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적인 면모와 상식이 풍부하다면 나머지는 충분히 몸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시야가 넓은 게 좋다고 생각한다.

Q.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로케이션 디렉터는 다른 사람에게도 권할 만한 직업인가(웃음).
성상배:
권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이 지금 4명뿐이어서 바쁜 거지 인원이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좀 더 한가할 것 같다. 조율과정에서 참을 일이 많다보니 성격이 많이 개선될 수도 있다(웃음). 생각보다 역마살 있는 친구들도 많을 것 같다. 나는 권하겠다. 신입을 뽑아야 하거든(웃음).
김태경: 나도 권하고 싶다. 재밌거든. 자유스럽게 일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장점이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 스케줄도 공유하고 2인 1조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시간을 쪼개서 내 스케줄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자유시간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여러 분야에 걸친 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한하늘: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은데, 이 일을 하면 생전 못 만나볼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되든 안 되든 간에 이야기를 나누는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가서 말 못하고 그러는 것보다는 외향적인 성격이 좋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Q. 로케이션 디렉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상배:
우리 사무실은 안방이 곧 침실이다. 숙식을 제공해드릴 수도 있다(웃음)
김태경: 우리 회사로 와 달라. 마술을 보여드리겠다(웃음).
한하늘: 계속 하게 되든지 그렇지 않든지 간에, 이 일을 하면 정말 좋은 걸 많이 경험할 수 있을 거다.(인터뷰 ①보기)

▲(왼쪽부터)로케니스트 한하늘, 김태경, 성상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