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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고소영 "'완벽한 아내' 설득력·현실성 부족 인지...나도 답답했다"
입력 2017-05-13 00:03    수정 2017-05-13 00:18

▲고소영(출처=킹엔터테인먼트)

"아쉬워요. 그래도 전 재복이가 좋았어요."

배우 고소영(45)에게 10년 만에 복귀작 KBS2 '완벽한 아내'를 마친 소감을 묻자 "아쉽다"는 말을 거듭했다. 무엇이 고소영을 아쉽게 했을까. 시청자들이 느꼈던 안타까움, 아니 그 이상의 감정을 고소영은 느끼며 연기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감추지 않았다. 함께 출연한 배우,

고생한 스태프, 연출자에게도 "제대로 회식도 못했다"면서 아끼는 마음을 보였다. 주인공 심재복의 성장기가 아닌 악녀 이은희(조여정 분)의 해명기로 바뀌어 버린 '완벽한 아내'에서 타이틀롤로 중심을 잡는 것이 힘겨웠지만 "배우로서 한 작품에서 여러 장르를 경험했다는 점도 큰 성과"라고 평하기도 했다.

▲고소영(출처=킹엔터테인먼트)

Q:개인적으로 '완벽한 아내'에 대한 아쉬움이 큰 거 같다.
고소영:
작품을 마치면 시원섭섭하다고 하는데, 저는 아쉬움이 큰 거 같다. 초반처럼 재복이가 힘있게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후반부에 힘이 빠져 버렸다.

Q:어떤 부분이 특히 생각과 다르게 흐른 건가.
고소영:
'완벽한 아내'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현실적이기 때문이었다. 제 나이대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저에게 들어오는 역할은 한정적이었는데, 그것을 탈피했다는 점도 좋았다. 그런데 역할 설정만 그럴 뿐 심재복이 하는 행동에 개연성이 없더라. 주체성도 없으니 답답했다. 그래서 작가 선생님께도 여러번 얘기를 하기도 했다. 은희(조여정 분)가 세게 가면서 재복이가 갈 곳이 없어진 것 같았다.

Q:가장 납득이 안됐던 부분은 무엇일까.
고소영:
은희의 집은 아이들에게도 정말 위험한 곳인데 왜 굳이 거기에 들어가려 했는지 모르겠다.(웃음) 문서를 들이 밀면서 '이 공간은 내 집'이라고 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는 거다. 은희가 깐 판에 재복이 있어야 이야기가 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희(윤상현 분)와의 관계도 이혼을 했는데, 왜 그렇게 자주 만나냐. 왜 그렇게 자꾸 지켜주려 하는지.(웃음)

Q:납득하기 어렵거나 연기하기 힘들땐 어떻게 극복했다.
고소영:
성준과의 멜로도 그렇고 저희끼리 현장에서 많이 고민했다. 집이 풍비박산 났는데 봉구(성준 분)과 알콩달콩 지내는 것도 좋아보이지 않을 거 같아 선을 유지하는게 어려웠다. 봉구와 재복이 함께 일하면서 변호사로서 법률사무소 직원으로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두 사람의 로맨스가 더욱 설득력있지 않았을까 싶다.

Q:배우들끼리는 호흡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던 거 같다.
고소영:
캐릭터들이 모두 변화하다 보니 연기를 하는 재미는 있었다. 저도 온갖 장르를 다 해본 것 같다. 스릴러, 멜로, 생활연기까지 왔다갔다 했다. 순서대로 찍지 않으니 혼돈이 올 때도 있었는데, 그때엔 스태프들이 잘 잡아주셨다.

Q:윤상현, 성준과도 좋아보인다.
고소영:
두 사람에게 모두 배울 부분이 있었다. 윤상현 씨는 정말 프로다. 카메라 앵글에 어떻게 걸리고, 어떻게 편집해야 하는지도 다 알더라. 개그 욕심도 있어서 다양한 버전으로 상황을 짜오기도 한다. 성준 씨는 손과 발을 자유롭게 쓰더라. 전형적으로 끊고, 들어가고 하진 않는데 그걸 편집해서 보면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신선함을 느꼈다.

Q:조여정은 어릴 적 고소영의 팬이었다고 하더라. 극중엔 대립했지만 실제로는 친하게 지냈나.
고소영:
(조여정이) 어릴 때 제 사진을 수첩에 넣고 다녔다는 걸 신애라 언니가 말해줘 알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언니'라고 하면서 잘 따라서 쉽게 친해졌다. 그런데 아무래도 대립하는 연기를 하다보니 현장에서는 가깝게 지내지 못한거 같다.

Q:연기를 하면서 조여정이 무섭다거나 하진 않던가.
고소영:
전혀.(웃음) 은희가 이상 행동을 하고 날뛰긴 하지만 재복에게 언제나 제압 당한다. 핸드백으로 사람을 쳐서 죽이는 은희지만 재복은 그런 행동을 막아내지 않나.

Q:작품을 마친 후 뒷풀이에서 제작진이 뭐라던가.
고소영:
그냥 미안하다고 하지 뭐.(웃음)

Q:찍으면서 재미를 느낀 부분은 없나.
고소영:
마지막에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부분은 촬영 하는 것도 재밌었다. 그런 공간이 주는 힘이 있더라. 세트지만 갇혀 있으니 진짜 병원같고, 탈출해야 할 것 같고. 산에서 구르고 몸을 쓰는데,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말도 안돼, 왜 이래'라고 하는데, 여러 감정을 연기하는게 재밌었다.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촬영장에 가는 게 즐거웠다. '오늘 뭐먹지?' 하는 느낌이랄까. 매번 아이들과 집에서 밥을 먹다가 밖에서 음식을 먹고, 도시락을 먹는 것도 좋더라.

Q:'완벽한 아내'를 하고 난 후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을까.
고소영:
원래는 명확한 걸 좋아하는데, ('완벽한 아내'는) 복합 장르라는 말에 저 역시 좀 더 열어두고 간 건 있는 거 같다. 좋은 밑거름이 된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 장르, 감정, 연기를 하다보니 어떻게 했을 때 편하고, 어떤게 하는 것이 좋은 것에 대한 부분이 조금은 선 거 같다.

Q: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작품은 어떤 걸까.
고소영:
제가 대중적인 취향은 아니다. 장르물, 스릴러를 좋아한다. 영화를 볼 때에도 상영관을 찾아가야 하는 작품들을 많이 보는 편이다. 그래도 여자들이 주체성을 갖고 나오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여자가 메인인 작품이 많진 않지만. 사실 지금은 여러가지 다 해보고 싶다.(웃음)

Q:차기작 계획은 있나.
고소영:
일단 대본과 시놉시스를 열심히 보려 한다. 10년까진 걸리지 않을 거 같고.(웃음) 올해 안에 촬영이 들어가는 걸 보고 있다.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