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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영 칼럼] 강정호, 음주로 잃어버린 명예ㆍ돈 그리고 신뢰
입력 2017-05-31 10:20   

(▲MLB 사무국)

유독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들의 음주운전 적발 사고가 잦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 강정호 선수 또한 얼마 전 “세 번째”로 음주운전에 적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거 음주운전 전력에 더하여,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반대 차선까지 파편이 튀어 다른 차량을 손괴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도주하였고, 당시 동승하고 있던 동창에게 거짓자수를 하도록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호는 MLB에서의 활동을 위해, 자신의 세 번째 음주운전에 대한 법원의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선고가 너무나 가혹하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국민이 사랑하는 야구선수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이러한 호소가 통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너무나 늦은 반성과 선처를 호소하는 강정호에 대해, 항소심 법원에서는 “2차례나 벌금형으로 처벌받고도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것은 벌금형이 처벌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판단하며, 검찰이 구형한 벌금 1500만원을 인정하지 않고 원심의 징역형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강정호는 야구를 접으라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며 극렬히 호소하였던 바, 대법원에 상고를 할 예정으로 보이지만, 법률심인 대법원 판단 또한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걸 가졌던, 국민이 사랑하던 야구선수가, 한 순간의 음주운전으로 미국의 취업비자도 받지 못한 채 모든 걸 잃게 된 것이다.

그 정도의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가졌음에도 도대체 왜, 강정호를 비롯한 유명인들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게 되고, 사고를 일으키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는 것일까. 그들이 2만원 남짓한 대리운전비용이 아까워서 스스로 운전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음주운전이 범죄라는 인식 자체가 약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고, “나는 술이 세니까 이정도로는 운전에 전혀 영향이 없을 거라고 스스로 판단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술을 마신 채로 운전을 하게 되면, 알코올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처 인지반응이 저하되고 시야가 축소되며, 도로교통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처가 현저히 불가능해지게 되어서, 자신의 안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된다.

이렇게 음주운전은 도로 위의 잠재적 살인행위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위험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은 음주운전이 가진 위험성이 살인에 버금간다고 생각지 않아서인지 유명인들의 음주운전 적발 및 사고가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음주운전으로 인해 잃을 수 있는 모든 것, 즉 자신의 사회적 지위, 명예 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 신체, 재산의 안전 또한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운전대 잡기 직전 떠올리기만 했어도 오늘날과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이제야 후회하는 그를 보며 팬으로서 실망스런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동시에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회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일삼는 야구선수보다는, 한국 국민으로서 사생활 조차 투명하게 자랑스러워할 만한 야구선수를 원할 것이다. 우리가 그를 다시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게 반성의 시간을 갖기를, 그의 과거 전력조차 용서하는 눈빛과 그의 실력에 다시금 열광하는 눈빛 모두를 보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