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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역주행②] 트와이스, 원스 한 번 믿어봐
입력 2017-06-02 08:11   

▲트와이스(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걸그룹 트와이스가 지난 15일 내놓은 네 번째 미니음반 ‘시그널(SIGNAL)’은 발매 첫 주 11만 4000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한터차트 기준) 흔히 ‘초동 판매량’이라고 부르는 발매 첫 주 음반 판매 성적은 팬덤의 ‘화력’을 나타내는 주요한 수치 중 하나다. ‘시그널’의 초동 판매량은 지난 2월 발표한 ‘트와이스코스터: 레인2(TWICEcoaster:LANE2)’의 초동 판매량보다 600장 가량 증가했고, 그동안 트와이스가 내놓은 모든 음반의 일주일간 판매량 중 최다이며, 심지어 역대 걸그룹 가운데서도 가장 많다.

트와이스 팬덤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또 있다. 콘서트 예매율이다. 트와이스는 오는 13-14일 양일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 ‘트와이스랜드 디 오프닝 앙코르’를 개최한다. 잠실 실내체육관은 회당 6000명가량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국내 실내 공연장 가운데 손에 꼽힐 정도로 규모가 크다. 트와이스는 비슷한 시기 데뷔했던 걸그룹 가운데서는 독보적인 속도로 대형 공연장에 입성했다.

위 두 가지 사례는 트와이스의 팬덤 규모와 충성도, 그리고 적극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통상 걸그룹은 팬덤의 규모나 충성도 보다는 대중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활동 전략을 짠다. 걸그룹의 주 타깃인 남성 팬들의 문화 소비 성향이 여성 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와이스는 다르다. 남성 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적극적이다. 흔히 말하는 대로 화력이 좋다. 규모도 크고 충성도도 높다.

▲걸그룹 트와이스(사진=JYP엔터테인먼트)

아이돌과 팬의 관계는 우상과 추종자의 관계라기보다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 가깝다. 팬들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와 정서적으로 교감을 하고 인간적인 유대를 쌓는다. 그러면 음악은? 음악은 얼마나 중요한가. 음악은 팬들을 유입시키는 주요 통로 중 하나지만 팬덤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이라면 설령 그것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많이 듣는다. 음원 스트리밍, 음반 구매, 콘서트 관람 등의 적극적인 문화 소비는 소비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발생한다.

그래서 원스(트와이스의 팬클럽)는 트와이스에게 중요한 자산이다. 타이틀곡 ‘시그널’의 실시간 음원 차트 성적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에서 4위까지 떨어지는 동안, ‘시그널’ 초동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단독 콘서트가 매진에 가까운 판매율을 보였다. 대중이 ‘시그널’의 변화를 낯설어할 때 원스는 트와이스를 받치는 힘이 됐다. 트와이스가 톱 아이돌의 자리를 유지하며 지금과 같은 역주행을 이룰 수 있던 데에는 원스의 공로가 크다.

대중적인 인지도에 활동 기반을 두고 있는 걸그룹에게 대중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변화의 폭은 그래서 줄어든다. 하지만 트와이스는 다르다. 대중적 인지도와 팬덤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그리고 팬덤의 ‘화력’이 뒷받침해주는 한 대중성을 끌어올릴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있다.

‘시그널’은 장르적 변화를 꾀했을지언정 대중에게 호소하는 매력은 이전과 같았다. 그래서 ‘시그널’의 성공은 변화의 성공이라고 볼 수 없다. 트와이스가 정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조금 더 과감해도 괜찮지 않을까. 원스의 규모와 화력과 충성도를 믿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