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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강우 “배우 인생 15년,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때”
입력 2017-07-06 08:45   

▲김강우(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누가 김강우에 대해 묻는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말은 뭘까. 날카롭고 차가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직접 마주한 김강우는 그냥 우리네 삶을 살고 있는 보통 사람이었다. ‘국민형부’라는 표현에도 “그냥 남들과 다 똑같다”고 말하던 그는 “배우라고 해서 남들과 다르다거나 특별할 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배우’로서 김강우는 어떤 사람인가. 어느새 데뷔 15년째에 접어든 그는 연기에 특별한 목적을 둔다기 보다는 직업으로서, 삶을 영위하는 한 방식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매너리즘을 느끼기보다 새로운 개척점을 노리며, 성실하되 영민하게, 자신의 느낌을 믿으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다. 그는 그저 배우라는 업(業)을 가진, 치열한 삶의 전쟁터를 헤쳐 나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보다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보였다.

Q. 쉽지만은 않았던 ‘써클’이 끝났다. 종영 소감은?
김강우:
시원섭섭하다. 더 촬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촬영이 끝났는데도 아쉽고 더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거든. 재미도 있었고 팀워크도 좋았다.

Q. 드라마 판에서 SF장르는 흔치 않은 게 사실이다. 선택한 이유는 뭐였나.
김강우:
SF가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SF장르로 드라마를 한다기에 걱정은 됐다. 촉박한 드라마 촬영 환경에서 CG를 어떻게 처리할지 등이 우려됐지만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었다. 이야기 자체가 재밌고 기발했다. 소재 구성도 신선했다.

Q. CG는 방송 초반 아쉽다는 평을 가장 많이 받은 부분이다. 민진기 감독 또한 간담회장에서 CG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고.
김강우:
아쉬운 건 마찬가지다. 시간이 없어서 이렇게밖에 못했다는 건 핑계다. 하지만 이렇게 봐주면 좋겠다. 처음이니까. 우리가 처음인 만큼 너그럽게 봐준다면 다음에 SF장르 드라마에 도전하는 분들이 용기를 갖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김강우(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Q. 20년이 지난, 2037년이라는 미래를 배경으로 했다. 연기할 때 이런 부분을 더 신경써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나.
김강우:
그렇진 않다. 일부러 그런 부분은 생각을 안 했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함정 같다. 그 부분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현실감이 떨어질 테니까. 사실, 1997년과 지금이 별반 다를 건 없지 않나.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D가 생기고 조금 깨끗해진 정도지 삶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 그래서 연기할 때도 일부러 평범하게 처리했다. 애초에 일반지구와 스마트지구로 분리된 만큼 이렇게 연기를 해도 무리가 가는 부분은 없었다.

Q. 평은 좋았지만 시청률은 아쉬웠다.
김강우:
우리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하하. 첫 회 시청률이 제일 높고 그 다음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건, 보시는 분들이 기대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떨어져 나간 분들이 있다는 거다. 그럼에도 ‘이 정도면 볼만 하다’고 생각해 남은 분들이 그 정도의 시청률이었던 거고. 입소문이 나도 중간유입이 어려운 작품이지 않았나. 그 정도가 딱 진짜배기 시청자인 셈이다(웃음).

Q. ‘써클’에서 연령대가 어린 배우들과 함께 했다. 선배로서 어땠나.
김강우:
그 친구들은 다 프로다. 쉽지 않은 장르지만 다들 최선을 다해 정말 잘 했다. 자신이 그 캐릭터인양 진심을 다했다.

Q. 여진구 이기광과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어떻게 달랐을까.
김강우:
여진구는 목표점이고 이기광은 조력자였다. 여진구는 혈육이자 찾아야 할 대상이었고 이기광은 그 과정을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그 지점이 다르다. 다른 느낌의 감정이 더 실리게 된다. 특히나 여진구는 드라마 안에서 형제였던 만큼 형제를 만난 기쁨과 슬픔이 공존했다. 한편으로는 파트1에서 고생이 많았다는 생각에 뭉클해지기도 했다. 끝을 향해 가는 동료애랄까.

Q. 여진구는 어떤 후배였나.
김강우:
선(善)한 친구다. 착하고 솔직하다. 연기할 때 가짜 감정이 아닌 진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노련미가 있고 표현력도 좋다. 한 마디로, 굉장한 프로다.

▲김강우(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Q. 매회 반전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가장 궁금했던 내용은?
김강우:
김우진(여진구 분)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가 제일 궁금했다. 그대로 나올지, 아니면 다른 연기자가 나이 든 김우진 역할로 나올지가 궁금하더라. 휴먼비 회장이 여진구가 아닌 것도 몰랐다. 의외의 인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한상진과 민진기 감독 둘 만이 알고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감독이 일부러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더라. 더 놀라기를 바랐던 것 같다.

Q. 첫 SF드라마지만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 이런 장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됐을까.
김강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SF물이 나오고, 거기에 한국 배우가 나오면 이질감 아닌 이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작년에 ‘특근’이라는 웹 무비를 찍었는데, 괴수가 나오고 괴수 사냥꾼이 나오는데 이질감이 별로 안 느껴지더라. 인물과 상황 자체를 한국적으로 만든 덕 같다. 영화 ‘괴물’도 주인공들은 일반적인 소시민 아니었나. 그런 요소가 감정이입을 돕는 것 같다.

Q. ‘써클’ 속 김준혁 캐릭터도 사실은 평범했다.
김강우:
맞다. 김준혁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보통의 고민을 하는, 보통의 삶을 사는 인물이 깔려있으니 받아들이기가 편했다. 작가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개선해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난 한국형 SF 시장이 더 커질 것 같다. 자본이 많이 투입되는 장르도 아니니까(웃음).

Q. 이런 장르의 첫 삽을 떼는 작품에 참여했으니, 그런 자부심도 생기려나(웃음).
김강우:
끝나고 나쁘지 않은 평가가 나오니 뿌듯하긴 하다. 좋게 평가해주면 배우 입장에서는 그만큼 좋은 게 없다.

Q. 이번 도전이 차기작 선정에도 영향을 미칠까.
김강우:
비슷한 걸 하고는 싶다. 제작이 되거나 요청이 들어온다면야.

Q. 사실 그동안 어두운 색채의 작품을 주로 해오지 않았나. 필모가 핑크빛보다는 어두운 느낌인데. 핑크빛 장르엔 관심이 없나.
김강우:
전혀 아니다. 난 핑크빛 좋아한다. 노트북 케이스도 핑크다(웃음). 남자 배우들이 어두운 장르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그래서인 것 같다. 하지만 난 멜로 장르에 관심이 많다. 멜로를 좋아하는 편이다. 코미디도 좋아하지만 요즘은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 별로 없는 것 같다.

Q.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일까.
김강우:
이 나이에 두려울 게 뭐 있나 싶다. 하하. 물론, 목적 없이 망가지면 안 된다. 사연이 있어야 한다. 사실은 ‘망가진다’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망가지는 게 아니라 연기를 하는 거니까. 코미디는 더 그렇다. 정말 솔직하게 부딪혀야 하니까.

▲김강우(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Q. 거의 매년 작품을 하는 것 같다.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이유가 있을까.
김강우:
쉬지 않는 이유? 돈 벌어야하니까(웃음).

Q. 하하. 의외지만 솔직한 대답이다.
김강우:
배우라고 해서 ‘예술적인 혼이 발현돼 매년 안 하면 안 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배우도 사실 직업이다. 내 생활도 해야하고 아이들 유치원도 보내야 한다. 기자도 기사를 써야 돈을 벌고 운동선수도 운동을 해야 돈을 버는 것과 같다. 연기를 해야 돈을 버니까. 회사를 다니는 것과 똑같은 거다.

Q.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김강우:
그래야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에 의미 둬서 ‘지금 내 심리 상태가 안 좋으니 올해에는 작품을 쉴 거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조금 아니지 않나 싶다. 난 그래서 좋은 감독님이 영화를 많이 찍었으면 좋겠고, 좋은 배우들이 연기를 많이 하면 좋겠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니까.

Q. 꾸준히 작품이 들어오는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
김강우: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냥, 작품에 필요해서가 아닐까. 이 사람의 어떤 면이 작품에 필요하니까, 그래서 하게 되는 것 같다. 이건 정말 진지한 답이다. 100% 솔직한 답.

Q. 원래 솔직한 편인가.
김강우:
인터뷰 때만큼은 솔직하려고 한다. 꾸며서 말할 수는 있다. 그러면 정말 편하다. 연기는 내게 어떤 의미인지 등을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요즘 세상엔 재미없는 말이라 생각한다.

Q. 평소 성격은 어떤 편?
김강우:
원래는 말이 별로 없다. 하지만 ‘써클’ 현장에선 연장자인 만큼 일부러 말을 많이 했다. 그래야 다른 배우들도 이야기를 하고 해서 연기하기 편해지니까.

Q.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김강우:
이기광이 속한 하이라이트의 노래를 일부러 찾아 들었다. 이기광에게 옛날 노래들도 얘기하고 용준형이 노래를 잘 만든다고 하니 어떻게 다 아냐고 놀라더라. 공승연에게도 친동생인 정연의 안부를 괜히 물으며 장난을 쳤다. 원래 내 성격은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다. 나중엔 후배들과도 장난을 많이 쳤다. 특히 권혁수는 너무 웃겼다. 민진기 감독도 예기치 못한 웃긴 상황을 좋아해서 은근히 그런 걸 원하더라. 다른 배우들이 자기가 알아서 개인기도 보여주고 웃겨줬다.

Q. 당신도 웃기는 건 잘할 것 같다. ‘SNL코리아’ 같은 곳에 나갈 생각은 없을까.
김강우:
에이, 난 잘 못 웃긴다. 하지만 민진기 감독이 하자고 하면 할 거다(웃음).

▲김강우(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Q. ‘써클’은 초반에 잘 안 될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럼에도 호평을 받고 있다. 누구의 공이라 생각하나.
김강우:
감독님이다. 요소요소마다 신경 써서 캐스팅한 것 같다. 마지막에 엔딩 크레딧으로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모두 담고자 한 건, 그만큼 배우들 모두를 신경써줬다는 거니까. 작가들도 네 명이서 기가 막히게 협업을 잘 했다. 그 덕에 마지막까지 쫄깃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같다. 배우들은 그 덕에 쉽게 연기를 했다.

Q. ‘써클’의 이야기에는 스마트지구로 비유되는 전체주의 사회와 복제인간 등의 요소가 담겼다. SF물에서 뻔한 소재임에도 뻔하지 않게 표현됐다는 평이 많다.
김강우:
SF물은 주제가 단순명료해야한다.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쉽게 하려면 가족이나 자신의 정체성이 나와야 한다. 이 드라마가 성공한 것도 형제를 찾는다는, 아주 간단명료한 이야기여서 감정이입이 잘된 것 같다. 초반부엔 광화문 광장도 나오고 미세먼지도 나오지 않나. 인물 설정을 한국적으로 두되 현실적인 포인트를 잘 잡았다.

Q. 연기하면서 배우 본인도 공감을 많이 했나.
김강우:
그런 셈이었다. 사실 그동안 매체를 통해 알파고도 봤었고 복제인간도 접했다. 건강한 유전자 요소만 골라 아이를 만든다는 실험 이야기도 봤었다. 얼마 안 있으면 자동차 자동 주행도 현실화되지 않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것들은 공상과학에 나올 법한 이야기였는데 이제는 현실이 됐다. 그래서 ‘써클’을 20대 젊은 사람들이 더 빨리 받아들인 것 같다. 난 솔직히 처음에 대본을 보고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

Q. 시청률이 아쉽다고는 했지만, 당신에게 생각할 지점을 많이 준 작품일 것 같다.
김강우:
개인적으로는 ‘써클’을 통해 이런 장르를 거부감 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의구심을 갖는 단계를 생략할 수 있게 된 거지. 이 이야기를 대중이 받아들여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 전까지는 내가 못 받아들이면 대중도 그럴 거라는 편협한 생각을 가졌다. 이제는 이런 시나리오나 대본을 받으면 더 흥미롭게,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강우(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Q. 작품을 많이 하는 만큼 가정에 소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집에서 당신은 어떤 아빠인가.
김강우:
그냥 평범하다. 다른 아빠들이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하는 거라면, 나는 며칠씩 못 볼 때도 있고 잘 때만 살짝 볼 때도 있지만 놀 땐 화끈하게 놀아준다.

Q. 그렇다면, 아내에게는 어떤 남편?
김강우:
동갑이라 친구 같은 남편이다. 연애를 오래 하기도 했다. 내가 예민하다면 아내는 털털한 스타일이다. 내가 감정기복을 보이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스타일이다. 내가 기운이 넘쳐 해서 수다를 떨고 싶어 하거나 하면 “당신은 친구 없어? 나가서 얘기하면 안 돼?”라는 식으로 장난을 친다.

Q. 한혜진을 비롯한 처제들에겐 어떤 형부인가. 워낙 훈훈한 미담이 퍼져있는데.
김강우:
다른 형부들과 똑같다. 자주 보진 못하지만 만나면 반갑게 밥 먹고 하는 사이다.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서로 조언을 해주거나 하진 않는다. 집에 가끔 모여서 고기 구워먹고, 아이들이 뛰어 노는 것을 보는 정도지 거창한 건 전혀 없다.

Q. 가장 궁금한 건 역시나 이적이다. 3년간 몸담았던 씨제스를 떠나 킹엔터테인먼트로 옮기게 됐는데.
김강우:
씨제스는 정말 좋은 곳이다. 백창주 대표님도 형이라고 부른다. 다들 정말 좋은 분들이고 편하지만, 어떤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큰 꿈을 안고 시작한 일이지만 결국 배우도 직업이니까. 나를 채찍질해 다른 느낌의 뭔가를 줄 수 있는 게 필요했다.

Q.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가.
김강우:
작년에 일부러 가장 힘든 공연을 맡아 연기를 했었다. 그 당시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까지 15년을 달려왔다면 앞으로의 15년을 더 생각하게 된 거지. 전환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배우가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른 파트너를 구하는 거였다. 그래서 신인 때부터 내 모습을 잘 아는 파트너에게 다시 해보자고 내가 먼저 제의를 했다. 더 심기일전할 수 있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Q.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선 셈이다. 어떤 마음일까.
김강우: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기는 마음이다. 하하. 대기업 박차고 나오면 후회한다는 말도 있지만(웃음). 새롭게, 심기일전 하고 싶다.